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어제 어제 새벽에 또 하프를 뛰고 이어서 아들과 함께 참외, 수박을 따러 갔었는데요..
재밌었는지, 오늘도 또 가자고 해서 또 따는 바람에 너무 더워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겨우 겨우 이것 저것 잘 챙겨 먹고 더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몸 관리를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주는 사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완독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다 읽지 못했습니다.
중반부에 이르니 비로소 좀 스토리에도 빠져 드는 것 같았지만, 정말 말그대로 고양이의 시야로 쓰여진 소설이라서 처음엔 빠지지는 못 하고 그냥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 소설은 [도련님]과 다르게 흡입이 잘 안되네요..^^..!
완독을 다 하지 않으면, 결론이 안나서 후기를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미뤘던 것인데요. 다음주에도 이어서 써야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마음]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어떤 작가에 대해서 알아 가려면 최소 3개 작품 정도는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책은 유명한 책이어서, 고양이가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 소설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영어 독해 교사인 구샤미의 집에 살게 된 이름 없는 고양이가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묘사하며 진행 되는데, 고양이가 말할 것도 없이 영리하고 철학적인 말들을 많이 합니다. 아직 끝까지 읽지 않아서 스토리의 결론은 잘 모르겠습니다.
느낌에는, 이전의 [도련님] 책에서와 동일하게 소세키 자체가 당시 조국이었던 일본에 대해 그리 좋은 시각을 가진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이 느껴졌는데, 이것은 마치 [토지]에서 등장했던 일제 강점기 때의 당시 일본의 젊은이들이 조국의 군국주의와 정치에 반감을 가지는 장면들, 그리고 이문열 작가님의 [젊은 날의 초상]에서 당시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고뇌 와 반감들을 소세키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의 말을 빌려 그러한 표현들을 자주 하니, 결국 작가가 그러했을거라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더하여 소세키는 자본주의나 사유재산 제도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 천지를 제조하기 위해 그들 인류는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가 하면,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가 제조하지 않은 것을 자기 소유로 하는 법은 없다. 자기 소유로 정해도 지장은 없으나 남의 출입을 금할 이유는 없다. 이 망망한 대지에 간교하게 담을 둘러치고 말뚝을 세워 아무개 소유지라고 선을 긋는 것은 마치 저 푸른 하늘에 줄을 치고 '이 부분은 내 하늘, 저 부분은 네 하늘.' 하며 신고하는 것과 같다. 토지를 잘라서 한 평 얼마의 소유권을 매매한다면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를 사방 한 자로 잘라서 판매해도 좋을 터이다. 공기를 잘라 파는 것이 불가능하고 하늘의 구획이 부당하다면 토지 사유도 불합리하지 않은가."
이러한 식으로, 또는 "실업가인 가네다는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병이 있다." 와 같이 곳곳에서 자본주의와 사유 재산 제도에 반감을 가진 듯한 멘트가 등장 합니다. 다만 그것이 주를 이루진 않고, 소설의 묘미가 언제라도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변신해서 작가의 사상과 가치관이 등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은연중에 비춰집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이전 [도련님]의 후기에서 쓰지 못해서 아쉬웠던 소세키 만이 가진 그 정의감 어린 정신이 여기서도 등장 합니다.
[도련님] 소설 중 도련님이 극 중 가장 정의롭고 인간적이었던 같은 수학 주임 교사에게 팥빙수를 얻어 먹은적이 있었는데, 그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인연을 쭉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얻어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잠시 오해하여) 그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 달라진다 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그가 얻어 먹었던 팥빙수 값 1전 5원을 그대로 전해주려고 수학 주임 선생님 책상위에 올려 놓는데, 그 또한 그것을 절대 받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둡니다. 몇 일 동안 그 돈은 나란히 앉은 그 둘이 보이는 곳에 그대로 놓여 있었는데, 마침내 그 수학 주임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자, 주인공 도련님은 그 돈을 다시 가져 갑니다. ^^
저는 이것이 도련님의 매력이라 생각했거든요. 너무 시원하고 멋있었습니다. 이왕 살거면 이렇게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역시 그 때도 생각했습니다.
