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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8월 31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8. 연년세세 - 황정은
한주간 별일 없이 잘 지내셨죠? 이번주는 '연년세세'라는 책을 읽고 왔습니다.
독서모임을 하고나서는 SNS에 뜨는 피드를 보면 책에 관련된 것들이 눈에 자주 들어오곤 합니다 ㅎ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인지 검색하는 책마다 '대출불가'로 떠서 당황했었는데, '연년세세'가 '대출가능'하다고 나왔습니다 ^-^ 매주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기준'이라는 것이 없이 단순 무식하게 고르다보니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인연이 닿은 책이라 생각하고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제목의 뜻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찾아보았는데 '해마다, 매년'을 강조하여 뜻하는 말로 거듭하여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아직 어린 아이였던 이순일이 이후 살면서 겪어온 인생을 그린 소설로 그녀의 가족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가족을 모두 잃어버리고 15살 때까지 할아버지손에 맡겨졌던 이순일은 길도 없는 산을 오르며 매년 할아버지의 묘를 찾아 왔지만, 이제는 일흔두살의 할머니가 되었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더는 오지 못할 것 같아 파묘를 결정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어린 이순일을 곁에 두긴 했지만 우리가 아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노인은 성품이 괴팍했고, 먹을 것이 부족하면 자신은 챙겨 먹어도 손녀가 굶는 것은 신경쓰지 않았고, 작은 어깨에 멍에를 이고 밭을 갈게 하였으며, 학교 수업 중에도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 다양한 핑계를 대고 집으로 데리고 가기 일쑤였습니다.
"저거 하나 살았어."
가족들이 배추밭을 기어 월북할 당시 이순일의 나이는 5살, 그 어린아이 등에는 3살 동생이 업혀 있었기에 이순일은 결국 어른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외할아버지 손에 맡겨진 것입니다.
"외조부는 그것이 네 탓이라거나 동생의 죽음이 네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외조부가 저거 하나 남았다고 말할 때마다 이순일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신이 불에 타 사흘을 앓아 누워있는 동생을 보면서, 동생의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맡았던 그 냄새와 들었던 그 아이의 숨쉬는 소리를 잊지 못하는 이순일의 그 마음이 어땠을까, 할아버지의 그 말이 어린 이순일에게 칼날처럼 들어와 박혔던 것 같았습니다. 굳이 입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혼자 안고 가야했던 그 죄책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어렸던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넘긴 것 같아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둘째 딸 한세진과 동행하여 파묘를 끝내고 보인 이순일의 '웃는 얼굴'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복잡했을 이순일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이순일의 나이 15살이던 해 '좋은 것'을 주겠다던 고모의 약속을 믿고 할아버지를 떠나 따라나선 그날부터 식모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고모네는 7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빨래와 식사 준비, 뒤처리만으로 할일이 넘쳐났고, 고모는 위험하다는 핑계로 외출을 자제시켰으며, 기본이 너무 없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옆집에 사는 순자를 알게 되었고, (이순일의 어린시절 이름'순자')이름이 똑같았던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때리면 벽 너머에 네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고 순자가 말한 적이 있었다. 더 때려봐 어디 죽여봐 내가 깩소리를 내면 '순자'가 듣는다 '순자'가 듣고 있다 듣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 죽을 것 같다가도 무섭지 않고 이상하게 배짱이 생긴다고 말하던 순자."
부모가 있든, 없든 그녀들의 삶은 다르지 않았고,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존재라,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가 되고 있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옆집 순자의 도움으로 이순일은 고모네에서 탈출을 하지만, 결국 순자가 어른들의 추궁에 지고 말았던 것인지, 찾아온 고모부의 손에 끌려 이순일은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순자는 그냥 서 있었어. 네가 왜 여기 있냐거나 미안하다거나 일이 어떻게 되었다거나, 말도 걸지 않고 그냥 서 있었단 말이야. 내가 순자의 뺨을 때렸어. 그 애는 울지도 않았다"
고모네서 탈출하여 잠깐의 희망을 보았던 이순일이 다시 끌려왔을 때의 그 좌절감과 원망이 얼마나 컸을까 싶으면서도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한 순자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기에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집들이 간격없이 붙어 살았고, 등불로 불을 밝혔던 때라 화재가 잦던 그때, 순식간에 일어난 불은 순자네, 고모네 할 것 없이 모두를 태워버린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순자네는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고모네도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고모네를 따라가는 대신 결혼을 택한 이순일은 시장 상인의 소개로 전쟁고아였던 한중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첫째 딸, 한영진은 장모 이순일에게 오르막길에서 주저없이 등을 내밀던 남편 김원상을 보며, '생각을 덜 하기 때문에 의식하지도, 과시하지도 않은 채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생각이란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생각'을 '안간힘'이라고 정의를 내리는 한영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과 생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지만, 결코 밖으로 내보일 수 없는 것들을 마음속에 쌓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망가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영진은 아이를 낳고 우울증이 심했던 것인지 출산을 계기로 이순일의 도움을 받게되고, 함께 살게되면서 이순일은 두 집 살림과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내가 몇시에 퇴근하든 엄마는 부엌에 불을 켜두고 나를 기다렸어. 매일 늦게까지 나를 기다렸다가 금방 지은 밥하고 새로 끓인 국으로 밥상을 차려줬어."
"그 애는 거기 살라고 하면서 내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돌아오지 말라고. 너 살기 좋은 데 있으라고."
한영진은 맏이로서 제일 먼저 취직해 경제능력이 없던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에 보탬이 되었지만, 해외에 나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그 애'(막내아들 한만수)를 대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서운함을 느껴던 것 같습니다. 저도 첫째인지라 한영진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칭찬은 제가 더 많이 들었고, 야단은 동생이 더 많이 맞았지만, 자식이라는 위치에서 더 자유로울수 있었던 것은 동생이 아니었나 싶었기에 지금 제 첫째 아들에게는 그런 무거운 책임감을 지우지 않도록 애쓰고 있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살 수는 없다"
"이순일도 그랬을 거라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살아보니 정말이지 그게 진리였다. 현명하고 덜 서글픈 쪽을 향한 진리."
아이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기도 한 문장을 읽으면서 '서글프다'는 말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과의 공동생활을 염두에 두고 가르치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이라는 범주안에서 자신을 위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 '서글픈'쪽은 선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기를,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모두 이순일과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를 떠나, 그저 내 자식이기에 하게 되는 걱정.
'눈 감는 그날까지 자식걱정'이라는 엄마의 말도 떠오르면서, 자신은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자식들에게 준다는 것이, 자신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이순일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도 되었습니다.
둘째 딸, 한세진과 함께 사는 룸메이트 하미영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한 기억을 통한 엄마에 대한 원망과 엄마가 그런 행동을 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을 그녀에게 방치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하미영은 어른이 되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마주하고 힘들어 합니다.
"아버지는 나더러 잊으래. 편해지려면 잊으래. 살아보니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며. 도저히 용서 할수 없다면, 잊어. 그것이 정말 비결이면 어쩌지."
기억이라는 것이 선택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그건 죽을때 까지 마음의 상처가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의 비결'이라는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잊는것 또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지,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게는 그런 아픈 기억이 아직은 없지만, 나중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지금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글의 마지막에서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하미영은 주인공 나탈리의 남편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간 것을 용서할 틈도 없이 너무 바쁘게 흘러가는 나탈리의 삶을 그리면서 화해와 로맨스에 대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을 적절하게 실망시키는 내용의 영화라 마음에 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그것이 나탈리를 향해 다가오니까."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받고, 원망하고, 미워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든 부둥켜안고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고통을 잊고 또는 발판삼아 함께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여서 모든 내용을 적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마음에 남은 구절을 적는 것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처음 접한 작가님의 책이었는데 꽤 괜찮았고,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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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8월 24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7.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죽음이 감히 우리에게 찾아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비밀스런 죽음의 집으로 달려들어간다면 그것은 죄일까?" - 셰익스피어
이 책의 화자는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살'이라는 행위를 돕는 '자살안내자'로서 그들을 삶에서 해방(?)시켜주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처음 제목을 보면서 '파괴'의 의미가 '자살'을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말이 있듯이, 주변에서 종종 그런 소식을 접하기도 합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외할머니께서도 그러셨고, 신랑 친구분도, 건너건너 아는 사람의 사연도 듣곤 했습니다.
이 책의 시작은 다비드의 유화 '마라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이 작품은 사실을 전제로 그린 것으로 프랑스 혁명가 장폴 마라가 샤를로트 코르데에게 살해 당한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내가 그린 마라는 너무 편안해 보여서 문제다. 다비드의 마라에게선 불의의 기습을 당한 젊은 혁명가의 억울함도, 세상 번뇌에서 벗어난 자의 후련함도 보이지 않는다."
이 구절을 보면서 화자는 죽음을 통해 '편안함'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내면의 충동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그림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뢰인이 될 자격이 있는 잠재고객들을 물색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무의식 깊은 곳에 감금해 둔 욕망을 끄집어내고 싶을 뿐이다. 일단 풀려난 욕망은 자가증식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상상력은 비약하기 시작하고 궁극엔 내 의뢰인이 될 소질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잠재고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결국엔 (자살)계약을 맺게 합니다. 자살안내자의 이러한 행동은 보이는 것은 상처입은 어린 양들을 보살펴 주고 위해주는 듯 보이지만, 누구나가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약해진다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해방을 명분으로 유약한 존재의 내면을 파고 들어 '자살'이라는 길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등장인물들과 얽힌 또는 그들간의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소설 속 두번째 그림인 클림트의 '유디트'는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죽인 인물로 푸른빛으로 표현된 육체는 시체로 보입니다.
그녀와 닮아서 '유디트'로 불려진 인물은 결국엔 그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인 것도 같습니다.
유디트는 노래방에서 우연히 K를 만나 그의 곁에 머물렀었고, K의 형인 C의 곁에서도 머물러봤지만 그들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었고 텅빈 무언가를 채울 수 없었던 유디트는 두 남자 곁을 떠나 다시 떠돌게 됩니다.
"너희 둘은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종자야. 누군가를 죽일 수 없는 사람들은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해"
유디트는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자기의 공허함이 사라질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 죽음체험으로 관속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던 그녀는 그 감상으로 '너무 편안하고 포근해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고 회상합니다. 유디트의 결핍, 공허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결국 떠난 길의 끝에서 자살안내자를 만나 계약을 하게 되고, 유디트는 가스를 마시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미미는 즉흥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인으로 '실재'와 대면하는 것을 진짜 예술이라고 생각했기에 촬영기법 등을 이용한 방법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누군가(화자인듯 함)의 추천으로 C와 비디오 촬영을 하게 됩니다.
"즉흥 퍼포먼스에 대한 모든 공격은 참된 아름다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인간들은 불멸에 대한 강박 때문에 참된 아름다움을 박제하죠. 그들은 죽은 예술에 길들여진 노예들이에요"
예술의 대한 의견차이로 언쟁이 있기도 했지만, 촬영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미미와의 촬영을 통해 C도 본인이 만든 세계속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쫓고 있는 C. 어느새인가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카메라는 다시 그의 무기가 되고, 작지만 안전한 도피처가 된다."
미미 또한 자신이 진짜 예술다운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단 한번도 나를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디론가 계속 도망치고 있는 기분으로 평생을 살아오 느낌이었어. 나는 이러저러한 것들로부터 계속 도망치고 있었던 거지."
미미도 자살안내자를 통해 욕조에서 손목을 긋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화자는 "미미는 멋지게 떠났고, 유디트는 편안하게 갔다"고 말합니다.
유디트는 자신의 결핍을 채워 줄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 결국은 포기하고 자살이라는 것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했고, 미미는 자신이 확고히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이 무너지면서 삶을 놓아버린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들은 자살안내자를 만나자마자 충동적, 즉각적으로 그 선택을 내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마간의 고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다시 찾아 갈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세상에 그녀들을 잡아줄 한줄기 빛이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았을까.
C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지만, 결국 본인이 만든 안식처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 살아가는 삶을 선택합니다. C의 그런 선택이 얼마간의 안정감을 줄 순 있겠지만, 길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또한 '잠재적인 자살'의 가능성을 품고 살아가는 한명일 뿐이고, 이는 K와 홍콩여자 또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 모두 일생에 한 번쯤은 나를 만나게 될것이다. 나는 예고 없이 다가가 물을 것이다. 멀리 왔는데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 않느냐고. 또는, 휴식을 원하지 않느냐고. 그때 내 손을 잡고 따라 오라."
마지막 구절은, 전달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어느 순간 어느 한때에는 유디트가 될 수 있고, 미미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제는 내가 쉬고 싶어진다. 내 거실 가득히 피어 있는 조화 무더기들처럼 내 인생은 언제나 변함없고 한없이 무료하다"
소설 마지막에서는 자살안내자 또한 자신의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쉬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이면서 그의 자살을 예측 할 수 있었고, 그 또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읽는 내내 상식적이지 않은 인물관계도와 난해한 내용에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힘든 감정과 희망없는 삶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지 않았을까. 유디트와 미미의 마지막에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자살안내자였기에 그런 결말이 있지 않았을까 싶으면서 그만큼 그녀들의 주변에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평소 친구들과는 결혼하고 각자의 가정을 꾸려나가기 바쁘고, 직장과 육아로 가족들의 안부는 뒷전이며, 동료들과는 형식적인 호의만 주고받는 관계를 새삼 반성했습니다. 따뜻한 말한마디, 작은 관심으로 누군가는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주는 좀 더 밝은 내용의 책이 눈에 띄길 기대하면서, 힘찬 한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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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8월 17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6. 마음 - 나쓰메 소세키
한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비가 오고 난 뒤라 그런지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집안은 다시 에어컨 풀가동, 선선한 바람이 어서 불어오기를 바라는 마음만 커질 뿐이네요 ㅎ
내일이면 아이들의 개학이 입니다!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부터 밀린 방학숙제 처리와 준비물 점검 등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 방학동안 아직 저학년인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필요했기에 고정출근을 하는 저와는 달리 움직임이 자유로운 신랑이 고생이 많았는데 다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두달 남짓한 겨울방학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
이번에 읽은 책은 저번주에 노트북님께서 추천해 주신 '마음'을 읽고 왔습니다. 신랑에게 대신 도서관에서 빌려다 달라고 부탁을 해서 건네받은 책은 생각보다 (제 기준에)두께가 두툼해서 당황을 했었습니다 😁
그땐 이미 수요일이었기에 다 읽을 수 있을까 2초동안 고민을 했지만, 일단 무모한 시작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ㅎ
막상 후기를 쓰려고 하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노트북님께서도 다른 분들을 위해 남겨두신 부분이라 '내가 적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졌었죠. 어쨌든 후기를 올리긴 해야겠기에 간단히 줄여서 올려볼까 합니다🙏
주인공인 '나'가 친구의 초대로 방문하게 된 가마쿠라에서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유없이 '선생님'에게 끌리던 주인공이 끊임없이 '선생님'댁을 찾아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나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남을 경멸한 것이 아니라 우선 자신을 경멸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애틋한 감정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나'는 자신의 관심과 호감에도 선을 긋는 듯한 행동을 하는 '선생님'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죽고 난뒤 그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선생님댁을 방문하면서 '나'는 그가 매달 조시가야 묘지에 찾아가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선생님'에게 성묘에 같이 데려갈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게 되고, 더는 채근하지 않고 선생님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너무나도 철저히 숨겼기에 그 묘지의 주인이 과거에 선생님이 살해했던 누군가의 묘가 아닌가 혼자 추측 해봤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인물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 또한 경멸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훗날에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 존경을 거부하고 싶은 겁니다. 나는 지금 이상으로 외로울 훗날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뎌 내고 싶은 겁니다..."
