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에 오랜만에 건축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은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이고 이 글은 쓴 사람은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입니다. 혹시 이름을 들어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글을 잘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책 제목이 너무나 인상 깊어서, 우연히 이 책을 본 순간 구입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문을 보니 박노해 시인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는 시의 제목을 가져온 것이였네요. 그 시를 이 책의 서문에 실었는데 정말 좋습니다. 조금 길지만 그래도 꼭 소개시켜 드리고 싶네요.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시간은 모든 것을 쓸어가는 비바람
젊은 미인의 살결도 젊은 열정의 가슴도
무자비하게 쓸어내리는 심판자이지만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하늘은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를
시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시키듯
시간을 견뎌년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저기 낡은 벽돌과 갈라진 시멘트는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와 이끼의 집이 되고
빚바래고 삭아진 저 플라스틱마저
은은한 색감으로 깊어지고 있다
해와 달의 손길로 닦아지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쓸어내려준
순해지고 겸손해지고 깊어진 것들은
자기 안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치열한 묵언정진 중
자기 시대의 풍상을 온몸에 새겨가며
옳은 길을 오래오래 걸어나가는 사람
숱한 시련과 고군분투를 통해
걷다가 쓰러져 새로운 꿈이 되는 사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이 책은 건축가 승효상이 여러 건축을 예시로 들면서 자신이 어떻게 건축을 바라보고, 자기의 건축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약간의. 자전적 느낌이 나는 에세이면서, 답사기이기도 합니다. 유명해지니 이런 글을 써도 사람들이 많이 보는구나 싶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건, 약간의 질투심입니다. 물론 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경력과 커리어에 차이가 있지만, 약간은 동종업계라 그런지 다른 책에서는 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듭니다. 여기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여기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 느꼈지, 여기서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지 등등. 특히 아래의 문장을 접했을 때, 건축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느끼게 되어, 저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건축과 도시는 무생물이 아니다. 건축이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완공함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살게 되는 거주자의 삶으로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나로서는, 도시 역시 태어날 뿐 이어서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하는 생물적 존재라고 여긴다. 만약에 건축이나 도시가 완성되는 순간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붕괴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그 완성의 존재체가 폐허인 것이다. 그래서 폐허에 서면 나는 자못 비장해진다. 온갖 삶이 꿈틀대던 역사의 현장에 서서 당대의 삶을 유추하고 상상하는 일이 흥미롭기 그지없더라도, 그 상상이 끝난 후 눈앞에 펼쳐지는 폐허의 현실을 다시 응시하는 일은 내가 건축의 본질을 겸손히 되물어야 함을 요구받는 일과 다르지 않다. 특히 최고의 문명사회를 이루었음에도 절정의 순간에서 붕괴되어 그 형해만 남은 폐허에서는 더욱 그러했고, 그런 여행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허탈감에 빠졌다. 어떤 이유에서 세워지건, 건축이나 도시는 결국은 붕괴되기 마련이었다.” 113p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도 더 좋은 것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그냥 막연한 생각이나, 책으로만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카메라를 들고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다행히 그때 다녔던 경험치와 사진으로 적당한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역시 이걸 뛰어 넘으려면 더 많이 다니고 많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승효상 건축가와는 30년 이상 차이가 나고, 이 책은 10년 전에 나왔으니 거의 20년 정도의 시간이 있네요. 저도 20년이 지난 후에는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아, 그리고 이번주는 제 생일이었는데요. 너무나 값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돈을 모아서 사준 생일 선물입니다^^ 꼬깃꼬깃 용돈을 만원씩 내고 아내가 돈을 합쳐서 샀다고 하네요. 작은 편지지와 함께 주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제가 요즘 브런치스토리에서 쓰는 이름이 앵무새죽이기의 Atticus인데, 그 이름을 각인해서 줬네요^^
브런치스토리에 10월 말에 공모전이 있는데 저도 20편 정도 써서 출품을 해 볼 생각입니다. 일단 도전해보고, 안되면 다시 추가하고 다듬고 해서 발전시켜 나가보려고 합니다.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더욱더 매진해야겠네요. 당분간은 감각을 올리고자 관련 된 도서를 많이 읽을 것도 같습니다.
그럼 환절기에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안녕하세요 희후님
좀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더없이 귀한 선물을 받으셨네요 더불어 공모전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참 좋습니다.
저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기도 하구요
제목이 참 좋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같은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어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건축의 완성이 붕괴나 몰락이라고 하니 건축이 무생물이 아니고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것 같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아름답다고 했으니 붕괴 직전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그것이 완성의 다른 모습일까요?
좋은 글은 언제나 깊은 여운을 남기고 사고를 확장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종종 건축에 관한 책을 읽곤 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꼭 이 책을 읽어 봐야겠습니다.
후기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남은 이번 한주도 알차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