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벌써 한주가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8월까지는 아이들 방학이 있어서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다들 제자리를 찾아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9월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아침으로는 바람이 꽤 선선해진것 같습니다. 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기는 하지만 공기는 한층 시원해진것 같은 기분입니다. 무엇이든 영원한건 없는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박경리 문학상 2회 수상자의 작품입니다.
소설의 시대 배경이 소비에트 시대이며 전쟁, 투옥, 강제수용소, 처형 같은 소재 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토지에서 수많은 평범한 인물들의 사는 모습을 그렸듯이 이 책 역시 그런 모습이 토지와 닮은 모습을 느꼈습니다.
물론 정서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정이 많고 모여 사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모습들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제냐라는 인물이 여기 저기 등장합니다. 같은 인물인것 같기도 하고 다른 인물인것 같기도 하고
책을 다 읽고도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단편 마다 한줄 정도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추측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냥 같은 인물 일것 같은 추측만 했습니다
단편소설이라 그런지 다양하고 많은 소박하고 다채롭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많은 인물들 속에서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시대배경이 밝지 않으나 작가가 장면 묘사가 투박하여 큰 감정 이입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한문장이라도 놓치면 내용이해가 어려울때가 있어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책은 여러편의 단편을 우리 짜르의 사람들, 피의 비밀,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살았다. 길 떠나는 이드르이 수호천사 네 부분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제일 첫 작품으로 우리 짜르의 사람들 챕터의 당나귀 길이라는 소제목의 단편입니다.
마르셀을 그리스의 길들이 로마의 길들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설명하였다. 그리스 인들은 당나귀를 산을 넘겨 보내 그 흔적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 한편, 로마 인들은 A지점 부터 B지점 까지 직선으로 산을 가르고 호수의 물을 빼내 거기에 도로를 냈다.
이단편의 주인공 주네비예브는 집이 네채 밖에 없는 곳에서 혼자 집을 짓고 고독을 즐기며 사는 여성입니다.
이 집은 영혼과 육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온수, 샤워, 전화, 인적 없는 산의 아름다움, 긴 여름과 짧지만 눈이 오는겨울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주네비예브의 전남편이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빈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주네비예브의 고독은 덜 완벽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르셀과 연인관계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 단편의 주무대는 주네비예브의 집으로 그곳에는 전 남편의 가족과 재즈 공연을 위해 이 마을을 찾아온 가수 그리고 마르셀과 동행2명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인데 수도승이 길 잃은 양을 찾아서 데리고 오고 밤하늘에는 사과만한 별똥별이 떨어지고 지금껏 말 한마디 못하던 아픈 아이가 말을 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재즈 가수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가을날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같은 상황이 펼쳐지게 되면서 전체적인 묘사가 몽한적이고 동화같은 전개가 펼쳐져 따뜻한 느낌을 갖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첫 단편을 읽고 따뜻한 내용의 소설이구나 짐작을 했다가 바로 다음편 단편이 저의 그런 생각을 산산 조각 내어 줍니다.
다음 단편의 제목은 사다리인데 전쟁에 나갔다가 다리를 다쳐 돌아온 남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니나는 첫째 딸로 엄마와 함께 시장에 나가서 물건도 팔고 동생도 돌보야 하는 예쁘고 야무진 아이 입니다.
다리가 잘린 니나의 아버지 바실리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2층에 있는 집을 올라 올수 있었습니다.
바실리는 술만 마시면 니나의 엄마인 그라냐를 때렸는데 니나는 그런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취에 아내를 때리고 사다리가 있는 난간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를 니나는 밑으로 떨어뜨립니다.
엄마를 죽게 할까봐 겁이 났던 거죠 하지만 술에 취한 아버지는 떨어진줄도 모른채 바닥에서 잠들어 있었고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에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일년후 사다리가 없어도 지낼수 있는 방을 배정 받았지만 바실리는 자살을 하고 니나는 아버지를 불쌍하게 여기며 자신이 아버지를 사다리 아래로 밀어버린 것에 대한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피의 비밀이라는 챕터에 단편들은 모두 자기 자식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중에서도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은 고결한 부모의 아들이라는 작품입니다.