(처음에 의미를 잘 몰랐는데, 아마도 자신을 새로 알게된 사람들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들켜 실망을 줄까, 외면을 당할까 하는 마음에 더 큰 고통을 피하려고 철저히 다른 사람들을 거부하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나'가 보는 선생님 부부는 사이가 꽤 좋아보였지만, 선생님이 정의한 부부사이는 '나'에게 의문의 여지를 갖게 합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해야 맞는 한쌍이지요."
(선택지가 행복한 모습 밖에는 없기 때문에 혹은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졌기에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감춰진 과거 속에서 묻어나는 선생님의 행동들이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으면서 저 또한 그런 부분이 많기도 했습니다.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주인공은 사모님에게도 '선생님'이라는 사람에 관해 물어보았지만 그녀 또한 아는 것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남편과의 관계속에서 그녀의 입장 또한 괴로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과 남편 사이에는 아무것도 쌓인 것이 없다, 없을 텐데도 또 보면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려고 하면 역시 아무것도 없다."
사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조시가야 묘지의 주인공이 선생님에게 대학시절 자살한 절친한 친구의 묘지라는 것을 듣게 됩니다.
이후 '나'는 예전부터 신장병을 앓아온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잠시 다녀오게 되면서, 사모님의 어머니가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 집의 재산에 대해 갑작스러운 질문을 하면서 아버님이 건강하실때 자신의 몫을 분명히 챙기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악인으로 정해진 사람이 세상에 있을리 없습니다. 평소에는 모두 다 좋은 사람이지요. 최소한 모두 보통사람입니다. 그러다가 여차하면 갑자기 악인으로 바뀌니 무서운 일이지요."
'나'는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말을 도통 이해 할 수가 없었고, 한편으로는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에서 언짢음을 느끼지만, 선생님이 어린시절에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친척에서 속았고, 그들에게 받은 굴욕과 손해라는 짐의 무게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로인해 선생님은 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를 모두 증오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오래 시간에 걸쳐 인연을 이어오던 둘은 서로의 삶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일상적인 것들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충분한 신뢰를 쌓아갔고 그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서로에게 스며들 듯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떻게든 당신만은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사람을 신뢰해 보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단 한사람이 될 수 있습니까?"
주인공의 아버지 병환의 악화로 '나'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나'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도 선생님의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친인척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벌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반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인공이 의무감에서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에게 두꺼운 편지 한통을 받은 '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않고 선생님을 만나러 향합니다.
편지는 선생님의 감춰져 있던 과거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스무살이 채 되기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장티푸스란 병으로 돌아가시고 작은아버지 손에 맡겨져 남은 학창시절을 보냈어야 했으며 그 후 3년 동안 도쿄에서 생활 할 당시 믿었던 작은아버지는 자신의 재산을 속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사촌누이와 결혼시키는 계략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길로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다시 도쿄로 올라와 하숙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그 집 주인아주머니와 딸인 아가씨를 만나게 됩니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자신의 불안정한 내면, 즉 불안한 눈초리나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따윈 신경쓰지 않았고, 그런 모습에 선생님은 경계를 풀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점차 그들과 가까워졌고, 함께 쇼핑도 하고 가족같이 지낼 수 있게 됩니다.
"나는 돈에 관해 인간을 의심했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아직 인간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가씨를 좋아하게 됩니다.
하지만 친구 K를 하숙집에 들이고 나서 문제가 생깁니다.
K는 승려의 차남으로 본가를 떠나 의사 집안의 양자로 호적을 옮기게 되는데, 양아버지는 의사를 만들 생각으로 K를 도쿄로 보냅니다. 하지만 K는 의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양아버지와 본가를 속이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그 사실이 들통나 본가와 양아버지에게 모두 팽 당하고 혼자 힘들게 살아가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친구였던 선생님은 경제적인 도움은 물론이고, 자신이 하숙집에 머무르면서 점차 밝아졌던 모습을 기억하며, K도 이 곳에서 안정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숙집에서 같이 생활할 것을 권합니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K의 상황을 설명하며 설득에 성공한 선생님은 K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건의 발단은 K가 하숙집 식구들과 경계를 풀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아가씨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은 K와 아가씨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하고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하루 이틀 그저 사소한 오해일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이 빗나가고 현실이 명확해져오자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지만 내면은 질투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K는 아가씨에 대한 마음을 선생님에게 고백하게 되고 K는 자신과 다르게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밀어붙이는 배짱이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선생님은 더욱 조급해 집니다. 산책을 하며 이렇게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K에게 선생님은 "정신적인 향상심이 없는 사람은 바보다"라는 대답을 돌려줍니다.
K는 진종사에서 태어나 '정진'이라는 말을 줄곧 해왔으며 가고자 하는 길을 위해서라면 욕망 조절이나 금욕이라는 것이 그 첫번째 신조이며, 그 속에 내포된 의미의 무게가 엄청나 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선생님은 단칼에 그의 허점을 찌를 수 있는 말을 한 것입니다. 그 후 선생님은 아주머니를 만나 딸을 달라고 담판을 짓고, 아비 없이 홀로 딸을 키우던 아주머니도 흔쾌히 수락을 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늦게 서야 전해 들은 K는 결국 유서 한장을 남기고 자신의 작은 방에서 자살을 하고 맙니다.
작은 아버지와의 사건을 통해 남을 믿을 수 없게 된 선생님은 K와의 사건을 통해 자신도 작은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됩니다.
"가끔씩 두려운 그림자가 번득였습니다. 처음에 그것은 우연히 바깥에서 엄습해 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내 마음이 그 무서운 빚줄기에 응답하게 되었습니다. 끝내는 밖에서 오지 않아도 내 가슴 밑바닥에 숨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삶은 겉으로는 단조롭고 평화로웠지만 자신의 내면에서는 고통스러운 전쟁이었고, 한편에 따라다니는 검은 그림자는 죽음으로 향하는 길만을 활짝 열어놓은 채 옥죄어 왔기에 세상으로 나아갈수 없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추측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기에 혼자서 추리 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주인공인 '나'가 왜 그렇게 선생님에게 관심을 두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고백과도 같은 소설의 전개상 선생님의 과거를 전혀 모르는 인물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그 누구도, 자신 조차도 믿지 못했던 인물이 낯선이에게 마음을 열고 관계를 깊이 맺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스토리상 K이의 죽음이 안타까웠고, 아무것도 몰랐던 사모님의 입장이 다행인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온 선생님의 삶이, 항상 죽음으로 열린 문을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기도 하고, 아내를 위해서 선뜻 그 길을 가지 않고 버텨온 것도 설사 죄책감 때문이었다고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점은 선생님의 편지 내용을 읽는 내내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에 따라가며 저도 덩달아 동요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사건을 통해서 사람의 감정을 전달했기에 이입이 더 잘 될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누군가에게 쉽게 고백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기에 책을 통해 드러나는 어둡고 무거운 면들을 정확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이라는 책의 제목이 찰떡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도련님부터 차근히 읽어보지 못한 점이 아쉽긴 했지만, 덕분에 좋은 책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한번 읽는 것으로는 온전히 소화하지는 못한 것 같아 다음에 여유가 될 때 다시 곱씹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시원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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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8월 09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5. 망각일기 - 세라망구소
이번주는 날씨가 제법 선선해져서 에어컨을 잠시 끄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내일 한 차례 비가 온다더니 하루 종일 흐리기만 하더라구요^^
조만간 비가 오고 다시 후덥지근해 지기 전에 한껏 즐기며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시고, 그렇기에 마음 한켠에 자기만의 책을 집필해보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초등학교때는 일기를 써서 상도 받고, 학창시절에는 친구들에게 글을 잘 쓴다는 말도 이따금 들었었지만, 그 시절을 돌아보면 정작 스스로 책읽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기에 발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서야 독서모임을 통해 한걸음 내딛는 기분을 만끽하면서 대단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를 내고 있긴합니다 😁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망각일기'라는 책으로 25년 동안 일기를 써온 저자가 그 일기를 토대로 쓴 것으로, '일기'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했고,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써왔다는 사실이 인상 깊기도 하여 골라 보았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 되고, 멋진 글귀나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 있으면 체크를 하는데, '망각일기'를 읽는 내내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자꾸 자꾸 멈추게 되는 부분들이 참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보니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체크된 부분이 가장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의 전부, 잊혀져가는 기억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조차 기록으로 남기려 애썼던 저자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변화를 겪으면서 얽매어 있던 시간과 기억, 일기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적은 책입니다.
저자는 일기가 없는 삶을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삶의 일부로써 일기쓰기를 지속해 오던 사람이었습니다.
"일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뭔가를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을 막기 위해 동원한 방어기제였다"
'방어기제' 라는 단어로 표현한 그 자체로 그녀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었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언젠가 친구와 방문한 어느 행사에서 한 그림을 보고 느낀 벅찬 감정을 기록했고, 이때부터 자기 기록을 하나의 일과로 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틀비틀 서성이면서, 비몽사몽간에, 내가 세상에 진 빚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는 한해 목표가 일기쓰기와 다이어트일 만큼 수많은 시도를 해왔었는데, 망각의 동물로 살면서 그 어떤 끄적거림의 행위 없이, 살아온 지난날들을 기억한다는 건 참 힘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구절을 읽고 있으니 딱 제 상황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력이 굉장히 안좋은 저는 지인들과 추억 소환을 할 때면 '그때 나도 함께 였는지', '그때 나는 뭘 하고 있었는지'를 빠지지 않고 물어봐야 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출산을 해서 그런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곤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녀의 일기쓰기의 '이유'가 더 크게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건을 담은 사진을 들여다보다 보면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사이에 벌어진 모든 일을 차차 잊어버리게 된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떨어지는 기억력에 맞서기 위해, 추억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지만, 이 구절을 읽으니 사진 속에는 그때 느꼈던 감정, 기분 등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기록이라는 방법이 기억을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시간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면서도, 단지 반복적인 행위 자체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결국엔 아무 소용없는 짓이 되버리지 않을까, 20년을 고민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모든 글은 문체와 형식을 품고 있고, 좋은 글에서는 그런 것이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쓴 적 없는 문장을 쓰고 싶어"
일기쓰는 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욕심은 그녀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글은 문체와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다는 점, 아무도 쓴 적 없는 문장을 쓰고 싶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강박적이게 느낄 정도로 일기를 써왔지만, 그녀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녀가 출산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그녀는 우리가 아는 전쟁통 속에 빠지게 됩니다. 밤낮으로 수유하고 잠을 자고 아이를 케어하는 그 시간 속에서 거의 반 수면 상태로 지내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내 몸, 내 삶은 내 아이의 삶을 이루는 풍경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다. 나는 하나의 세상이다"
육아라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시간의 연속성에 저항하던 그녀는, 아이가 살아가는 연속적인 배경이 되고, 아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고, 위안이 되는 주체가 됨을 느낍니다. 이후 그녀의 일기는 온전히 아이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차게 되고, 시간은 그저 시간을 살아내고 있을 뿐인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이것은 내가 어느 정도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더이상 내게 일어나는 일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변화를 통해 스스로를 '질적으로 늙었다'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은 무엇인가를 곱씹으며, 일기에 기록할 시간과 삶이 바닥나 버린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신 아이의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질적으로 늙었다'라는 것은 삶의 성숙을 의미 하지 않을까 짐작하면서,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부모의 삶을 저 또한 살고 있기에 너무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문제는 삶의 형태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사실, 그에 따라 우리가 다양한 층위의 충만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있는듯하다"
'다양한 층위의 충만감'이란 우리 각자가 속한 삶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색이 지질층처럼 다르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혼자 지내던 시간에서 벗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아이가 주는 행복의 충만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하나의 삶을 살면서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을 '특권'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의 순간을 지켜보는 것도, 나의 죽음의 순간을 느끼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없어진 후의 시간이 이어질 것임을 아는 것도. 자신이 했던 '과거에 대해 생각하는데 모든 시간을 써버린다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으로 뒤바뀐지 오래였고, 영원이라는 시간을 배경으로 잠시 흘러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 말합니다.
"섬광이 번쩍인다ㅡ그러면 나는 사라지지만, 보라, 끝없이 이어지는 빛의 세계를 통과하는 몸들의 울렁임을"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일기쓰기에 관해 딱 저자와 같이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내가 진정으로 일기를 써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처럼 과거의 모든 일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고, 매년 일기쓰기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와 비슷한 또 다른 강박에서 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내가 기억하고 싶은 특별한 일들의 모음집이라면 그 의미가 충분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년에도 같은 목표를 적으며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시간과 기록, 기억과 관련하여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에 한번쯤 읽어보는 것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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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8월 02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4. 황토 - 조정래
한주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이번 주는 댓글 활동도 거의 못하고 방문도 거의 못한 것 같습니다.