"정의는 이쪽에 있지만 권력은 저쪽에 있는 경우 정의를 굽히고 무조건 굴종할지 또는 권력의 눈을 속이고 내 정의를 관철할지 묻는다면, 나는 물론 후자를 선택한다."
"그것도 잘못이 이쪽에 있다면 몰라도 소위 정의를 위해, 인도를 위해서라면 설령 개죽음을 당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임무를 아는 남아의 기개일 것이다."
이 말이 등장하는데, 순간 [도련님]에서 그 장면이 생각나더라고요. 아무리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을 날려도 미워할 수 없는 소세키의 매력인 것입니다. 소세키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저런 글이 곳곳에 베어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실제 지인들 두 명이 공식적으로 소설 속 주인공 주변 인물로 나오고, 주인공 고양이와 그의 주인 아저씨 구샤미가 작가 소세키의 시각과 특성을 반영한 인물들로 보여 오히려 스토리 보다, 작가에 대해 유추하고 알아가는 재미로 읽었습니다.
실제로 소세키는 위장병을 심하게 앓았는데, 고양이의 주인 아저씨도 그런 인물로 설정이 되고요.
그의 실제 애제자 였던 물리학 전공의 제자 데라다 도라히코(극 중 간게쓰)도 그대로 등장하고, 그의 오랜 친구였던 도교대 미학 교수 였던 오쓰카 야스지(극 중 메이테이)도 그대로 등장 합니다. 저는 이 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이후에 소세키가 [도련님] 같은 자전적 소설을 쓰면서 어떻게 영문학 전공을 한 영어 선생님이었던 자신을, 물리학 전공의 수학 선생님으로 바꿨는지 재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주면 인물에서 힌트를 얻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련님]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크게 다른 부분은
[도련님]에서는 소세키 자신을 그린듯한 주인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나옵니다. 정의감 넘치는 젊은 혈기를 그려내다 보니 누구라도 응원하고 미워 할 수 없는 캐릭터로 나오지만, 이번 책에서는 똑같이 자기 자신을 그린 듯한 주인공 집 아저씨가 너무 현실적이고 약간 부족한 듯한 인간으로 나옵니다. 저는 지저분하게 콧수염이나 길렀다.나 [도련님]에서처럼 여기서도 언제나 수건을 들고 사우나를 다녔다는 내용이나, 위장병에 고생하면서 그의 두드러진 식성이나 식욕등도 모두 소세키를 표현했다고 느껴지지만, 이 책에서는 자신을 그런 매력적인 정신으로 포장하기에는 쑥스러웠던 것인지, 매우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소설에서도 이전에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문체라고 생각했던 "예의 새된 목소리를 지른다." 에서 '예의'가 여기서도 중간 중간 등장하며, 언젠가 그의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그 느낌이 여기서도 느껴졌습니다. 당시 일본인의 유행하는 말투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전 [도련님]에서 처럼
"무엇이 인간의 가장 추한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하녀는 남들이 이를 간다고 말해주면 항상 부정한다. 자신은 태어나서 오늘까지 이를 간 기억이 없다고 고집을 부리며, 결코 앞으로 고치겠다거나 죄송하다고 하지 않는다.."
(코가 유독 너무 커서 못생긴 부유한 실업자의 부인이 오만하기 까지 하여 그의 외모를 비하하는 장면에서는)
"슬프게도 그것은 눈이나 입 등의 다른 것들과 전혀 상의 없이 생겨버린 코 입니다."
".......... 그러나 그 주위를 둘러싼 안면의 조건은 어떠할까요..??"
이런식으로 살면서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누구나 누군가를 보면 느꼈을 그런 감정들을 솔직하고 직설적이게 표현하는데, 그것이 너무 현실적인 것이 소세키의 글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는 소세키의 소설이 스토리나 메세지도 그러했겠지만, 이러한 소세키만의 특징도 개성으로 사랑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제게는 정말 감탄이 될만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합니다.