한쪽에 의안을 끼고 살아야 했던 그리샤는 벨라라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자신이 불임임을 알게 됩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아이와 가정을 원해서 그리샤와 결혼했던 벨라는 세상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직장에 과학자와 내연관계에 있던 벨라는 그 과학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그리샤에게 그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다고 말합니다.(내연의 남자는 아이도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 그리샤는 그 사람이 아이에 대한 존재를 모르게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자신의 아이로 키우기로 합니다.
하지만 벨라는 자신의 아들 미샤를 키우는 중에도 미샤의 친아버지를 일년에 한번씩 만나고 있었습니다.
벨라는 아들과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드문드문 모스크바에 들르는 이 남자를 위해서 바친 것은 그녀의 영원히 죽지 않는 영혼뿐이었다.
이건 뭐지 싶은 문장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는 건가? 벨라가 진짜 사랑한 사람이 누구라는 거지 의문이 드는 문장이었습니다.
영재로 자란 미샤는 수학과 천문학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리샤는 그런 아들의 재능을 존중합니다.
미샤가 열네살이 되던 해 벨라는 오랜 친구를 미샤에게 소개 시켜주고 호텔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 오랜 친구는 미샤의 친아버지 안드레이 이바노치 입니다.
벨라는 미샤에게 너에게 지금 아빠 말로 다른 아빠가 있다면 어떨것 같은지 의향을 물어보고 미샤는 지금의 아빠를 더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대답을 합니다.
첫 만남 이후로 미샤의 친아버지는 미샤에게 연락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던 어느날 미샤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큰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곳에는 그리샤와 벨라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세사람이 함께 만나게 됩니다. 다행이 미샤는 회복을 하고 큰 후유증도 없었습니다. 미샤는 진로 문제에 관해서 안드레이 이바노비치와 상의를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성인이 된 미샤는마리나와 연애를 하고 마리나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미샤는 그 문제와 관련하여 안드레이 이바노비치와 상의를 합니다.
"결혼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감을 동반하는 일이다. 결혼은 우리가 소싯적에 사랑이라고 흔히 불렀던 그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나 저 세상 사람이 된 내 부인과 아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어. 그건 왜냐하면 우리의 결혼이 사랑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결혼은 아이를 갖는 것과도 관계가 없어. 물론 우리 둘 사이에는 아들이 있었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그 아이는 일찍 죽었지 그 후로 우리 부부는 절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반대로 서로를 도와주려고 하는 좋은 친구, 파트너로 남았어. 나에게 아이는 결혼의 필수 조건도 아니고, 더군다나 전제도 되지 못하지."
안드레이 이바노비치와의 대화 끝에 미샤는 마리나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기로 합니다.
마리나는 안드레이 이바노비치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고 미샤는 우리 가족의 오래된 친구라고 설명합니다.
오랜시간이 흘러 그리샤, 벨라, 안드레이 이바노비치는 모두 죽고 미샤는 마리나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어떻게 40년을 침묵할 수 있냐는 마리나에 질문에 미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해 못할 게 뭐 있어. 그들은 고결한 사람들이었으니까."
피의비밀에 나오는 단편들은 이렇게 다 불륜이나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갖고 또는 데리고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모두 그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정성껏 키운다는 것입니다. 막장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힘들지 않게 하려는 모습들에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꼭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만이 가족은 아니라는 것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고 아이들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것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단편들이 있고 흥미롭게 읽었던 것들도 많았으나 그러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단편들의 주제가 다양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한주도 좋은일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글을 쓰실때만해도 바람이 선선해진 것 같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쌀쌀합니다. 벌써 겨울신가 싶다가도 낮에는 또 왜이렇게 더운지, 엄청난 일교차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치악산님이 후기 올리기는 책을 보면 너무 읽고싶게 만들어지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책도 궁금해집니다.
저는 나의 폴라일지가 급 너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예약하려고 했더니 이미 대출과 예약이 되어 있더라구요. 이러니 더 읽고 싶은데, 아무래도 일주일은 기다려나 하나 봅니다.
치악산님도 즐거운 주말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