저의 주 활동지인 회사에서 스프링쿨러가 센서 오류로 터지는 바람에 컴퓨터 고장이 불가피한 상황에 한동안 컴퓨터 사용의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냥 한대 사주면 될 것 같은데, 회사 돈이라 그런지 어떻게든 고쳐서 주려고 안감힘을 쓰더라구요 ㅎ
요즘은 저에게 자질구레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게도 평온한 일상을 보낼때는 무료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일들이 하나씩 터지면 '세상이 날 가만히 두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니 우습기도 하고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저번주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인간연습'이라는 책이 너무 잘 읽혔기에, 중간에 조정래님의 책을 추가로 빌렸었는데, '황토'라는 책입니다. '인간연습'보다 먼저 씌여진 책으로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해방 후 6.25 전쟁을 거쳐 휴전 협정 체결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점례'라는 한 여인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여자라서, 딸이라서, 아내라서, 엄마라서 점례의 삶에 감정이입이 되어 더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주인의 과수원에서 일하고 품삯을 받는 일을 해왔는데, 주인마님이 일본에 간 틈을 타 주인은 미륵댁(점례의 엄마)을 범하려는 것을 발견한 남편이 주인을 피투성이가 될때까지 혼을 내준 사건으로 주재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17살의 점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주재소의 주임(일본인: 야마다)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점례 집의 형편이 살만하게 되었지만 점례는 견딜 수 없는 수치심을 감내해야 했으며, 야마다의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는 창피스러움에 감옥같은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이후 점례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임신 사실을 몰랐던 점례의 아버지는 충격에 쓰러지고 맙니다. 차마 찾아가지 못하던 점례는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에 겨우 찾아갔지만, 왜놈 손에 시집 아닌 시집을 보내야 했던 한탄소리만 남기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납니다.
해방 후 야마다는 야반도주를 했고, 아들과 점례는 버려진 신세가 되고 맙니다.
"어디 또 한번 뻐겨보시지? 제까짓 게 언제부터 그리 귀한 몸이 돼서 사람을 앉아서 맞고, 앉아서 보내? 왜놈 첩질이 그렇게도 당당한 세도던? 바로 첩질한 뻔뻔스런 낯짝이래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나돌아다니는 게지?"
제일 친했던 친구 복실이가 외삼촌을 징용에서 면제해 달라고 찾아왔을때, 야마다의 아이를 임신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어쩔수 없이 앉아 있어야 했고, 복실이의 청을 들어줄 수 없었던 점례는 해방 후 만난 친구에게 몹쓸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몹쓸 소리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인 것을 보고 모두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고, 점례의 상황을 다 알면서도 그렇게까지 말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이 스물에 애비 없는 자식을 데리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 점례는 어머니의 뜻으로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큰이모를 따라 가게 되고, 잡다한 일손을 도우면서 큰이모네서 지내다 스물넷 나이의 '박항구'라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박항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독립투사로 대항하다 체포되어 목숨을 잃었고, 그는 해방 후 친일파 놈들을 처단하며 지내다 세상이 안정이 되자 이모부의 철공장에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와 결혼을 하게 된 점례는 처녀라고 속이고 하는 결혼에 아이를 낳은 몸의 변화를 들킬까 불안해 하지만,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돌아가신 시부모님께 마음 속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속이면서 결혼을 해야했던 점례의 상황에서 얼마나 안도되는 상황이었을까 공감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이미 고인이 된 시부모님께 사죄의 말을 전하는 점례의 행동에 그 죄책감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항구는 말수는 없었지만 친절했고 첫째 세연이, 둘째 세진이를 임심한 점례를 살뜰히 보살폈으며, 지극한 위함에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해방 후 남북의 정치이념이 갈리면서 김구 선생님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 사건으로 박항구는 큰 상심을 하여 술먹는 일이 잦아지고, 침울해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당신네 이모가 아니라고 쳐놓고 냉정히 생각해 봐.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됐는가 말이야. 가난한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마구 부려서 된 부자야... 다 같은 사람이 한쪽은 주인으로 배가 터지고 다른 쪽은 종으로 굶어죽을 지경이 되고, 이건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지옥이야, 지옥"
농지개혁으로 하루 아침에 재산을 거의 잃어버린 큰이모네를 걱정하는 점례에게 남편 박항구가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느껴지듯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민군들을 데리고 인민위워회 부위원장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북쪽에서도 농토를 고루고루 나누어주었다고 하잖아. 그래,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어"
전쟁통 속에서 격전지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사람들도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민군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후퇴하자 상황은 다시 역전이 되었고,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의 아내였던 점례는 첫째 세연이를 큰이모에게 맡기고 갓난쟁이만 데리고 체포됩니다. 긴 심문의 시간을 버티면서 나빠진 몸 상태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니 설사를 하는 등 세진이의 건강도 나빠졌습니다.
"사타구니는 벌겋게 짓물렀다. 숨만 할딱거릴 뿐 이제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젖꼭지를 물렸지만 뱉어내지도 못했다. 목에 가래까지 끓이며 숨을 할딱거렸다. 눈을 꼭 감은 채였다"
아이가 하루만 설사를 해도 걱정인데, 제대로 된 모유도 먹이지 못하고 치료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점례의 마음이 얼마나 닳고 닳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다시 시작된 심문에서 서양 군인 프랜더스 대위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세진이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신원보증과 함께 혐의없음으로 석방이 됩니다. 하지만 온전한 자유가 아니었고, 아이의 퇴원을 기다리는 명목으로 미군 장교 숙소의 잡일을 하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지만, 또 하나의 야마다와 다를 바 없었던 프랜더스 대위의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세진이는 결국 죽게 되고, 힘들어하는 점례의 곁에서 프랜더스 대위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로하지만, 신원보증의 이유로 그녀가 떠나가는 걸 막은 그는 첫째 세연이를 그녀의 곁에 데려오면서 떠날 이유 조차 없애버립니다.
처음 아이를 점례와 떼어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그녀를 속이기 위함이라고 생각했지만, 프랜더스 대위 또한 자식을 가진 아버지라 그랬을까요? 진심으로 아이의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옮겼던 것이고, 아이가 죽었을 때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모습은 가식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점례와 자신의 아들을 두고 그의 나라로 떠나버리고, 또 다시 홀로 남겨진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거친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나라는 두 동강이가 난 채 끝난 전쟁이었다. 도로 38선 그 근방에서 끝난 그 전쟁은 이긴 쪽도 진 쪽도 없는, 왜 싸웠는지 모를 이상하고도 어이없는 전쟁이었다"
그 시절을 겪어보진 못했지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는 심정이었습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지금도 이런 어이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부모에게 무한정 바라기 마련이고,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잘못일 것이었다"
이후 점례는 억척같이, 오로지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아가지만 뜻대로 커주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탓을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그 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식을 이렇게 대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마음을 미련하다고 하기 힘들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에서 점례를 이해하지만 자식된 도리로 점례 자식의 이해되지 않은 행동은 혀를 차게 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희 시할머니께서도 딱 점례같이 3번의 결혼과 자식들을 낳으셨고, 전쟁통을 이겨내시며 살아오셨다고 막연히 들을 때는 '옛날에는 다 그랬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컸는데 우연히 이런 책을 읽으니 마음에 더 와 닿으면서 고단했들 당시 여인들, 사람들의 삶은 살아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창시절 역사 공부가 너무 싫었었는데, 요즘 부쩍 관심이 가니 우습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배워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시원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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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7월 28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3. 인간연습 - 조정래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물난리가 난 직후라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가는 곳마다 날씨가 좋았습니다만 너무 덥더라구요 😂요새 수영에 재미를 붙이 남매라 물놀이 위주로 다녀 새카맣게 탔지만, 이런게 또 여름 휴가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다녀와서 목감기와 열로 인해 며칠 고생했습니다.😭
코로나 때 이후로 소염진통제에 대해 알러지가 생기는 바람에 열이 나면 답이 없더라구요~
알찬 여름 휴가도 좋지만 무리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요양코스로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조정래의 인간연습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우리나라가 전쟁을 겪으면서 남과 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남으로 보내진 간첩, 두명의 전향수 박동건과, 윤혁이라는 인물의 삶의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박동건은 일찍감치 결혼을 하여 아내와 슬하의 자식들을 두고 있었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박동건은 북으로 가버리고 아내 혼자 자식들을 키워야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연좌제는 남아 그의 가족은 물론 친인척들까지 못살게 굴었고, 아들은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막노동꾼이 될 수 밖에 없었으며, 딸은 이혼을 당하여 자살을 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삶이 무너지는 시간을 견뎌야했지만, 그가 전향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아내는 한줄기 희망을 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전향은 온전히 그의 의지가 아니었고 떡공이들의 고문을 견디다 못해 기절한 상태에서 어쩔수 없이 강제로 손도장을 찍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 었기 때문에 아내가 품은 희망을 지켜줄 수 없었고, 가족들은 그에게서 멀어지게 됩니다.
긴 감옥생활 끝에 강제 전향하여 출소를 하게 되지만 사상의 조국으로 떠받들었던 소련이 무너지고, 자랑스러워했던 조국의 인민들이 굶어죽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사회주의 사상의 몰락을 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막내아들과 아내만 참석한 박동건의 장례식은 쓸쓸하게 치뤄집니다.
자신이 찬양하던 사회주의 사상을 따르다 자신의 삶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나 사상, 이념 등과 같이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부분을 극단적으로 의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박동건의 삶을 이해하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위대한 업적이나, 개혁 같은 일을 위해서는 이런 무모한 자세도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 작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온전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 이상이 될 수 있겠지만, 박동건이라는 인물은 그 보다는 원대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무언가를 쫓고 있었나 봅니다.
그의 삶에 잠시 머물렀던 아내라는 인물이 더 대단하고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남편 없이 그 전쟁통에 3명의 자식을 키워야 했고, 전쟁이 끝나도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모진 삶을 이겨내야 했던 그녀의 삶이 불쌍했습니다.
박동건의 장례식에서 조차 무심하고 매정했지만,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삶을 포기 하지 않고 살아왔음이, 같이 활동했던 윤혁조차 그녀의 모습을 인정 할수 밖에 없고, 그의 유골을 아무대나 뿌리지 않고 납골당에 모셔주는 이들에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듯이,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고 느껴졌습니다.
"박동지, 이만하면 되지 않았소. 그만 훌훌 털고 떠나가시오. 박동지 말마따나 우린 헛살았는지도 모르겠소"
박동건 마지막 가는 길 윤혁이 마음속으로 그에게 남긴 말이었습니다.
같은 동지였고, 같은 사상을 따랐던 윤혁에게 그가 남긴 죽음은 많은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윤혁의 삶은 박동건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30년간의 감옥생활을 했고, 윤혁은 그곳에서 얻은 어지럼병으로 인해 어쩔수 없긴 했지만 스스로 전향을 선택한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남한에 가족은 없었지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은)경희와 기준이라는 남매와 친해지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찾습니다.
"친할아버지 대하듯 감겨오고 의지하는 것을 느끼며, 내가 오래 살아야지, 하는 생각까지 불현듯 하고는 했었다"
윤혁은 며칠에 한번씩 남매와 저녁을 나눠먹으며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즐거움을 찾습니다.
그에게 감겨오는 남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그의 아픈 현실에 에너지를 주고 동기부여가 됩니다.
감옥에서 출소 후 보호관찰 생활을 하는데, 경찰과의 마찰도 부드럽게 넘길 줄 아는 모습과, 속마음을 잘 숨기고 비위를 맞춰주는 모습을 보고 윤혁은 조금 유연한 사람인 듯 싶었습니다. 아마 박동건이었다면 급발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의든 타이든 간에 대처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거요. 마르크스주의란 기본적으로 밥 먹는 철학인데도 그것을 실현시키지 못해 결국은 스스로 몰락하고 말았다. 하아!"
"예, 맞는 말씀입니다. 김 형사의 말을 부정 할 수도, 묵살 할 수도 없었다."
윤혁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 먼저 감옥에서 출소하여 잊지 않고 면회도 와주고, 윤혁이 출소하자 번역 일거리를 가져다 주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강민규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됩니다. 강민규가 번역을 위해 가져다 준 책은 '호치민 평전'을 번역하면서 프랑스와 미국과 싸워 기적같은 승리를 얻은 베트남이었지만, 결국에는 부패와 타락으로 물들어 나라가 망할지경으로 썩어간 그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회주의 사상의 몰락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결국 각국의 공산당원이란 칼이라는 유익한 도구를 잘못 든 도둑과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인간의 문제였다"
"인간이란 본능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인간의 이성이란 본능을 이길 수 없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 아닐까. 그 '인간의 한계'가 사회주의의 몰락의 절대 원인은 아닐까.."
사실 저는 사회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소설이지만 남북이라는 우리 역사를 통해, 간첩이라는 인물의 모습으로 들여다 보니 어렵지 않게 궁금증을 갖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쁘게만 생각했던 사상이기도 했는데, 어떤 사상이든 인간을 통해 그 본질이 더럽혀 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도 알수 있었고, 인간의 본성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 그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이데올로기, 그것도 인간의 생산물이었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이었다"
윤혁은 강민규를 통해서 비전향자들을 북송한다는 소식과 최고권자가 정상회담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런 정치적 변화의 시점을 기회 삼아 윤혁 본인의 일생이 담긴 수기를 쓰게 됩니다. 그의 수기는 대박이 나게 되고, 그의 책을 통해 6.25전쟁 당시 간호사였던 여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당시 인민군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떤 장교가 자신보다 사병들의 병 치료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고 국군 장교부터 치료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과는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고 사회주의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인민군을 따라 나선 간호사였습니다.
결국 북으로 넘어가기 전에 잡혀 10년의 감옥생활 후 보육원을 운영중이고, 후에 이 여인의 초대에 윤혁은 경희, 기준 남매를 데리고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 보육원에서 윤혁은 행복한 생애 마지막을 보냅니다.
이번 소설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고,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짧은 후기 글에 못담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정립되지 않은 토론형식의 의문점들이 많아 정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회원님들이 토지에 열광했던 그 이유를 저만의 방법으로 조금 알 것도 같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바탕으로 되어 있어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늦은 후기 글에 죄송한 마음을 담아 보내면서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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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7월 19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2.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비가 엄청 온 1주일이었는데, 다들 비 피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제 드디어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ㅎㄷㄷ)
두달인 겨울방학과 달리 여름방학은 한달이라는 점에 안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맞벌이라 아이들 스스로 해쳐나가야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일은 방학하고 첫 여행을 떠나는 날이라 급하게 후기 글을 올려봅니다.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자 하는 고등학교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으면서 그 친구는 딸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세계 명작을 읽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학생 때는 안읽었을까?' 하는 질문에 저도 마찬가지였던지라 '지금부터도 늦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대학 졸업 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서울대생이 추천한 책이라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만은 대학생이고 싶었던지, 그때 못다한 것을 지금에서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ㅎ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연극의 대본과 같이 서술된 형식이었는데,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그의 마음과 삶의 보편적인 기다림에 대해 작품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은 총 5명으로 '고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 짐꾼을 데리고 다니는 포조와 포조의 짐꾼으로 목줄에 메어다니는 럭키, 고도의 말을 전하는 소년이 나옵니다.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언제, 어디서, 몇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심지어 언제부터 고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고도를 기다리는 것에 목숨을 겁니다.
