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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독서 후기 공유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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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9월 3주 독서모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안녕하세요. 라미입니다.

아침 바람이 제법 서늘하고 냉기가 감돕니다. 어느새 가을 한가운데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길을 걸으면 은행들이 떨어져있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들도 보입니다.

가을은 참 상쾌한 계절이고 야외활동도, 운동하기도 좋은 날씨라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 한편으로 무거워지고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가을을 좀 타나 봅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만 아이들이 다 큰 모습을 상상하면 눈물도 나고, 그냥 뛰어노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저려오고.. 이렇게 예쁜 모습이 한해가 지나가고 또 소중한 시간이 다 지나갔구나 하면서 괜시리 침울해집니다. 참 배가 불렀지요..? ^^;

떨어진 낙엽을 보면 마음도 축 가라앉고, 한해를 돌아보며 내가 무얼했나 싶기도 합니다. 항상 가을이 되면 이런 마음이 심해졌던 것 같아요. 올해는 그러지 말고 아이들과 즐겁게 가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



저번에 읽었던 싯다르타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싯다르타의 일생, 싯다르타의 생각과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죄악을 품고 방탕한 자의 경험일지라도 인생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경험이었다는 것들..


그러고보니 제가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은 오직 제가 경험한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내 방식대로 터득했기에 이론이나 지식이나 책으로 읽어서 아는게 아닌 내 언어로 나오는 나의 이야기가 되는 거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싯다르타가 경험한 방종, 노름, 죽음까지 생각한 심정까지 다 겪어봐야 하느냐.. 그것은 아니겠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봐야 나의 세계관이 존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계속 들었습니다.

특히 대학교 졸업 이후 바로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학교에서만 지낸 저는 종종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희후님이 남겨주신 후기대로 헤르만 헤세 작품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읽어가기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할지라도 이야기속에 빠져듭니다. 헤르만 헤세가 소설 속에 저같은 독자에 대한 배려를 많이 깔아놓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지와 사랑)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볼까 하다가 대작은 맨 마지막에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헤르만 헤세의 연대기를 보니 싯다르타를 발표한 후에 쓴 작품이 바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였기에 순서상 이 책이 맞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학교 때 열심히 모아놓은 고전소설 중의 하나여서 저희 집 책장 귀퉁이에 잘 보관되어 있던 책이기도 합니다.

제 중학교 때의 강렬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골드문트가 나이가 들어서 더이상 외모와 아름다움이 통하지 않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더이상 주변의 사람들이 당연히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장면, 어느 집의 자매가 자신을 무심하게 여기는 장면에 충격을 받는 골드문트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 중학교의 감성으로는 찬란하게 빛난던 열일곱 소년이 초라하게 늙어버린 모습에 많이 충격(?)을 받았나봅니다. 제가 기억나는 장면은 바로 그 장면 뿐이고 그저 줄거리만 따라갈 뿐 내용을 자세히 이해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권유에 골드문트는 수도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골드문트는 세상으로부터는 격리된 채 순수한 정신세계에 봉사하고 이념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나르치스에게 매혹을 느끼게 됩니다.


몇몇 사람은 그만큼 나르치스에게 매력을 느꼈다. 이 신동에게, 기품 있는 그리스어를 하고, 행동거지가 기사답게 어디 하나 나무랄 게 없으며, 눈매는 사색가처럼 조용하지만 사물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듯하고, 꼭 다문 입술이 엄숙함을 지닌 이 젊은이에게 학자들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매우 고귀하고 우아한 점에서 그는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이 청년에게 반했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태도와 지나칠 정도로 강한 자제력, 그리고 그의 예의범절이 너무나 궁중 풍습을 띠고 있기 때문에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학문을 사랑하고 평생 신성한 것을 지향해서 노력을 하는 나르치스 역시 골드문트에게 계속해서 마음이 향하게 됩니다.


사실 나르치스는 그의 친구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의 꽃다운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자연 그대로의 생활력이나 꽃과 같은 충만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금발의 소년을 너무 지나칠 정도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그 아름다운 눈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것에, 그 밝은 금발의 꽃향기 가까이에 있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되었다...



나르치스는 학문에 대한 열의가 있는 지적인 모습, 그리고 수사가 되기 위함이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금욕적인 모습은 싯다르타의 고빈다가 떠올랐습니다.


