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치악산님.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의 첫번째 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덫'은 저도 오늘날 많이 느끼고 있는 부분입니다.
민주주의가 우리의 뜻을 대변해주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리라는 보장도 최선의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라는 말에서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히틀러의 나치도 민주주의와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1기를 겪었던 미국 국민들이 또다시 트럼프를 뽑았으니까요. 얼마 전 탄핵된 대한민국 최악의 대통령도 민주주의와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습니다.
2015년에 190여개 국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를 반영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 차이를 좁혀가며 진통 속에 파리 기후협약에 체결되었습니다. 물론 구속력이 없고 실질적인 영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로 천명한 파리 기후 협약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7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였고 2025년 재취임을 하자마자 즉시 파리기후협약에서 재탈퇴합니다.
트럼프의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자국 우선주의의 절정을 달리는 이 서명은 기후위기를 몇 십년이나 앞당기고 인류 전체가 파멸로 달려가는 가속페달을 밟은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국우선주의의 리더십이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및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국민연합(RN)이라는 우파정당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민 제한, 자국 우선주의, 경제 보호주의, 프랑스인 우선주의의 경향으로 볼 때 트럼프의 기조와 매우 유사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러한 리더들은 치악산 님이 말한 '개인적인 욕망'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노골적으로 주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걱정은 이러한 노골적인 주장들이 이제 사람들에게 먹혀 들어가는 것이고, 똘레랑스로 알려진 프랑스인들마저 더이상 '참을 수 없다. 참지 않겠다.' 라고 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욕망을 실현시켜줄 지도자를 뽑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민주주의로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맞겠지요. 2000년대 초부터 2010년대까지는 대의, 그러니까 개인적인 이익과 행복을 조금 줄이고 양보하더라도 집단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어젠다가 정치 구호속에 등장하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길이면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요.
2010년대 초반부터는 "정치적 올바름 PC, 인종, 성별, 장애,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담은 표현이나 행동을 지양하고 포용적인 언어와 태도를 사용하려는 신념이나 운동" 이 활발했던 시기이고 정치 지도자들은 입으로는 이런 것들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민들 역시 함께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욕망 추구, 또는 나는 절대 손해(피해)볼 수 없어!' ' 라고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터에서, 온라인에서 등 모든 장소에서 매일매일 느끼고 있구요.
많은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함' 보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매우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도 이 감정을 잘 건드리고 있는 것 같구요.
이러한 풍토가 만연한 시기가 되면서.. 그리고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지도자들이 권력을 획득하는 모습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전쟁이 가까워져온다는 건 저의 과한 생각일까요,,(그리고 이미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덫으로 인해 인류가 파멸하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일부분은 손을 보아야겠지만, 수천년간 인류가 발전시켜 온 정치체계중에서 민주주의보다 또 나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찍힙니다. 그 방편으로는 시민참여주의, 정당참여가 있을 수 있겠네요. (전 공무원이라 정당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참 아쉬운 부분이고 바꾸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악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용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네요.
치악산님 후기 덕분에 저도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