그들이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면서 기다림에 지쳐 더디게 흐르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대화를 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동문서답일 때가 많았고, 무의미한 내용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연히 포조와 럭럭가 그들의 곁을 지나게 되고, 잠시 머무르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습니다.
'무슨 뜻이 있을꺼야' 싶어 중간에 럭키가 생각하는 부분이 3페이지 정도 나오는데 마음먹고 정말 신중히 읽었지만, 헛소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포조와 럭키가 떠나고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소년이 찾아와 고도가 오늘은 못오고, 내일 꼭 오겠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렇게 밤이 찾아오고, 다음 날 그들의 고도를 기다리기 위한 똑같은 하루가 반복이 됩니다.
제 2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등장한 포조는 눈이 멀고, 럭키는 벙어리가 된 채로 나옵니다.
블라드미르는 포조에게 언제 눈이 멀었고, 언제 벙어리가 된 것인지 물어봅니다. 이에 포조는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테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해가 잠깐 비추다간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
때가 오면 순리대로 지나가는 것들이 닥칠 뿐, '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싶었습니다.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되고, 귀가 멀어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아니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포조와 럭키가 다시 길을 떠난 뒤, 블라드미르는 다시 내일이 오면 어제인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 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 두자고..."
매일 붙어 있는 에스트라공이 포조와 럭키와의 만남을 잊어버리는 등 어제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고도를 기다리는 반복적인 일상과 시간 속에서 자연스레 잊혀지는 사실들과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불안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소년이 찾아왔고, 소년은 또다시 고도가 오늘 오지 못하고, 내일은 꼭 올것이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다시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과연 고도가 등장할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등장하지 않아 '고도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책에서는 고도를 명시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떠날까? 또는 죽을까?'를 계속 고민하다 결국에는 또 제자리인 모습을 보면서 쳇 바퀴 같은 삶을 살면서 그 속에서 희망, 꿈, 성공 등 손에 닿지 않고, 포기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기다리다 지칠 때, 기다림의 이유를 망각할 때 조차도 습관처럼, 당연하게 고도를 기다리게 되고, 지루한 시간들을 애를 써서라도 흘려보내게 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릴 때 기다림이 습관이 되어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오지 않을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라드미르도 잠시 습관이 귀를 막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에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저에게는 어려웠던, 완독까지는 수월했지만 중간중간 생각해야 되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조금 더 발전 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 해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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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7월 14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오랜 만에 후기를 남깁니다.
다시 글을 쓰고 있으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사실 7월 첫째주 부터 후기를 남기려고 했는데, 계속 일이 생겨 집중을 못할 것 같아 둘째주가 되서야 후기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주 초에는 워밍업으로 다른 분들 후기 글을 읽어 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다들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모습이 보기 좋더라구요
새로운 희후님의 글도 보여서 신규 분인 줄 알았더니 복학생이실 줄이야 ㅎ
짧은 댓글에도 반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해외 출장은 잘 다녀왔습니다.
요즘 비행기 사고도 많고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장거리 비행과 교육 스케줄이 빡빡했던 것을 빼면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곳에서 함께 지낸 룸메이트가 저보다 2살 어린 분이었는데 스케줄 다 소화하고 저녁에 술까지 먹고도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8km 달리고 오시는 것을 보고 그 의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행동했다고 그러더라구요^^
저와 성향은 매우 비슷했지만 의지적 태도와 마인드 컨트롤 등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의 달리기 사랑에 감명 받아 저도 달리기를 시작 했습니다 ^^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집 앞 논뚜렁 밭뚜렁 고작 몇 분 달리고 죽을 것처럼 쓰러지지는 수준에 불과 하지만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나중에는 10km 마라톤도 나갈 수 있겠죠?
이번 주 후기는 한달전... 읽다 중단된 설득의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가족들이 이사 간 바스로 향한 앤은 그곳에서 만남을 기대했던 엘리엇을 만나게 됩니다.
엘리엇은 친절하고, 상냥했으며 완벽한 신사의 모습으로 앤의 가족은 물론 모든 사람들의 호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레이디러셀 또한 이보다 더 훌륭한 앤의 신랑감을 찾아 볼 수 없다 생각할 정도로 그를 마음에 들어 했고, 호감을 가지고 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바스에 머무르면서 앤은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옛 동창의 소식을 듣게 되고, 자신이 어려웠을 적 도움을 줬던 (스미스부인)동창과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미스부인에게서 엘리엇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엘리엇은 스미스 부인의 신랑과 미혼일 때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 당시 가난했던 엘리엇을 ‘선량하고 누구보다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던 스미스 부부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그러나 재산을 불리는 것에만 목적이 있었던 엘리엇은 당시에 앤의 아버지 월터 경이 추진하는 작위 계승자와의 결혼은 그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그들과 등을 지게 됩니다. 그 후 엘리엇은 신분은 낮지만 부를 가진 여자와의 결혼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게 되지만, 악화된 재정 상태에 있던 친구 스미스를 부추겨 끊임없이 지출을 하게 만들어 결국 파산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절친한 친구에게 왜 이렇게 까지 해야만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황당했습니다)
끝까지 엘리엇을 믿었던 스미스는 죽으면서도 엘리엇을 유언 집행인으로 지정했지만, 엘리엇은 은혜를 모르는 무정함으로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남은 스미스 부인은 점점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엘리엇의 부인이 죽고 없는 현재, 막대한 부를 가진 엘리엇은 예전에는 하찮게 여겼던 혈통과 연줄에 대한 그의 생각이 크게 바뀌어 앤과의 혼인으로 혈통과 연줄을 얻고자 한다는 이야기도 스미스 부인을 통해 듣게 됩니다.
엘리엇의 전모를 다 들은 앤은 엘리엇을 대할 때마다 들었던 석연치 않았던 마음이 깔끔하게 정리가 됨을 느끼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스미스 부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 후 엘리엇을 만날 때 마다 앤은 티내지 않으면서 철저히 선을 그을 수 있었고, 각종 연주회나 모임 자리에서 웬트워스 대령을 만날 때마다 더 이상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버리고 온전히 그를 신경 쓰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머스그로브 사람들과의 만남 장소에서 앤은 하빌 대령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앤: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그렇게 금방 잊어버리지 못한답니다. 우린 집에서 조용히 갇혀 지내니까 감정에서 헤어날 수가 없어요.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기운을 내야 하잖아요. 언제나 곧장 세상으로 돌아가게 해 줄 직업이 있고... 계속되는 일과 변화는 곧 기억을 흐릿하게 만드는 법이지요'
남자와 여자 중 사랑하는 사람을 누가 더 빨리 잊느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웬트워스 대령은 앤에서 편지를 남기고 자리를 떠납니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특히 귀족 집안의 여자는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면서 ‘계속되는 변화들이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말에는 조금 공감이 갔습니다.
‘웬트워스 대령: 제가 너무 늦었다고, 그 소중한 감정이 영영 사라져버렸다고 하지 말아 주세요. 남자의 사랑이 더 빨리 식는 다고 말하지 마세요. 제가 사랑한 여자는 당신뿐이었습니다’
앤의 의견에 반박하는 말과 함께 8년 전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줬지만 긴 시간에도 변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과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버렸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자존심이 앞서 성공한 이후에 다시 고백하는 것을 망설였던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둘은 편지를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결실을 맺게 됩니다.
8년 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웬트워스와는 달리 지금은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그였기에 가족들의 반대가 없었고, 가장 좋은 신랑감으로 급부상했던 엘리엇의 이중적인 면이 들통 나면서 레이디러셀의 반대 또한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둘은 긴 시간을 돌고 돌아 행복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앞으론 지금보다 더 사랑하게 될 제 친구의 충고에 따랐던 것이 전적으로 옳았다는 뜻이지요. 그분은 제게 부모와 다름없어요. 그분의 충고가 옳았다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아마도 결과에 따라 좋은 충고였는지 나쁜 충고였는지 가려지는 그런 경우였던 것 같아요. 그분의 말을 따른 것이 옳았다는 거지요’
결과가 안 좋을 때는 남을 탓하기 쉬운데 8년 전 레이디러셀의 설득에 따른 결정으로 이 둘은 긴 시간을 헤맸어야 했지만, 결과를 떠나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앤의 모습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마음이라는 생각에 감명 깊었습니다.
엘리엇은 이중 계책을 가지고 접근했던 자신의 본 모습을 들키고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고, 자신의 익을 위해 오랜 시간 월터 경 곁에 머무르던 클레이 부인은 당장은 연정을 쫓아 엘리엇을 따라 떠났지만 서로를 향해 온전히 진실하지 못한 마음이 두 사람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설득을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으로 이뤄지는 것인지 새삼 알 수 있었고, 그 진실 된 마음이 흐르는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억되는 것이 얼마나 특별할 수 있는지, 어렸을 적 영화 같은 열렬한 사랑을 꿈꾸며 그리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도 들면서 앤과 웬트워스 대령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을 보면서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타격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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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5월 25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1. 설득 - 제인 오스틴
한주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마음이 어수선한 한 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청약을 넣기 위해 난생 처음 모델하우스에 다녀오기도 했고, 둘째가 근시 판정을 받아 심란한 마음으로 안경을 맞추기도 하고, 시에서 운영하여 비용이 싸서 그런지 경쟁이 치열한 수영장에 운이 좋게 아이들 등록을 성공했지만 당장 6월부터 강습이 시작되어 머리가 장발인 둘째 혼자서 샤워를 해야한다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들이 빵빵 터질때면 이벤트 없는 평안한 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기도 합니다. 단조롭기만 삷이 무슨 낙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조용할 틈 없이 무슨 미션미파서블을 찍는 것 같이 느껴져 버겁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 일수도 있겠죠? 😂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건 어쩔수가 없어 이렇게 작심3일에 한번씩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픽업으로 시간이 촉박하여 도서관으로 뛰어가서 눈에 띄는 것을 골라온 것이 오늘의 책입니다. 표지도 블랙으로 멋있고,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작가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라 고민도 없이 냅다 들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작가 이름을 검색해 보니 그나마 제가 아는 책이 '오만과 편견'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 '설득'이라는 책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사회계급이 있던 영국을 시대적 배경의 이야기로 귀족 가문의 둘째 딸 '앤 엘리엇'과 해군 장교 '웬트워스 대령'의 운명 같은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앤의 엄마(레이디 엘리엇)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레이디러셀'이 그 가정 곁에서 그녀의 아이들을 돌보았고, 가문의 위상에 목을 메는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엄마를 닮아 온화한 성정과, 기품을 지닌 앤은 레이디 러셀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1806년 여름, 웬트워스 대령은 전속 배치가 되지 않아 잠시 서머싯셔에 머무르게 되면서 19살의 앤과 만나 급속히 깊은 사랑에 빠져 일사천리로 약혼까지 하게 됩니다. 웬트워스 대령은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었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자심감과 재기 넘치는 표현력으로 앤의 마음을 얻었지만, 레이디러셀에게는 일개의 가난한 해군 장교일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앤의 짝으로 턱없이 부족해 보였기에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항상 믿고 따랐던 레이디러셀의 충고를 무시하기 어려웠던 어린 앤은 그녀의 설득에 넘어가 자신의 선택이 자신 뿐만 아니라 그의 행복을 위한 신중한 결정이라 애써 생각하며 약혼을 파기하게 됩니다.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그녀가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웠으니,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었을까'
앤이 좀 더 좋은 집안의 사람과 결혼을 했으면 하는 레이디러셀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많이 의지했던 레이디러셀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을 앤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루기에는 많이 어렸고 부족했으니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일이 지나갔지만, 금방 잊을 수 있을 거란 생각과는 다르게 앤은 그 후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웬트워스 대령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젊은 시절 잃어버린 그녀의 생기는 오래도록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앤은 웬트워스 대령의 행적을 쫓았고 그가 자신했던 대로 큰 성공을 이루어 막대한 부를 이루었음을, 또 누군가와 혼인하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때마침 앤의 가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크로프트 제독 부부(웬트워스 대령의 누이)가 앤 가문의 집을 계약하게 되면서 앤의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이 새로운 마을(바스)로 이사를 갔지만, 앤은 동생 메리의 간호로 잠시 원래 살던 동네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사이 크로프트 제독 부부(웬트워스 대령의 누이)가 이사를 오게 됩니다. 누나(제독 부부)집에 방문한 웬트워스 대령이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앤은 그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피하지만 결국 둘은 8년만에 어색한 재회를 하게 됩니다.
'팔년 세월에 무슨 일인들 생기지 않았을까? 온갖 사건과 변화, 단절, 망각, 팔년이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도 남을 세월이 아닌가! 하지만 안타까워한들 어찌라랴! 냉정을 찾으려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난 기억을 고스란히 담긴 마음에 팔년이란 세월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알아버렸다'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이렇듯 어제 일처럼 동요하는 마음을 보면 그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지난 감정이 짧았지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 받은 웬트워스 대령은 헤어진 그 이후로 앤과 같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매몰차게 약혼을 파기했던 앤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요, 바보 같은 결혼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요. 열다섯에서 서른까지 어떤 여성이든 원하기만 하면 나를 차지 할수 있지요. 약간의 미모에다 미소 몇 번 지어주고, 해군에 대해 몇 마디 칭찬만 해주면 난 이미 넘어간 상태일겁니다.'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었고 오직' 결혼'이라는 절차를 행하기 위한 여성상에 대해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걸 보며, 대령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큰 상처와 원망으로 자신의 진심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동안 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이미 그들 자체가 서로에게 있어 사랑의 기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웬트워스 대령이 머스그로브의 두자매, 헨리에타와 루이자(동생 메리의 시댁)와 왕래가 잦다 보니 앤과 동생 메리 부부까지
다같이 만찬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마차에 탄 앤은 그가 거기에 자신을 앉혔다는 사실을, 그의 의지와 손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그녀가 피곤한 것을 눈치채고 쉬게 해주려는 마음에서 그리했다는 사실을, 전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지난날 가졌던 감정의 편린이었고, 대놓고 인정하지 못하는 순수한 우정이었으며, 그가 지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의 증거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간 중간 그녀가 힘들 때 마다 도움을 주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앤은 더욱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꼭 애증의 관계처럼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챙겨주는 대령의 모습은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외면하려는 앤에게 충분히 혼란을 줄 만한 행동인 듯 했습니다.