싯다르타가 고빈다에게

"스님은 지나칠 정도로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구도 행위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 부분이 떠오르면서 나르치스가 철저하게 정신세계에 몰두하고 단 한순간이라도 관능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자 하는 노력이 오히려 이 "신성한 것"이라는 관념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 안에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골드문트가 스스로 자신의 영혼, 자신의 본질 속에 들어있는 자신만의 특징을 발견하도록 해주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합니다.



한편 나르치스는 그의 친구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했다. 인간의 성질이나 천분을 보고 느껴 인식하는 특수한 능력 덕분에 그는 골드문트에 대해서 벌써 오래 전부터 명쾌한 해답을 내리고 있었다. 이 청년의 온갖 약동적인 것과 눈부신 것은 분명히 이렇게 말해주었다. 즉, 그는 감각도 영혼도 풍부하게 부여받은 강한 인간의 모든 특징을, 아마 예술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크나큰 사랑의 힘을 가진 인간의 특징으로서, 그의 천명과 행복은 불이 붙기 쉽고 누구에게나 자애롭게 헌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랑의 인간이, 섬세하고 풍부한 감각을 가진 인간이, 꽃의 향기나 아침의 햇빛이나 망아지나 나는 새나 음악을 이다지도 깊이 맛보고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대체 무엇 때문에 정신적인 인간이나 금욕주의자가 되는 것에 열중하고 있을까?



나르치스는 골드문트 속에 들어있는 이 예술가로서의 영혼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골드문트의 어린 시절을 추론하게 되고, 아버지에 의해 지워진 어머니의 흔적을 골드문트가 떠올리도록 합니다.

아름다웠던 어머니가 집을 떠나 버린 후로 아버지는 어머니의 모든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죄악으로 여기게하며 골드문트의 마음 속에서 아름다웠던 어머니는 치욕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져 망각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나르치스와의 대화 중에 유년 시절 사랑했던 어머니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면서 골드문트는 쓰러지게 되고, 다시 깨어난 골드문트는 수도원에서의 금욕적인 삶과, 자신의 본성을 좇아가는 삶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여기까지 읽었는데 헤르만 헤세가 정말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모든 인물들의 묘사가 참 생동감있고 입체적으로 잘 전달이 됩니다. 골든문트의 아름다움도, 나르치스의 지적인 매력도 다양하게 묘사하면서 이 인물들에게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제 골드문트는 자신의 본성을 좇아 방랑하는 삶으로 가겠지요. 싯다르타가 사문의 생활에서 나와 세속적인 삶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겹쳐집니다. 이제 더욱 책이 재미있어질 것 같네요.


이번주 독서 후기는 여기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일교차 큰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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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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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님 한주 잘 보내셨나요^^

가을을 타신다는 말씀이 왠지 낭만적으로 들렸습니다.

한해동안 뭘했나 하는 생각을 저만 하는게 아니구나 느꼈구요 ㅋ

가을은 누구나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가질수 있지만 그게 또 가을의 매력같아요.

바쁜 일상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것이 가을이 주는 여유같기도 하구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아쉬운 마음..저도 너무 잘 알죠.

그래서 지금도 다 큰 딸들을 보면 그 생각이 나서 어릴적 얘기를 하곤하는데 생각해보니 내 어릴적 어른들이 우리에게 했던 얘기들을 내가 하고있네? 합니다. ㅋ 좀 자제해야겠어요.

이 가을 아드님과 가을을 진하게 느끼는 시간 가지시길 바래봅니다. ㅎ


이 책은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들은적이 있었어요.

물론 읽어보진 못했는데 라미님의 후기를 보며 이제는 읽어볼 시간이 왔구나 생각했어요.


저번에 노트북님도 말씀해주셨지만 우리 독서 모임에서는 불교를 말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참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 책과 싯타르타를 연결해주며 얘기 하신 부분이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골드문트라는 인물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친구 나르치스와 서로를 존중하고 경외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 인물 모두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다음 책으로 읽고 싶다고 느낄만큼요.


책과 책이 연결되는 느낌, 인물과 인물이 연결된다는 느낌을 갖는건 책을 보는 또하나의 묘미인거 같아요.

다른 시대, 다른 작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맞닿아있다는 느낌은 확신과 함께 나의 영혼의 세계를 확장시켜준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습니다.


오늘 좋은 책 하나 또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가을비가 오네요. 더 추워지면서 겨울이 올까 두려울만큼 아직 가을을 채 느끼지도 못해서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이 가을에 좋은 책 많이 읽고 싶습니다. 좋은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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