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김영하
읽고 싶은 책이 있어 도서관에 방문했는데 원하던 것이 모두 대여중이라 즉석에서 둘러보던 중 뒷 표지에 적혀있던 '뛰지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 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 집어오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내용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가출 청소년들의 방황과 폭주족의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었습니다. 가출청소년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부분에서는 거북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뉴스에서만 들어봤지 내가 몰랐던 부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그들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것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 여자화장실에서 태어난 '제이'는 분주한 구급대원들과 몰려든 사람들로 정신없는 상황속에서 터미널 건너편의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돼지엄마'에게 건네집니다. 삼년 후 돼지엄마는 강남의 룸살롱의 주방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그 곳에서 함묵증을 앓고 있는 동규와 만난 제이는 밤낮으로 집을 비우던 돼지엄마를 대신하여 어린시절을 그와 함께 보내게 됩니다.
말 못하는 동규를 대신해 사람들에게 말을 해주었고,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제이가 알아차려준다는 것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제이가 원하는 것을 그냥 내가 원했던 것인 양 믿어버리곤 했다. 제이는 내 욕망의 수신자가 아니라 통역자였다'
동규가 얼마나 제이를 의지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돼지엄마는 약쟁이 뽕돌이를 만나 집을 나가버렸고, 갑자스레 말이 트인 동규도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재개발을 앞둔 다세대 주택에 '제이'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제이는 엄마를 데려간 뽕돌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세워 두고 악마를 불러내는 의식을 하려 하지만, 제이를 찾아온 동규가 뒤를 밟히는 바람에 제이는 보육원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혹시 그때의 제이는 악마를 잡으려던 게 아니라 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두 개의 거울 사이에 버티고 선 순간 제이는 두번이나 자신을 버린 세상의 규칙과 궤도로부터 벗어나 일종의 무한궤도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 같다' 라고 동규는 생각하게 됩니다.
낳아준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키워준 돼지엄마에게서도 버림받은 제이는 친구의 배신아닌 배신으로 보육원까지 끌려가게 되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굶어가면서도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의 의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복수라는 일념만이 그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될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
붙잡혀온 보육원 위쪽에 있던 버섯농장에서 불이난 사건으로 개장수에게 붙잡혔던 개들을 구해주기 위해 트럭 바퀴에 펑크를 낸 제이는 독방에 갇히게 되는데, 그 곳에서 자신의 영혼이 모든 것들에 깃들 수 있음을, 그것들에 공감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후 보육원을 도망친 '제이'는 길거리를 배회하며 가출소년들의 집단들을 전전하며 살아가게 되고, 그 집단 속에서 정글과도 같은 그들만의 생존방식과 폭력성 등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는 중 제이는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는 목란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동규도 만나게 됩니다.
'물건이든 기계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 무엇이든 그 존재에 합당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나도 그걸 느낄 수 있어'
동규를 만난 제이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며 한 말입니다.
작가가 제이의 이런 증상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어떤 존재가 그 존재자체만으로 감당해야하는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이 : 대학은 왜가? 가고 싶어?
동규 : 가야하니까
제이 : 그런건 누가 정했지?
동규 : 세상이 정했잖아
제이는 동규와의 긴 대화의 끝에 '뛰지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라고 동규에게 말해줍니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의 방황을 향해 너라는 존재자체가 중심이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이는 자신이 만나온 가출청소년 집단을 시작으로, 목란과 함께 다니면서 폭주족까지 아우르는 그들만의 리더로 거듭나게 됩니다. 신을 추종하듯 제이를 따르는 폭주족들과의 폭주속에서 경찰의 끄나풀이 된 동규로 인해 경로가 유출되고 경찰과의 대치끝에 쇠바늘 바리게이트를 넘지 못하고 제이는 물에 빠져 실종됩니다.
마지막 대폭주 속에서 목란은 눈을 크게 다치게 되면서 유학길에 오르고, 동규는 목란과의 긴 대화끝에 약을 먹고 자살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한번도 제대로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제이에게도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다면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들의 리더로서 좀더 나은 방법을 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을면서 가출 청소년의 실상을 접할 때도 불편했지만, 동물을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 폭주족을 바라보는 시민, 언론, 경찰의 모습,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 재혼가정속에 있는 위태로운 아이들의 모습 등을 보면서 애써 보지 않았던 우리 삶 곳곳이 들춰지면서 불편한 감정이 계속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으로 처음 프롤로그 부분에 있는 마술사 이야기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글도 어렵지 않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혔던 것 같습니다.
역시 소설의 후기는 쉽지 않네요😭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내용을 줄이는 게 아직 서툴러 다 적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또 한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평안한 밤 되시고, 새로운 한주도 화이팅 입니다!👍
가다쿵님! 후기가 너무나 맘에 와닿아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매번 이렇게 좋은 후기를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뛰지마, 네가 이 우주의 중심이야"
제 아들에게, 그리고 아들을 키우는 제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입니다.
갑자기 최근 조급해졌던 저를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네요..!
(멋진 문구 입니다.)
제 글에서 몇번 언급을 드렸지만, 제 아들은 학습을 싫어해서 학습 관련이나 그 비슷한건 거의 하지 못하고,,
필요하다 생각해서 하더라도 노력한만큰 뭔가가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와중에 아이가 한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어디를 가든 왜이렇게 한자만 보면 반가워 하는지, 한글 책은 엄마가 읽어주어야만 재밌게 듣는데, 한자책은 자기도 쓰는 책을 사달라고 해서 가장 쉽고 얇은 8급 한자 책을 하나 사주었습니다.