웬트워스 대령의 친구인 하빌 대령의 초대로 모두가 '라임'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령과 두 자매 중 루이자의 관계가 발전하고 있었는데, 대령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계단에서 막무가내로 뛰어내리는 루이자를 받지 못해 그녀가 의식불명에 빠지게 되면서 웬트워스 대령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루이자가 호전이 될 때까지 라임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앤과 웬트워스 대령은 서로를 한 동안 볼 수 없었고, 루이자의 빠른 호전 소식과 함께 앤은 가문이 이사간 집이 있는 '바스'의 캠든 플레이스로 레이디러셀과 함께 가게 됩니다. 언니인 엘리자베스의 편지를 통해 그곳에서 가문의 상속인 '엘리엇(라임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매너 좋은 젊은 신사)'이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앤은 그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품습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앤과 웬트워스 대령이 다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지, 루이자의 사고로 웬트워스 대령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그의 발목을 잡을지 결말이 궁금해집니다. 사랑이야기니까 설마 남녀주인공이 엊갈리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가 복잡미묘하여 끝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도 로맨스는 즐겨보지 않아서 사랑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젊은 시절 연애사도 생각이 나고, 8년의 공백 후에 다시 만난 두 사람처럼 오랜만에 다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결혼 생활 12년차인 지금은 '남자들 다 똑같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면이 많지만, 내 딸이 커서 연애를 한다면 한번쯤은 뜨거운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젊음이라는 것은 한 순간이니까요😍
이제는 신랑과 뜨거운 사랑을 해야 하는데 육아하랴, 돈벌랴, 부모님 챙기랴 등등 여유가 없어, 우리 두 사람만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해 봅니다.
혹시 이미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스포 no🤫
다음 주에는 결말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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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5월 18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10.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김영하
읽고 싶은 책이 있어 도서관에 방문했는데 원하던 것이 모두 대여중이라 즉석에서 둘러보던 중 뒷 표지에 적혀있던 '뛰지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 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 집어오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내용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가출 청소년들의 방황과 폭주족의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었습니다. 가출청소년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부분에서는 거북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뉴스에서만 들어봤지 내가 몰랐던 부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그들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것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 여자화장실에서 태어난 '제이'는 분주한 구급대원들과 몰려든 사람들로 정신없는 상황속에서 터미널 건너편의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돼지엄마'에게 건네집니다. 삼년 후 돼지엄마는 강남의 룸살롱의 주방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그 곳에서 함묵증을 앓고 있는 동규와 만난 제이는 밤낮으로 집을 비우던 돼지엄마를 대신하여 어린시절을 그와 함께 보내게 됩니다.
말 못하는 동규를 대신해 사람들에게 말을 해주었고,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제이가 알아차려준다는 것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제이가 원하는 것을 그냥 내가 원했던 것인 양 믿어버리곤 했다. 제이는 내 욕망의 수신자가 아니라 통역자였다'
동규가 얼마나 제이를 의지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돼지엄마는 약쟁이 뽕돌이를 만나 집을 나가버렸고, 갑자스레 말이 트인 동규도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재개발을 앞둔 다세대 주택에 '제이'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제이는 엄마를 데려간 뽕돌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세워 두고 악마를 불러내는 의식을 하려 하지만, 제이를 찾아온 동규가 뒤를 밟히는 바람에 제이는 보육원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혹시 그때의 제이는 악마를 잡으려던 게 아니라 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두 개의 거울 사이에 버티고 선 순간 제이는 두번이나 자신을 버린 세상의 규칙과 궤도로부터 벗어나 일종의 무한궤도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 같다' 라고 동규는 생각하게 됩니다.
낳아준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키워준 돼지엄마에게서도 버림받은 제이는 친구의 배신아닌 배신으로 보육원까지 끌려가게 되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굶어가면서도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의 의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복수라는 일념만이 그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될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
붙잡혀온 보육원 위쪽에 있던 버섯농장에서 불이난 사건으로 개장수에게 붙잡혔던 개들을 구해주기 위해 트럭 바퀴에 펑크를 낸 제이는 독방에 갇히게 되는데, 그 곳에서 자신의 영혼이 모든 것들에 깃들 수 있음을, 그것들에 공감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후 보육원을 도망친 '제이'는 길거리를 배회하며 가출소년들의 집단들을 전전하며 살아가게 되고, 그 집단 속에서 정글과도 같은 그들만의 생존방식과 폭력성 등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는 중 제이는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는 목란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동규도 만나게 됩니다.
'물건이든 기계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 무엇이든 그 존재에 합당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나도 그걸 느낄 수 있어'
동규를 만난 제이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며 한 말입니다.
작가가 제이의 이런 증상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어떤 존재가 그 존재자체만으로 감당해야하는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이 : 대학은 왜가? 가고 싶어?
동규 : 가야하니까
제이 : 그런건 누가 정했지?
동규 : 세상이 정했잖아
제이는 동규와의 긴 대화의 끝에 '뛰지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라고 동규에게 말해줍니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의 방황을 향해 너라는 존재자체가 중심이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이는 자신이 만나온 가출청소년 집단을 시작으로, 목란과 함께 다니면서 폭주족까지 아우르는 그들만의 리더로 거듭나게 됩니다. 신을 추종하듯 제이를 따르는 폭주족들과의 폭주속에서 경찰의 끄나풀이 된 동규로 인해 경로가 유출되고 경찰과의 대치끝에 쇠바늘 바리게이트를 넘지 못하고 제이는 물에 빠져 실종됩니다.
마지막 대폭주 속에서 목란은 눈을 크게 다치게 되면서 유학길에 오르고, 동규는 목란과의 긴 대화끝에 약을 먹고 자살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한번도 제대로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제이에게도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다면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들의 리더로서 좀더 나은 방법을 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을면서 가출 청소년의 실상을 접할 때도 불편했지만, 동물을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 폭주족을 바라보는 시민, 언론, 경찰의 모습,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 재혼가정속에 있는 위태로운 아이들의 모습 등을 보면서 애써 보지 않았던 우리 삶 곳곳이 들춰지면서 불편한 감정이 계속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으로 처음 프롤로그 부분에 있는 마술사 이야기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글도 어렵지 않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혔던 것 같습니다.
역시 소설의 후기는 쉽지 않네요😭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내용을 줄이는 게 아직 서툴러 다 적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또 한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평안한 밤 되시고, 새로운 한주도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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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5월 11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9. 지금은 나를 위해서만 - 오디너리스쿨
이번주 책은 동료와 물물교환(?)으로 읽게 된, '오디너리스쿨'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님의 책입니다. 그 동료가 좀 어려서 그런지 저도 아직은 30대이긴 하지만 30대초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고,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들도 있었는데 다른 책들에 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짜여진 각본처럼 예측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도, 목표한 것들을 이뤄도 '불안감'에 중독되어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기회로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삶을 살아가면서 헤쳐나가야할 여러 부분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불안감을 원동력으로 삼아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만성적인 불안감을 극복하는데 최고의 방법이라는 교과서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불안감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그 불안감에 대항해 볼 기회가 주어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불안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것을 이겨내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기 보단 닥쳐오는 일들을 정신없이 해결하다보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불안해보기도 전에 이미 그 미래가 과거가 되버린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에만 몰두해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삶을 좀더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불안감'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재능에 대한 부분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준에 있어 애매한 재능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았을때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었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상도 많이 받고, 나름 칭찬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우물안에서 나와보니 냉혹한 현실이 펼쳐졌고, 그 후로 재능있는 아이들, 특히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이 부분이 과거의 힘들었던 마음을 해석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버리지 못한 그 마음에 올바른 길을 제시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을 때, 현실의 자신에게 느끼는 초라함과 비참함은 자존감을 떨어트리기에 충분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애매한 재능을 키워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며,
저자는 그 재능을 키우는 방법으로 '기록'을 강조합니다.
기록으로 남겨 차근차근 노력을 쌓아가다보면 당장은 가시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요.
어쩌면 독서모임이 제가 하는 첫'기록'의 행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여 학비를 충당해야 했기에 소비습관에서 가성비와 합리성을 우선시 했던 저자.
소비를 벗어나 삶에도 영향을 끼친 '가성비'습관은 여러가지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정해진 길이 아니면 걷지 않았고, 여러가지 일들에 도전을 포기했고, 실패와 방황의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 아닐 수 있고, 헛수고같이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살고 싶은 인생이 단순히 '가성비 좋은 인생'만은 아니니까요'
저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었습니다.
가성비를 우선시 하는 습관이 비슷했다기 보단 용기가 없어 정해진 길을 걸어와 실패와 방황의 경험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가 많은 것을 놓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기만 한 것이 아닌 인생은 실패와 방황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넘어졌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숨겨진 의미들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한편으로는 조금 아프게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한번쯤은 고민했던 부분들이 많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가볍게 복습하는 느낌이 컸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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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5월 04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8.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연휴가 시작되는 한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회사에 잡다한 행사가 많아 열심히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도 연휴없이 근무를 해야 하지만 맑은 하늘을 (회사에 창은 큼)감상하며 마음적 여유를 가져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까 합니다.
노래를 들을 때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지금처럼 책을 읽을 때도 각자에게 유독 잘 들리고, 공감되어지는 부분이 다른 것처럼 '당신이 옳다' 뒷부분의 내용은 앞서 읽었던 것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딸이 데려온 신랑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엄마와 대립을 하게 된 모녀관계가 예로 나옵니다.
결혼을 감행했을 때 엄마가 받을 충격과 그로 인해 자신이 느낄 죄책감을 걱정하여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
얼핏 효녀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이것은 엄마와 자신과의 경계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들이 지닌 경계를 인식해야만 모두가 각각 위엄있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사위가 마음에 든다, 안든다는 엄마가 의사표현을 할수 있지만, 거기까지가 엄마의 몫이요, 결혼의 결정은 엄마의 권리가 될수 없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간에는 이런 경계가 더 희미해질수 밖에 없고, 그 경계선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당연히 감내해야 할 감정과 과제들이 있다는 것, 상대방의 존중해 주어야 할 경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각자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로서 내가 지켜야 할 선은 어디까지인지, 아이들이 견뎌내야 할 감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 지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허기진 사람이 자기가 먹어야 할 밥을 배부른 옆 사람에게 억지로 먹이는 격이다'
콤플렉스를 다룬 부분에서는 수영을 콤플렉스로 가지고 있는 부모가 자녀에게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수영'에 있어서는 심할 정도로 강하게 가르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강도가 같진 않지만)저도 수영을 못하기도 하고,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 생각하기에 꼭 배워야 할 운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더욱 와 닿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 삶에는 수영과 같은 다양한 것들이 콤플렉스로 남아 그것과 관련된 것은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고 말합니다.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감까지 가는 길 굽이굽이 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숙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나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얼마나 올바른지가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그 속에서 진짜 나의 감정과 느낌을 스스로 알아봐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임을, 사랑하는 누군가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성찰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순찰을 돌던 중 쿵하는 소리를 듣고, 뛰어가보니 아는 남자가 화단에 떨어져 있었다.
경비원: 아저씨, 어디계세요?
아내: 그이는 안방에 있는데요.
남편이 시멘트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는 그 순간에 아내는 남편이 안방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공감이란 한 존재의 개별성에 깊게 다가가는 일, 상대방의 마음이나 느낌까지 서로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일이며, 서로의 개별성까지 닿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부부는 서로의 기능적 역할에 충실한 관계이기 쉽다고 합니다.
'모름지기 가장이란, 엄마란, 자식이란, 며느리란 이러이러해야한다' 라는 틀에 충실한 삶.
'공감'이라는 단어를 참 쉽게 생각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을수록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공감'은 우리 삶에 중요하지만 습득하려면 많이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사람을 알아간다고 생각했던게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는 것과 저 또한 보여지는 기능적 역할에만 충실한 삶을 살아 온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살한 누군가를 보며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하는 모든 상황이 진정 상대를 공감하지 못했으니 그가 어떤 마음이며, 감정이었는지 당연히 몰랐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계몽과 훈계는 '나는 모든 걸 알고 있고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이 언어이기 때문에 그 본질이 폭력이라고 말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에는 훈육이라는 것을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당연한 도리라 생각되기에,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기에, 어쩌면 자식이 성장 할수록 충조평판을 빼고 공감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보내는 SOS도 알아채지 못하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자기 마음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눈감고 코끼리 만지듯 헤매고 있을 뿐이다'
딸: 엄마 내가 만약 사람을 죽였으면 엄마는 어떻게 할 거야?
엄마: (간단명료하게 답함)사람을 죽였으면 감옥 가야지
"그 말이 그렇게 슬프진 않았어요. 그 후로 엄마에게 기대를 접고 살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그때 저한테 필요한 건 그냥 위로였어요. 그 위로가 온전히 나를 위한 거라면 저는 그것으로 충분했을 거예요."
요즘 촉법소년으로 사건들이 화제가 많이 되기도 하고,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에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만약 범죄를 저지른다면 저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위의 예처럼 자녀가 직접 저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였지만, 저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의 마음이 걱정이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다는 건 어린 아이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테니, 부모로서 '처벌'에 관한 것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돌보아야 하는 것은 마음이 아닐까.
'관성적인 도덕 강박은 사람 마음에 대한 깊고 입체적인 이해를 방해한다'
저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잘못될까 노심초사 예의범절과 공정, 공평, 정의 등 도덕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하는 훈육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뭐든 적당한게 좋다고 이러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강박도 사람의 마음을 치명적으로 다치게 하는 경우가 될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상대방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의 성찰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공감하고 마음을 나눌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만이라도 어루만져줄수 있다면, 지금 제 역량으로는 그것또한 큰 욕심이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무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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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4월 27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8. 당신이 옳다 - 정혜신
며칠 전 뉴스기사에서 강남의 9살이하의 어린이들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발생했고, 최근 5년간 3배 이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었습니다.