"옛날 그리스인은 체육을 매우 중시하여 모든 경기에 큰 상을 내걸고 장려했지.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학자의 지식에 대해서만은 아무런 상을 주었다는 기록이 없어서, 실은 오늘까지 그걸 매우 의아스럽게 생각하던 참이네."
(여기 까지 읽으신다면, 회원님들은 그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신가요??
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경기에서 얻는 상은 그들이 연기하는 기예 그 자체보다 귀중하다는 거야. 그러므로 칭찬도 되고 장려하는 도구도 되지. 그러나 지식 그 자체는 어떤가? 만약 지식에 대한 보수로 무언가를 주려면, 지식 이상의 가치 있는 것을 주어야 하지. 그러나 지식 이상의 보물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물론 있을 턱이 없어. 잘못 주면 지식의 위엄을 해치게 될 뿐이야."
"이로써 금전이 지식에 필적하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 거야."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통찰을 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동생이 제게 물었었는데요. 언니는 지금 어디에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냐고요.
누가 들으면 너무 틀에 박힌 멘트가 아니냐고 하겠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에게 저의 생각을 말했었습니다.
지금 언니가 가장 열심히 투자하는 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고, 절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자산이라고요.
그게 무엇이냐고 묻길래. 제 자신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잃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 저의 신체(건강), 저만의 지식을 쌓는데 열중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고 돌아 제가 정말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 자신을 채우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제 아들도 마찬가지이고요..! 돈이 중요하지만 돈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결정은 모두 아들 자체에 초점을 두고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 모든 결정이 오히려 저희에게는 다 행운을 가져다 준 듯 합니다.
막상 이 상태로는 후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 완독을 하고 싶어 더 늦어졌었는데..
완독은 못했지만, 후기를 쓰기 시작하니 하고 싶은 말이 은근 많네요..!
아직 더 전하지 못한 이야기도 많은데요..!
완독 후기 때 더할 수 있으면 더해보겠습니다.
정말 너무 더운 날씨입니다.
이럴때마다 생각나는 곳이 발리인데, 올해는 제가 게을러서 발리 여행을 준비하지 못했네요.
너무 아쉬운 여름 입니다..^^!
발리는 지금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처럼 시원 선선하다고 하니 더 그립더라고요.
다들 휴가를 어떻게 보내실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이 더위를 잘 날 수 있는 휴가시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제가 상상하는 노트북님의 모습은 정말 탄탄한 몸을 가지셨을거 같아요.
제가 너무 동경하는 모습이죠. 하프를 뛰고 와서 또 아들과 참외 수박을 따러 가셨다구요.....ㅜㅜ
그 체력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 ㅎ
그런 스케줄이시라면 책은 좀 덜 읽으시는게 맞겠네요. ㅋ
고양이로소이다... 는 제 상상으로는 일본 특유의 심심하고 순한맛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전 도련님과 인간 실격을 읽기전까지는 일본 소설이 영 손에 안 잡혔었는데 그게 일본 특유의 심심함이 영 끌리지가 않더라구요.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저랑은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심심함이 가끔은 끌리는걸 보면 이제는 저도 일본 소설을 읽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제가 상상하는 그런 심심함을(제 관점자에서) 담은 소설이 맞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소세키라는 작가를 탐구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노트북님의 자세가 참 좋아보였습니다.
무슨 책이든 그런 자세로 책을 대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취향을 따지는거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더 넓은 관점을 가지려면 책에 대한 편식을 피해야하는데 말입니다.
노트북님이 자신에게 하는 투자가 가장 정직하다는 생각에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자식도 좋고 남편도 좋지만 결국 인간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거라서 내가 탄탄하게 두발을 짚고 서야 모든것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생각을 합니다.
배움도 좋고 체력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정신의 굳건함인거 같아요.
내 마음을 내가 잘 알고 다스릴수 있다면 삶이 한결 덜 힘들어질수 있지 않을까 하구요. 제게는 그게 너무 중요하거든요.
유리멘탈이라서요. ㅎ
나에게로의 투자... 노트북님 처럼 저도 열심히 해보렵니다.
오늘 말씀도 너무 잘 들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