한자는 참 잘 외우더라고요,,!
그것도 신기했는데.. 연습용으로 구매한 그 책을 통해서 저도 한자 급수 시험이 있다는걸 오랜만에 인지했습니다.
아이에게 한자도 자격증이 있다니까, 자기도 그것을 따겠노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또 그말을 했다고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시험을 보려면 ^^: 최소한의 한글을 알아야.. 시험을 보는데요.
문제를 읽는 것도 그러하지만, 제가 잘 몰라서 [한국 어문회] 시험을 접수 했더니, 모두 주관식이고 한글로 한자의 훈,음을 쓰는 문제들이 많더라고요..
아이가 한자만 즐겨도 되는데, 괜히 시험을 등록하게 되어서.. 답을 쓰기 위한 한글에 조급함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아이가 매번 잘 모르는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이가 싫어한다고 해서 한글을 아예 놓고 있었던 제 잘못도 있는 것인데도요,,!
아이가 아프다가 이제 좀 나았으니, 다시 한글 학습도 시작해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다가 다시 마음이 무거워서
오늘도.. [토지]도 읽어야 하지만, 마음의 정화를 위해서 육아책을 몇 장이라도 읽어야 제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이 문구를 본 것입니다.
제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반성하는 마음, 다시 중심을 잡는 마음. 두 가지가 모두 생기네요.
어린시절엔 폭주족, 비행 청소년은 위험한 존재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 커보니, 그것은 정말 한끝차이였던 것이고요..
누구라도 그 한끝 차이로 비행 청소년이 되었거나, 아니면 그 한끝 차이를 위태로움 속에 지킴으로써 비행 청소년 경험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의 방황이 크고 나서 삶을 살아가는데 무언갈 이루지 못할 이유가 전혀 아니란 생각도 들고요.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습니다.
매번 이리도 소설을 잘 요약하고 전해주시면서, 항상 어렵다고 하시니..ㅎㅎ
가다쿵님께서 혹시나 완벽주의자 이신게 아니실지..^^..! 생각해 봅니다.!
그만큼 후기가 흥미진진하고 멋지다는 이야기 입니다. ^^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가다쿵님 안녕하세요
'물건이든 기계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 무엇이든 그 존재에 합당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나도 그걸 느낄 수 있어'
이 문장이 제목과 연결되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하 작가님은 주인공 제이의 증상(능력)을 통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 까요?
자의로 타의로 거리에서 떠도는 아이들이
존재에 합당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존재라면
그것을 공감하고 느끼고 알아 주는 존재가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어른들의 도움과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거리에서 스스로 살아가는게 합당하지 않은 고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아이들의 불안함과 고통이 너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하네요
저는 이책은 읽지 못했지만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에 관한 소설을 읽을 때면
겉으로 보기에는 거칠어 보여도
아직은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들이구나 싶을 때가 많고
그 아이들이 거리로 나가게 된 주된 이유중에 하나가
어른들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때가 많았습니다.
가다쿵님은 김영하 작가님의 책 후기를 올려 주시고
노트북님은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 후기를 올려 주시고
재미있는 우연입니다.
저역시 비문학에 비해 소설은 후기 쓰기가 힘들어
가다쿵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저만 그런게 아니라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ㅎㅎ
전혀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후기글 잘 읽고 갑니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건 세상의 모습을 점점 더 알아간다는 말이겠죠.
이 나이쯤 되고보니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길이 더 갑니다.
그것이 아이들일 경우는 더욱 그렇구요.
세상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사는것이 맞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이 있어왔어요.
세상은 공평해야한다고 말들을 하지만 이미 모두의 삶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들의 우울한 환경이 부모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죠.
제대로 된 보살핌과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의 시작는 언제나 부모에게로 귀속됩니다.
그래서 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한 아이가 성장하는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아이를 책임지고 보살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삶을 상상하기란 너무 쉬우니까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가지셨을 가다쿵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었을것 같아요.
사회가 이런 아이들을 진심으로 품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다쿵님^^
가다쿵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책 후기 잘 읽었습니다.
소설의 후기를 쓰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한편의 소설을 상상 할 수 있게 잘 써주신것
같아요.
그만큼 가다쿵님이 심혈을 기울여 써 주셔서
그렇겠지요.^^
태어나면서 버림받은 아이 제이의 삶이
너무 불쌍하네요.
그 인생을 거두어 주는 사람없이,
오히려 말못하는 동규를 도와주며
성장하게 되고, 자신이 받는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컸으면, 사람마다 존재에 합당하지 않은
고통을 보면 그것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고
했을까요. 자신의 고통만큼 타인의 고통도
공감을 할 수 있기때문일것 같습니다.
사람은 아파보지 않으면 아픈사람의 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알려주는
소설이라 읽으면서 적나라한 표현들이 다소
불편했을 수도 있지만, 아마 현실은 소설보다
더한 인생들도 많을거라 예상됩니다.
이런 부분들을 접하면 외면하지말고,
약자의 편에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같네요.
오늘도 새로운 소설을 소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소개 해 주실까?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