성인도 우울증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어린 아이들이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같은 또래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연히 읽은 이번 책에서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트라우마나 다른 어떤 이유로 마음의 병을 얻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것으로 무겁고 어렵게 마주했던 심리적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과 치유법을 제시 함으로써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약물의존도를 줄이고, 삶의 고통에서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공황장애'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나에게는 관계가 없는 일이란 생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다가 몇 년전 친척 중에서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밝고 활기찼던 이모가 공황장애라는 말에 왜?왜? 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제서야 누구나 걸릴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었는데 그와 관련된 뉴스 기사도 접하고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에 좀더 집중하여 읽었습니다.
'부모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 가치 등에 전적으로 기대어 살아가던 사람은 절대적 의존 대상과 이별하거나
절대적인 내 역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일이 없어지거나 그 가치가 빛을 잃을 때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다'
스타들의 삶은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나'를 맞춰 나중에는 어떤 모습이 진짜 '나'였는지 헷갈리게 되고 결국은 자기 소멸의 길로 접어들면서 마음의 병을 얻는 것이라 합니다.
평범한 우리의 삶도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각자가 감당해야 될 역할이 많고, 그 역할들을 충분히 잘 해내기 위해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보고 달리다보면 결국 나자신을 잃고, '누군가의 무엇' 또는 '어디의 누가' 되어 공황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 질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감'이라는 것을 단순히 상대방에 말에 반대하지 않고 동조하고, 감탄사를 내뱉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있는던 것은 '공감'이 아니었구나를 깨달았고, 속된 말로 영혼없는 반응, 그런 척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공감'으로 느껴지지 않는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소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화라는 것을 할때 충조평판을 빼놓지 않으며, 저 또한 그것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친구 가족이 저희 집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근황이야기를 하다가 부부사이의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둘중 어느 누구도 '공감'이라는 것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명이 문제를 제시하면 상대방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그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충조평판을 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이것을 시작으로 삼아 조금씩 연습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자신의 고통에 짐심으로 주목하는 단 한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막막하고 절망적인 순간에 누군가에게 SOS를 보냅니다. 어쩌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런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했을때, 내가 조언이랍시고, 영혼없는 리액션을 하고 알멩이 없는 대화를 한 적은 없었나 하고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있을때, 둘째가 뜸금없이 '엄마, 자식은 엄마아빠를 왜 좋아해?, 잘해주지 않아도 왜 좋아해?' 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아무래도 엄마아빠를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에 의문이 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황해서 '엄마아빠가 너를 낳았고, 우리는 가족이니까' 라고 대충 얼버무렸지만, 저도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고, 그저 당연하다고 여겼던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는 아빠에게 "아빠 사랑해, 아빠랑 놀고 싶어, 우리 아빠가 제일 힘세"라는 식으로 아빠라는 존재 자체에만 반응하는 존재다'
'아빠는 아이를 통해 자신이 바깥에서 어떤 일을 하든 한 존재로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은 어떤 당위보다 더 강하게 그의 존재를 자극한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의 대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의 '아빠라는 존재 자체에만 반응하는 존재'라는 순수한 특성이 있기에 부모가 그 힘듦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앞선 기사에서처럼 많은 부모들이 아이 존재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기에 아이들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기 마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더욱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경험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힘이 되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수 있는 '공감'이 먼저이고, 그럴 수 있다면 그 성장이 더 건강한 성장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직 완독을 하지 못해서 뒤에서 나올 부분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 알수 없지만, '공감'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관계속에서의 올바른 공감방법과 그 힘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함께 사는 '인간관계론'과는 다르게 '나로 사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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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4월 20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7.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 데일카네기
다들 술을 즐겨 드시나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주말에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달렸다가 남은 시간 내내 술병으로 된통 고생하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ㅠㅠ
잘 먹는 건 아니고 그냥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제는 그만 끊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네요 ㅎ
그래서 조금 늦었습니다 ^^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속에서 생기는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직장 동료 등 다양한 관계와 상황속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이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기에 입장차를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점들이 많은 것이겠죠.
이 책은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적의를 품은 사람의 마음을 호감으로 돌리고, 설득하고, 변화시킴으로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자기계발서에 비해 실천사항이 간결하게 적혀 있고,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누구나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었는데, 기본이 되는 바탕은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고 가르치고 꾸준히 들어왔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의 가장 커다란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
'배움이란 능동적인 과정이고, 사용된 지식만이 머릿속에 남기 마련이다'
결국 이 책을 읽고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지침서가 될지, 수많은 자기계발서 중 하나로 남을지는 본인의 몫일 것입니다.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원리는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다'
작년에 부모양육태도검사를 통해 제가 칭찬에 굉장히 인색하다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많은 충격을 받았었는데, 다른 사람들 뿐만아니라 가족안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위치, 성과, 노력, 짐심 등을 인정받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 의미로 여겨질 수 있고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가정에서 인정받고 싶은 부분이 언급이 되어 반갑기도 하고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스테이크가 가죽 맛이고 빵이 새까만 숯덩이라도 불평하지마. 그냥 평소에 아내의 완벽했던 음식 기준에는 조금 못미친다고만 해. 그러면 아내는 부엌에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녀의 이상에 부응하는 음식을 만드느라 자신을 헌신할거야'
이 구절을 신랑한테 사진찍어서 보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즉, 누군가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상대가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설득당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의지에 반해 설득당한 것은 과연 진정으로 설득당한 것일까?
매번 의견충돌이 발생하면 실랑이 끝에 저의 의견은 탈락되기만 했는데, 제가 거의 자포자기식으로 포기했습니다.
저의 경우가 의지에 반한 설득을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협의를 해왔지만 결국은 제 속에서는 언짢은 마음을 가지고 끝없는 논쟁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쟁하고, 지지 않으려 애쓰고, 반박을 하면 때로는 승리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호의를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허한 승리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 의견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해 줌으로써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많은 사항들 중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아내들이 잔소리라는 작은 삽질을 통해 조금씩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무덤으로 만든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뜨끔하면서도 '작은 삽질'이라는 말에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저는 엄마가 했던 잔소리가 가끔씩 그리워질 때도 있는데 배우자가 듣는 것과 자식이 듣는 것은 또 다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잔소리 할 일들만 가득한 일상이지만 마음을 좀 내려놓고 잔소리를 줄여야 겠다고 다짐한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나름대로의 방식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잡동사니와 같은 물건들을 창고에 가득 쌓아 놓아도, 얼마 키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은 물고기를 길러도,
10년동안 안입는 옷을 간직하는 것도, 여기저기 멍들어 끙끙대면서도 조기축구를 꼭 챙겨나가는 것도,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남편이 그나마 소소하게 즐기는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 각자가 맡은바 책임을 다 한다면 최대한 삶의 방식을 존중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결혼이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지적으로, 의도적으로 설계된다는 의미에서 건축물과 같다'
책에서는 성적 측면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 구절을 읽으면서 결혼이라는 타이틀로 묶여진 모든 부분이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상 결혼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이혼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행복한 결혼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은 자녀 키우면서 모든 대화가 자녀에 관한 것으로 채워지고, 자녀의 중심으로 삶이 돌아가다보니 부부관계가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기 마련입니다. 황혼이혼도 많아지는 추세이고 이혼도 삶의 또다른 길일 수 있지만, 그 전에 이러한 것들을 알고 실천했다면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아직은 부부관계가 괜찮다고 생각되지만 결혼 초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관계가 어떤게 변할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사랑이 내게 나날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하찮은 것들로 인해 사랑이 가 버리는 게 나를 아프게 한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하찮은 것들 때문에 무너진다고 생각하니 뭔가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결국은 부부라는 관계도 인정과 존중, 작은 관심으로부터 유지되고 특별해 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지침서의 색깔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인간관계를 수월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다방면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모임에서 책에서 읽은 실천사항을 써먹어 봤지만 아직은 능숙하게 되지 않더라구요 ㅎ
앞으로 조금씩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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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4월 12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6. 무심하게 산다 – 가쿠타 미쓰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집순이라 밖에 돌아다니는 걸 그닥 즐기지 않고, 특히 궂은 날씨에는 더더욱 외출을 꺼려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오후내내 비가 왔지만, 친척 결혼식으로 꼭 참석을 해야 했기에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위안 삼아 다녀왔습니다.
내일은 비 온뒤라 날씨가 쌀쌀 할것 같은데,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견학이 예정되어 있어 집순이의 에너지가 충전될 틈 없이 탈탈 털리는 주말이 될 것 같습니다. 😭
이번 책은 예전에 치악산님의 여행에세이 후기를 본 뒤 에세이를 도전해야겠다고 벼르던 중 도서관에서 빌려온 에세이 책입니다. 제목은 뭔가 복잡한 세상살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골랐는데,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중년 여성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찾아오는 신체적, 심적 변화를 유쾌하고 가볍게 적어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제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기도 해서 의심(?)반 호기심 반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웃기기도 하고,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일이라 생각하니 대비책을 생각해보기도 하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기는 했지만,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골라 풀어보려고 합니다 ^^
- 만약의 미래
‘그런데 ’그것을 하지 않은 자신’과 ‘그것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지금’이라는 것은 몇 번이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늘 ‘만약’의 유혹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내렸을 경우, 다른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만약’의 발생 지점으로 되돌아가더라도 ‘만약’이 아닌 쪽을 몇 번이고 선택하게 될 것이다’
책에서는 후회의 만약은 하지 말고, 자신이 한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저는 현실적이고 계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면이 강하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반면 저의 짝꿍은 과거를 후회하고, 만약을 가정하고, 즉흥적이며, 이상적인 꿈을 꾸는 사람이라 저와는 많이 달라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어쩌면 이렇게 반대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기에 버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이라는 전제가 미래의 무엇이라면 희망과 기대가 되고, 만약이라는 전제가 과거의 무엇이라면 회상과 추억으로써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요.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영혼을 닮은 무언가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 ‘하나도 안 변했다’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게 됩니다. 변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들 여전히 한결같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생각했다. 다 같이 늙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아니라, 우리는 얼굴 말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하고. 그것은 아마도 그 사람의 본질이나 핵심과 같은 것이 틀림없다. 나이도 경험도 그 무엇도 건드릴 수 없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 불변의 무언가’
어릴 적 친구들을 여전히 만나고 있지만, 그저 그들이 안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20년이란 세월이 흐를 동안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면 더 정확할까요? 많은 인연들과 수많은 세월을 함께 하면서 고유의 특성이나 성향과 같은 본질을 공유하고 인생을 나누면서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깊은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고, 이렇게 생각하니 소중한 인연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의자와 세월
산을 올랐다가 다치는 바람에 엉치뼈에 골절상을 당하게 됩니다. 매일 작업할 때 쓰는 의자는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의자로 3년 전 허리를 다쳤을 때 장만했던 것인데, 이번 엉치뼈 골절상으로 도넛쿠션을 추가하게 됩니다.
‘그런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서 자신의 취향과는 정반대인 실용적인 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나이를 먹는 일, 세월이 지나는 일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원래는 어떤 물건이었을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맞춤 제작된 그 의자를 보고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온 전우여..‘라고 생각하지 않으려나’
의자에 설치된 허리받침대와 담요 등을 보면서 공감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거울 앞 화장품의 효능도 어느새 주름개선, 미백으로 바뀌었고, 색조보다는 기본케어에 집중된 제품들, 옷장에는 사이즈가 점점 늘어가는 편한 옷들과, 신발장에 구두는 찾아볼 수 없고, 약통에 각종 비타민 등 저의 전우들도 많이 생기고, 바뀌어 있는 모습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변화된 것들인데 스며들 듯 차곡차곡 어느새 쌓여가고 있었네요.
- 변화의 속도
2-3년 전부터 식사를 할 때 위화감을 느낍니다. 음식을 흘리거나 티슈의 사용빈도가 늘어난 모습을 보며 반사 신경이 둔해졌나, 입주변의 근육이 저하되었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식후에 이쑤시개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면 쯥쯥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백이면 백 중년이상이다. 무언가를 먹는데 서툴러진다든지 윗니와 아랫니가 잘 맞물리지 않는다는지, 즉 역시 나이로 인한 것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참 어렸구나 싶어서 왠지 모르게 감회가 깊다’
막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부터 최고참 선배와 16살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종종 선배가 음식을 흘리곤 했는데 그때 제가 비슷하게 생각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후로 몇 살이 더 먹은 후에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책에서 적나라하게 집어주니 뜨끔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역시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직접적이고도 충격적이며 효과가 크다는 생각도 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 에필로그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그만큼 내 나이가 쌓이는 방식과 ’나의 그릇‘을 사용한 세월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최근 들어 몸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낡지 않았는데 몸은 내 생각과 다르게 세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를 담는 그릇인 몸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생각이 납니다.
시아버지께서 곧 팔순이신데, 소변 조절이 어려워 화장실을 자주 다니시다보니 외국여행은 힘들어 국내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하니, 엄마가 크게 공감을 하시면서 자신은 아직 그렇게 늙었다는 생각이 안드는데 가끔 생리적으로 조절이 안될때가 있으니 정말 이상하다고요.
자신의 정신과 영혼은 아직 젊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 반면 몸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다양한 기분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엄마가 그점을 이상하고 낯설게 여기시는 것과 같이요.
채기성의 장편소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미술관은 단 하나의 사연을 바탕으로 미술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는 곳이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남은 젊음이 있는지, 잃어버린 생기와 젊음을 다시보고 싶다고 그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시된 작품은 20대부터 현재까지 세대별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6점의 그림이었습니다. 외면의 형태와 색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했지만, 어떤 그림이든 할아버지 눈빛 속에는 변하지 않는 열정과 단단함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에게 남아있지 않을 것 같던 열정이 자신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가끔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에서도 젊은 시절과 같이 소녀 같으신 분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이 넘치시는 분도 계실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그릇을 잘 관리하면서 더불어 살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엊그제 대학생이었던 것 같고, 어제 결혼을 한 것 같은데, 어느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제가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다니... 시간은 빨리 흐른다는 말이 나이를 먹을수록 더 강하게 공감됩니다.
어디서 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은 그 순간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건망증도 심해지는 것 같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겨나 관심도 없던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을 보니, 여느 보통의 사람과 같이 순차적으로 잘 늙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저의 그릇을 잘 관리하면서 내면의 열정과 의지는 불태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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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4월 05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5. 여덟 단어 – 박웅현
이번 책은 광고를 기획하던 저자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요소들을 여덟 단어로 정의한 내용으로, 책속에서 다뤄지는 광고의 문구들이 익히 알고 있던 것이라 친근하기도 했고, 그 문구들의 기획된 계기와 과정을 알게 되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많아 읽는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토지」 이야기도 언급되어 (제가 읽은 것은 아니지만)반갑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후기에 언급해주시 다른 작가들(ex 밀란 쿤데라)도 다뤄지면서 궁금증이 생겨 잠시 책을 검색해보기도 했습니다.
- 자존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입으로만 떠들었지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작은 성취를 통해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막연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고작이였습니다.
'자존감을 가지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이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유치원생들도 고시를 준비한다’는 뉴스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혀를 찼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놀고 있는 우유남매(애칭)에게 뭐라도 시켜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위의 글에서 말하는 ‘교육’은 우리나라만의 교육 방식, 즉 바깥에 기준(점수, 학교, 스펙 등)을 두고 틀에 맞춰 점수를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채워가는 식의 교육방식을 말합니다.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체계에 맞춰 나에게 부족한 것들을 주입시키기에 급급한 방식이 잠재된 힘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 입니다.
스스로 하고자하는 마음과 도전, 깨달음 없이 쳇바퀴 돌 듯 의미 없는 질주만 하는 현실에서 진정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국 우리 모두가 그랬듯, 자신고유의 색을 발하지 못하고 무채색이 되어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다른 예로 한국인은 길을 물어보면 ‘저어~기’라는 식으로 대강 말해주는 반면 미국인들은 ‘1.5마일을 가다 좌회전하고 몇 개의 블록을 지나 신호등을 건너 우회전..‘이런 식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고 합니다. 동질 문화가 강한 한국인은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라고 전제하는 반면 미국은 이질 문화로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문화가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의 시작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며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의 기준점이 나로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남과 다름을 불안해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돌아봐야 할 자신안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딱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 본질
저자는 본질의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그 예로 파블로 피카소의 「The bull」 - (제가 해석하여 미흡할 수 있음)황소를 표현한 연작으로 온전한 황소 형태의 그림에서 점차 군더더기를 제외한 선 몇 개만으로 단순한 황소의 틀을 그려낸 작품, 겉모습이 변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요즘 지브리 스타일의 프로필 사진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유독 그런 유행에 무덤덤한 편이라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한편으로는 한번쯤 해봐야 시대의 변화에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인★나 틱톡 등 전세계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게 되면서 그에 따라 문제점도 함께 거론되고 있는데요,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이나 삶에 불만가득한 사람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삶에서 중요한 본질은 뒷전에 둔 채 남의 눈을 의식하고, 순간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본질’의 부분에서는 변화하는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 진정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사람들의 마음, 웃음과 같이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으라고 합니다.
저자는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수영에서 남들은 한 달 걸리는 단계를 6개월 만에 넘어섭니다. 아내는 남편이 창피할까 걱정했지만 정작 그는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괜찮다고, 그 스스로, 수영하는 것의 본질을 ‘땀을 흘리는 것’에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은 입학 후 2년 동안 전공분야를 정하지 않고 교양과목만 가르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교육의 본질을 교양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에 두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은 중고등 교과과정에서부터 음악, 미술 등의 교과목을 점차 줄이고 있는데 이는 수능을 잘 보는 것에 본질의 중점을 둔 결과라고 합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사교육의 현실이 유치원부터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고전
개인적으로 흥미가 없던 부분이기도 했고, 솔직히 고전?하고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역사적 유적지나, 소설, 클래식, 그림에 대해 다뤄지는데 잘 알지 못한 분야여서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중입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
저자가 친구 집에서 우연히 클래식을 들었을 때 청각이 시각화되어 눈앞에 강물이 보이고, 그 강물이 흘러가다 물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합니다. 친구에게 곡명을 물어보니 스메타나의 교향시<나의 조국>중 ‘몰다우’라는 곡으로 강을 묘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깜짝 놀랍니다. 이 대목을 읽고 저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우연히 듣는 것 아니고서야 들을 일이 없던 클래식을 잠시 책을 덮고 찾아서 듣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크게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대를 거슬러 모든 사람에게 감동과 울림을 가져다주는 그 본질의 의미를 알고,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가라는 뜻 같았습니다.
-견(見)
‘익숙한 것이라도 우리가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침실로도 여행을 할 수 있다’
이 파트를 읽을 때는 예전에 치악산님이 읽었던 여행에세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줄로 요약을 하면 익숙하다고 흘려 보지 말고, 낯설게 보고, 많은 것을 보려 하지 말고, 한 가지를 보더라도 깊이 봐라.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 같아 제목만 언급하려다가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시간을 들여 깊이 들여다보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 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 생각의 탄생
특히 저는 하루를 살아내는게 무슨 미션을 수행하듯이 살아왔습니다. 실속 없긴 하지만 계획형이라 스케줄이 항상 빡빡했거든요.
이 '견'부분을 읽으면서 뭐가 그리 급해서 주변한번 둘러보지 못하고 살아왔나 싶더라구요. 순간순간을 즐기며 산다는 게 거창하고 시간적 투자가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는걸 새삼 알게 되었네요.
‘길거리의 풀 한 포기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간장게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깊이 들여다본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 현재
'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모든 순간이 나에게 다가와 내 인생의 꽃이 되어 줄 겁니다. 당신의 현재에 답이 있고, 그 답을 옳게 만들면서 산다면 김화영의 말대로 ’티 없는 희열‘을 매순간 느낄 겁니다’
현재의 집중하고 순간의 최선을 다하라는 것을 일러주는 부분입니다.
예상이 조금은 되는 부분이기도 했고, 저도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 ‘밥을 먹을 땐 열심히 밥만 먹고, 공부를 할 땐 집중해서 공부하고, 게임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해’ 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비유가 정말 신선해서 더 깊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는 사람이 아니기에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지만, 인간은 사고하기에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배울 점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그러면서 이 또한 ‘견문’의 자세로 보았기에 개의 사소한 행동에서도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권위
집에서 ‘나는솔로’를 보고 있었는데, 이번 기수에 인제에서 병원을 하시는 의사가 나왔습니다. 저의 옆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있기에 조금 설명을 해주면서 화면에 막 등장한 그분을 보고 ‘이 아저씨는 의사래’ 라고 했더니, 아들이 ‘우와’ 하더라구요. 그때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이 파트의 소감을 쓰려고 앉으니 생각이 나네요.
'문턱증후군, 즉 그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이죠'
아직 10살 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거의 본능적으로 내뱉은 탄성과 마찬가지로 어느 학교, 어느 대기업, 어느 직업을 근거로 무조건적으로 어떤 권위를 인정하는 경향이 사회전반에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파트에서는 사람이 많은 식당에 찾아갔다가 결국 식사를 못하고 나오는 청바지에 후드점퍼를 걸치고 주머니에 두손을 찔러 넣은 스티븐 잡스의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회장의 모습과 아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영국인들은 외부의 법규는 모름지기 개인 내부의 입법자에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누구든, 문턱을 넘어선 것과 상관없이 정당하게 논쟁하고, 인정하고, 존경하고 또 다시 저항하면서 사십시오. 존경은 아래로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해는 되지만 실천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다 못해 동네 이장에게도 잘 보여야 될수 밖에 없는 제약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지금과 같다고 생각하면 바꿔 나가야 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소통
우리는 사색의 문화인 반면 서양은 논쟁의 문화라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논쟁) 훈련이 너무 안되어 있으니까 말이 막히면 감정적으로 멱살부터 잡는 국회의원들이 나타는 겁니다’
문화의 차이가 확 이해가 되면서도 논쟁의 중요성도 생각해 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 줄로 요약을 하면 소통을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태도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문맥을 잘 파악해야 하며,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한 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이 상을 휩쓸었을 때, 함께 지명되었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잭 니콜슨이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 “조금 전까지 나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예로 적십재 총재로 계셨던 분이 국무총리가 되었는데, 한 기자가 정치판은 개판인데 왜 들어가셨냐고 물었을 때 그 국무총리는 들어와 보니 정말 개판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런던의 리빙스턴이라는 시장도 같은 이유로 임기 중 그만뒀는데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치는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닙디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생각을 디자인하고 말하는 것이 말에 실리는 힘과 설득력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합니다.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이 ‘위트 있게 말하는 것’, ‘센스 있게 말하는 것’과 차이가 있는가? 아니면 같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아시는 분?) 아마도 저에게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인생
‘전인미답,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위험한 나이 20대. 그리고 30대, 40대, 50대, 아마도 인생은 젊음이건 아니건 누구에게나 전인미답이 아닐까요? 그래서 늘 위험하지만 또 한편으로 매순간이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인생일 겁니다’
어떤 길도 같은 길이 없고, 어떤 선택도 정답이 될 수 없으며, 어떤 삶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나에게 없는 것을 찾기 보단 주어진 것을 활용할 줄 알고, 오답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현명함을 가지고, 실패에 휘둘리지 않으며, 속도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체계와 구성이, 서로의 소통과 이해관계가,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복잡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한걸음 떨어져 보는 ‘인생’자체는 혼돈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한발자국 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기 바쁩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인생이란 매순간의 집합체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이치에 따라 살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존)나 자신을 존중하고, (본질)내 속에서 본질을 찾고, (고전)복잡해지는 미래가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단순한 옛 것에서 배우고, (견)많은 것을 보기보단 한 가지를 깊이 들여다보고, (현재)과거가,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권위)살면서 따라오는 옵션과 상황에 좌절하기 보단 저항하고, (소통)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인생)마라톤을 느리지만 완주하여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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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3월 23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5.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브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나들이 하면 너무 좋았겠다 싶지만, 하필 컨디션이 안좋아 집에서 요양을 했네요 ^-^
이번에 읽은 책은 예전에 몇 장 읽었던 흔적이 있는, 집에 소장하고 있던 책입니다.
전체가 대화 형식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어떤 인물의 지문인지 살짝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의아해 하며 읽었고, (고르는 책마다 왜이리 어려운지...)중간 부분에는 읽기에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 부분도 있어서 읽을수록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롬 앙귀스트라는 한 남성이 출장을 위해 공항을 찾았다가 비행기의 기술적 문제로 출발이 지연되어 공항에서 기약 없는 대기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때 테스토르 텍셀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화를 원하지 않았던 제롬은 계속해서 대화를 거절하지만 결국 끈질기게 달라붙는 텍셀에게 항복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텍셀의 어린 시절 살인에 대한 이야기.
(인기 있는 친구에 대한 질투심과 증오심으로 하루를 꼬박 세워 가면 간절히 그 아이를 죽여달라고 기도를 하죠. 그리고 다음날 친구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의 죽임이 자신의 인기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후회를 하는 부분에서 죄책감이 아닌 부끄러움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숙녀를 만나면 인사를 하라든가, 콧구멍 속에 손가락을 넣으면 안된다는 것은 가르치지만 학교 동급생을 죽이지 말라고는 가르치지 않지요. 아마 내가 진열대에 놓인 사탕을 훔쳤었다면, 훨씬 더 뼈저린 죄책감을 느꼈을 겁니다’
어린 시절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르침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 부분입니다.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조차 교육을 통해 배우지 않았다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부모님 댁에 살면서 고양이를 보살펴야 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
(조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고양이 3마리의 식사를 담당했던 텍셀은 생선통조림과 고양이 밥을 직접 손으로 버무리는 일에 대해 엄청난 혐오감을 느낍니다. 그러다 어떤 압도적인 힘에 의해 그렇게 혐오하던 고양이 밥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자신안의 어떤 적이 강제로 먹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 안의 어떤 적이 그걸 강제로 먹게끔 한 거였으니까요! 그때까지 내 안에서 잠자코 숨을 죽이고 있던 적이 하느님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신의 존재보다는 그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을 여지없이 앗아가버린 거랍니다’
텍셀은 처음에는 신앙에 강한 믿음을 가졌지만 ‘고양이 밥’사건으로 자신 안의 그 무언가가 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공동묘지에서 처음 본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강간을 했던 이야기.
(몽마르트르의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을 본 텍셀은 그녀를 갈망하게 되고 강간함으로써 갈망을 해결했으니 기쁘다고 말합니다.)
‘방금 사막을 건너온 당신을,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물 스스로가 거부한다 이겁니다. 마치 물이라는 물질 자체가 당신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 것처럼 말이죠! 이 얼마나 파렴치한 처사이겠습니까! 어쨌든 당신이 물을 갈망하는 것이지, 물이 당신을 목말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 대목에서 텍셀은 타인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의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주저함이 없다는 걸 알수 있었습니다.
여인을 잊지 못해 10년을 찾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 살해한 이야기.
(10년을 그녀를 찾기 위해 헤메던 텍셀은 그녀와 우연히 마주합니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그를 집으로 초대하게 되고, 그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던 그녀는 대화 도중 웃음소리에 그가 강간범임을 눈치 챕니다. 하지만 결국 텍셀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롬은 텍셀의 비상식적인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경찰을 부르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과 주변 사람들 눈에는 텍셀의 존재가 인식이 되지 않는지 그를 미친 사람으로 봅니다. 텍셀은 제롬에게 말합니다.
나는 제롬 당신이며, 내가 죽인 여인은 당신의 아내이고, 당신의 아내를 죽인 자신(텍셀)을 죽일 것을 요구합니다.
제롬은 끝까지 텍셀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떤 적임을 인정하지 않지만, 결국 그와 자신이 같지 않음을 증명하듯이 텍셀을 살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제롬이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다 혼자 벽에 수차례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게 되는 사건으로 마무리 됩니다.
'적의 화장법'이란, 자신의 내면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그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적'이라고 표현을 한것을 보니 좋은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고, '화장법'은 화장의 어떤 종류를 뜻하는가 했었습니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 내안의 적은 '욕망, 욕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이혼숙려'에서 심리상황극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 곳에 나오는 악마와 천사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인간의 선악에 대해 성선설, 성악설이 있는 것도 그 둘은 항상 우리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고, 그 내면에 욕망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촉법소년법'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겠죠. 하지만 어른들도 자신의 욕망이나 욕구를 완벽하게 다스리지 못하고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도 즐비합니다. 교육이 아주 기초적인 기준을 만들어 줄수는 있지만 (시간과 장소, 나의 마음가짐 등)상황적인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누구나 내면의 적에게 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적에게 패배한 제롬을 텍셀이라는 인물로 만들어 대화를 하는 모습으로 서술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죄의식의 이름으로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은 모습은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에서는 극단적인 예로 다루는 그 의미가 가볍지 않고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의 적이 꼭 범죄를 저지르는 욕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착한 욕망은 조금 채워가면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살며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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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3월 14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4.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2부 후기를 올려봅니다 ^^
책의 뒷부분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안락사 위기에 처한 투데이를 다시 달릴 수 있게, 투데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작전이 펼쳐집니다.
‘그리움이 밀고 들어오는 순간을 예견할 수 있다면 오래도록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준비라도 할 텐데, 친절하지 못했던 이별처럼 그리움도 불친절하게 찾아왔다’
보경은 자신을 구해줬던 소방관과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오래된 소방복 때문에)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제는 덤덤해졌다고 생각할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도 꿈속에서 그를 만날때 마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그리움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빠가 사고로 멀리 가셨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그리운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방관과 다르게 제 꿈에 잘 나오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생겼을 때가 있었기에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비록 꿈속에서라도 예견하고 준비해서 그 순간을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애틋함이 느껴져 울컥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남편을 잃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보경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브레이크를 잃은 보경'이라 비유하는 부분에서 그녀의 삶의 치열함이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모습이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아빠를 잃고 휘청휘청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자식과 손주를 위해 애써 힘을 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에 성인이 된 자식에게 혼자되신 몸으로도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걸 느끼면서요.
가끔 아빠 이야기를 하며 엄마에게 '엄마는 꼭 내 꿈에 나와야되'라고 가벼운 당부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경사진 인도를 내려가는 은혜의 휠체어를 허락도 없이 붙잡아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도와준다‘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랬다. 사람들은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보경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가끔은 자신의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확인시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창살 같다는 것을’
남을 위하는 행동은 좋은 일이고, 그 선의를 받는 사람도 기뻐할 것이라고 저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인 보경도 은혜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듯이 모든 사람은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야 그 기분을 이해하기란, 특히 장애인의 경우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하는 행동도 받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그건 그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살면서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은혜의 상황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지만 일상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례를 저지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좋았던 방법이나, 음식, 물건 등을 추천한다고 하며 강요하거나, 원하지 않는 오지랖으로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것이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떠나 어떤 행동을 규정하고 정의한다는 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마다 그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나의 생각이 전부 상대방의 기준이 될수 없음을 깨닫고,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다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그리움이 무엇이냐고 묻는 콜리에게 보경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이 구절을 읽고 보경이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도 한참을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속에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인정하는 것,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보경의 생활은 치열하고도 쉴틈이 없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채찍질이 아니였을까요. 만약 보경이 남편을 잃지 않고, 아이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면, 사고라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였다면, 그리움이라는 걸 조금은 좋은 기억으로 회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를 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속에서도 꼭 필요한 건 누군가를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모임에서도 그러하듯이, 자신의 생각을 적고 각자의 후기를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 안에서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콜리는 비록 기계였지만 '공감하는 척'하면서 같은 사람도 잘 못하는 공감을 해주는 장면은 '우리 삶에 정말로 필요한 건 이런 것이였지'하고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어쩌면 그 마음을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 일수도 있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하느라 들을 준비가 안된 것 일수도 있습니다.
남편이 이야기를 하면 듣기 싫어도 잘 들어줘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말이 뜻하는게 콜리가 한 '공감하는 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매번 같은 길을 지날때마다 추억의 물건을 꺼내들때마다 똑같은 레퍼토리를 무한 반복하는데 언제까지 공감하는 척하고 들어줘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 신랑얼굴을 보면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마음놓고 할수 있다는 것도 큰 힘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에요’
살면서 어느 순간에 멈춰 있을 수 있다는 걸, 큰 슬픔을 지닌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시간속에 갇혀 지낸다는 것을 보경을 보며 알았습니다.
그리움을 이긴다라.. 한번도 이겨야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그리우면 마냥 그 생각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움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은 결국 행복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상처가 치유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보경은 콜리에게서 공감받고 위로받으며 딸들과 멀어졌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공감도 중요하지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는 것도 본인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노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였습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너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콜리라는 휴머노이드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인간의 설명을 너무 잘 표현해 놓은 것 같았고, 끊어 읽으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였습니다.
책에는 더 긴 글로 묘사되어 있지만 일부분 적어보았는데, 막상 글을 읽고 있으니 인간이란 정말 복잡한 구조구나 하는 생각을 저도 하게 되었네요 ㅎ
결국 투데이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다시 주로에 서게 됩니다.
비록 전성기때와 같지는 않았지만 행복해하는 파트너를 보며 콜리도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경기를 위해 대비책으로 먹은 진통제의 효과 때문이였는지 투데이는 고통도 잊은 채 더욱 속력을 냈고, 결국 콜리는 한번더 투데이를 위해 추락을 결정합니다.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끝내 투데이의 행복만을 바라며 죽음을 선택하게 됩니다.
비록 콜리와 투데이의 해피엔딩은 아니였지만,
그들의 존재는 소중히 여긴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 큰 선물이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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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3월 09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4.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새학년이 시작되고 정신없는 한주가 다 지나갔네요.
벌써 네번째 책을 읽고 있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아직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2부로 편성하여 후기를 올려 볼까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인데 직장동료가 유명한 책이라고 언급하는 걸 보니 저만 몰랐던 것 같습니다^^
미래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SF소설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회적으로 보급화 되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휴머노이드가 은행원이 되고, 편의점의 알바생이되고, 거리의 청소부가 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휴머노이드를 보며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였습니다.
휴머노이드 C-27,
경마장의 기수로 만들어진 ‘콜리’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의 실수로 사용되어야 할 칩 대신 ‘인지와 학습능력’칩이 잘못 끼워진 채 생산됩니다.
다른 휴머노이드와 다르게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마치 사람과 같이 학습하고 인지하는 콜리가 '투데이'라는 말과 파트너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투데이가 달릴 때마다 콜리는 자신의 몸이 반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함께 호흡한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투데이와 함께 달릴 때의 자신은 살아있는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더욱 빠른 속력을 원하는 인간의 욕심이 콜리의 손에 채찍을 쥐어주고, 차츰 투데이는 망가지고 맙니다.
인간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휴머노이드인 콜리가 그 명령과 투데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경주를 중단하기 위해 바닥으로 추락하는 희생을 하는 대목은 몸이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당연한 일이지만)덤덤한 콜리의 모습이 더 가슴찡하게 다가오는 장면이였습니다.
'다르파의 계산대로 보경은 20초 만에 숨을 놓았으며 소방관과 연결된 로프가 위로 끌어당겨짐과 동시에 철근이 에어백에서 미끄러졌다. 지상으로 구조된 보경에게 급하게 심폐소생을 시작했고 0%였던 수치는 10%로 올랐다가 곧 90%로 돌아왔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현사에서 ‘다르파’라는 구조용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대신하여 생존자를 찾고, 각 상황을 수치화하여 알려주는 대목 이였는데 생존수치가 3%에도 불구하고 구조대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자 보경을 구조합니다.
다르파의 계산은 정확했지만 예상을 벗어난 구조대원의 행동이 결국 보경을 살렸냈죠. 사람은 숨이 멈추고도 일정 시간안에는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다르파는 계산에 넣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정확하게 계산된 결과라도 1%의 희망이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가능성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은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부어 구조용 휴머노이드 다르파 210대를 투입하는 와중에도 소방복을 새것으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던 것이 소방당국의 의견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전부 새것으로 교체해주겠다는 위로를 믿었지만 꼬박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장비 교체 따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다르파의 생존수치가 3%에도 사람을 살려냈던 소방관은 오래된 소방복 때문에 80%라는 높은 생존수치에도 전신화상으로 온몸이 눌러붙어 살아날 수 없었다는 대목은 저를 당황스럽고,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1%의 기적같은 일은 그 반대도 가능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얼마 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소방관'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면서 현실(다양한 곳)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흐른 뒤에 처우개선이 되었지만, 수많은 생명을 잃은 후에야 한걸음 나아갔다는 점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달릴 수 없는 말은 지구에서 살아갈 이유를 얻지 못했다. 경주마 선수로서의 수명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였다. 그 시기가 지나면 관절의 연골이 다 갈린 말들은 서 있는 것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말들이 처리불가로 안락사를 당했다'
사람이 기수일 때 예측불가능한 사고와 죽음이 변수에 대비하여 휴머노이드로 대체를 했지만, 정작 달리는 말의 상황은 (기수의 무게가 가벼워지긴 했지만)그대로인데 터무늬없는 속도를 요구 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쾌락을 위해서 말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몇 천만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보다 더 필요했던건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도 탈수 있는 안전함이었다'
가치를 잃게 된 아픈 투데이를 곁에서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소녀, 은혜는 어릴 적 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하는 소녀입니다.
금전적 문제로 로봇다리의 이식하거나 보조 휴머노이드는 일찍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소한 관심이였다는 걸,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져도 소외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사랑과 배려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였습니다.
책의 딱 절반 정도를 읽었는데, 초반에는 SF라 하기에 과장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라 더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기술이 발전 할수록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그에 상응하는 문제점도 따라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 세상을 미리 예습한다고 생각하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이어질 이야기들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한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해피엔딩이였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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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쿵
2025년 3월 02일
In 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3. 만월의 밤, 모비딕이 - 카타야마 쿄이치
이번에 읽은 책은 '만월의밤, 모비딕이'라는 책입니다. 독서모임을 하게 됐다고 직장동료에게 말했더니 지인에게서 몇권의 책을 얻어다 주었습니다. 그 중 한 권으로, 가족여행이 잡혀있던 주라 좀 가벼운 책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처음 든 느낌은 가볍다기보다 뭔가 모호하고 난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고이누마는 아버지의 바람으로 가정이 깨진 불우한 환경속에서 자란, 모짜르트를 즐겨들으며 종종 낚시하는 취미를 가진 대학생입니다.
어느날 낚시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낚시친구 다케루를 만나게 되고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야쿠자와 연루된 일로 얼마 간의 도피 생활을 하게되는데 우연히 여자친구 가스미가 함께 하게 됩니다. 그들 셋이 겪는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 책입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어떤 인생을 보내고 싶은지도. ...그 이상의 야심도 없다. 스무 살인데 이미 다 살아버린 듯한 느낌'
고이누마는 불우한 가정 탓인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을 단순히 '운' 때문이며,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을 자신의 인생을 무모한 도박에 내던지는 것에 비유합니다. 단지, 건강한 음식과 낚시, 모짜르트 음악만 있다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을 평범하게 보냈고 무리없이 취직이 가능하지만 정작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고이누마의 모습이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수순에 딱 맞게 보내온 삶이 누군가에겐 꿈꾸던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원하는 게 딱히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뭘 즐거워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자신을 알아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미성숙했고, 생각이 짧았던 젊은 시절 정서적 방화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습니다.
'근대 회화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해도, 손가락의 극히 단순한 운동에서 태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칫 잊기 쉽지만'
다케루는 화가로 그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보며 감탄하는 고이누마에게 해준 다케루의 말입니다.
단순한 동작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걸작을 이루기까지 그들이 투자한 노력이 있음을...
정작 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인적이 없었음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구절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포기했던 일이 셀수도 없었으며, 그런 태도가 잘하는 일 하나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타인에게 주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보다 강하게 실감하여 확실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니까'
배려나 양보 뿐만아니라 시작은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였던 것도 계속해서 일방통행이다 보면 불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받는 입장에서는 (본인이 요구하지 않았어도)감사한 마음이 들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불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우수운 일이지만요.
진정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게 본인이 정말 행복하고 여유로운 상태를 확신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선의를 보인 당사자가 '선의'의 행동 자체에 만족한다면 정말 베스트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찰이 없으면 인간은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다.
그래서 파라다이스로부터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의도적으로 여러 가지 마찰을 만들어낸다'
고이누마는 야쿠자를 피해 도피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빠의 불륜도, 엄마의 병도, 이 도피행도 파라다이스 인생의 작은 마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좋다고 하는데 어쩌면 고이누마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그 문제의 체감적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말을 하기 때문에 침묵 또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오히려 침묵은 말의 일부이고, 어떨 때는 말보더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고이누마와 가즈미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고이누마는 함께하길 원하지만 가즈미는 대답대신 (불가능을 암시하는)침묵을 이어갑니다. 그 침묵에서 고이누마 또한 암울한 미래를 짐작하게 되죠.
저는 사람간의 소통에 있어 대화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간에서도 중요하지만, 짐작할 수 없는 아이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부분에도 필요하죠.
눈치 없는 사람에게는 직설적 표현이 도움 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음을 대변하는 수단으로는 부족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함으로 더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죠.
한 번은 종교문제로 신랑과 다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댁에서 강요 아닌 강요를 받는 다는 생각에 저의 마음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싸움으로 번져 있더라구요.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말로써 온전히 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구절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제가 그 부분에 있어서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더 강력한 무언가로 작용할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완전한 자유에서는, 자신 이외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중간 지대도 미지와의 만남도 있을 수 없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현재 상태의 자신이라는 것,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100%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설명을 좀 해줬으면 했죠 ㅎ
육아휴직 중 두 아이가 자라 둘다 어린이집에 가는 시절에 저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있을때, 그때 쉬어야된다'라는 말을 철저하게 지켰죠^^
그 자유가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더 느낄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짐작하건데 모든 욕망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욕망 그자체가 될수 없다는 뜻 아닐까... 우리 삶에 희노애락이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닐까... 앞에서 나온 '마찰'과도 같은 이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네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건, 괴로움 그 자체가 아니라 괴로움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야. 괴로움을 어떻게 가졌는가, 어떻게 껴안았는가, 도망치지 않고 무언가를 얻었는가'
삶의 시련에 누군가는 맞서 싸울 용기조차 없고, 누군가는 그 시련을 겨우 극복하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도 무언가를 얻어갑니다. 솔직히 말이야 쉽지 눈앞에 시련을 앞두고 감정적 동요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겪어야 하는 것이라면 마음가짐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 담대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몇번 또는 수십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할지 짐작도 못하겠지만, 어려움 속에서 제가 얻을 그 무언가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에는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 하지만 그걸 들춰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지름길은 없단다'
특히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저에게는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진심이 통해야 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정성을 들여야 된다. 마음을 공감 해야한다...
무슨 뜻이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봅니다.
누군가를 대할 때, 아이들을 마주할 때도 급히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이 마음으로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모비딕'이라는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며, 나중에 그 책을 읽어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만월의 밤에는 주의해. 모비 딕이 반드시 찾아와'
다케루가 고이누마에게 해준 말입니다.
모비딕은 사람마다 갖고있는 어두운 내면의 무언가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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