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저는 한번에 한권의 책이 아니라 두권 이상의 책을 읽을때가 많은데 이책은 읽기 시작한지 한달 정도 된것 같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은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나 제 취향이라 책장 넘기기가 아쉬워서 좀 아껴 아껴 읽었습니다. ^^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도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 이 책 역시도 서머싯 몸의 맛깔 스러운 글 솜씨에 여러번 감탄 하면서 읽었습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로지라는 인물에 관한 글을 오래전 부터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책을 읽으면 작가가 로지라는 인물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놓았습니다.
이책은 전작 인간의 굴레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굴레의 필립이 이책에서 나(어셴든)이 되고 필립의 백부 는 어셴든의 숙부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목사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작이 내적 예속을 다루었다면 여기서는 외부적인 요인 사회적 굴레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인 케이크와 맥주는 물질적인 쾌락 혹은 삶의 유희를 나타내고 있으며 책속에 인물로는 로지가 그런 인물입니다
훗날 어느정도 유명한 작가가 된 나는 동료 작가인 엘로이로 부터 한때 영국 문단의 거장이었던 드리필드의 정보를 알려달라는 청을 받게 됩니다.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 알려지지 않은 드리필드의 이야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드리필드가 무명시절 부터 친분이 있던 그는 젊은 시절 패기 넘치던 드리필드와 그의 첫 부인 로지를 회상합니다.
로지는 술집여급으로 일하다가 드리필드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 생활 도중에도 다른 남자(조지)를 서슴없이 만나고 다닙니다
훗날 어셴든이 성인이 된후 로지는 어셴든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로지는 드리필드를 버리고 조지와 함께 미국으로 도망쳐 버립니다. 그후 드리필드는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던 트래퍼드 부인의 관리를 받게 되고 트래퍼드 부인이 만나고 하는 사람만 참석하라고 하는 파티에만 참석하며 점차 개성을 잃어 가게 됩니다. 물론 작가로 이름은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다 자신을 돌봐주던 간호사와 두버째 결혼을 하게 되면서 트래퍼드 부인에게서 벗어나게 되지만 두번째 부인 역시 드리필드의 날것의 모습을 못마땅해 하며 그가 죽을때 까지 죽고 나서도 그의 이미지를 관리합니다.
로이는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면서 그의 부적절했던 과거는 최대한 감추고 미화 시키려고 합니다. 어쎈든은 그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합니다.
"신사와 작가 노릇을 동시에 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 그와 관련하여 대화 하던중 엘로이가 어쎈든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누군가를 배려하면서 글을 쓰는건 어렵다는 이야기이고 작가란 배려보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글을 쓸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것 같았습니다.
이책 초반에는 '나'가 엘로이에 관한 인물묘사가 몇장에 걸쳐 나오는데 읽는데 참 재미진 부분이었습니다.
동시대 작가들 중 로이만큼 보잘것없는 재능으로 확고한 위치를 거머쥔 작가는 찾아 보기 어려웠다.
엘로이 키어는 이런 종류의 고충을 전혀 겪지 않았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는 얻을 만큼 얻어 낸 사람들은 그냥 놓아 버렸다.
로이가 자기 책을 호평한 사람을 오찬에 초대한 것은 좋게 평가해 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웠기 때문이다. 또한 악평한 사람을 오찬에 초대한 것도 진심으로 자신을 개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개 작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근면함과 상식, 정직함, 수단과 목적의 효율적 조합으로 어떤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모범적 사례였다.
얼마나 적나라하게 묘사했는지 이런 내용을 갖고도 책이 출간된것이 신기할 정도 였습니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 자신을 엘로이 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머싯 몸의 동료 작가 였던 휴 월풀은'' 공포감이 점점 커져 갔다. 그것은 누가 봐도 나의 초상화 였다.라고 말하자
'만약 자네가 이 작품에서 자네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가 대동소이할 뿐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능력에 비해 처세술로 과분한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시대 문학계뿐 아니라 어느 직군이나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마주하기 싫은 민낯이지만 인간이라 그런거라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
영국에서 노인공경에 관한 이야기 역시 재미있습니다.
그어떤 나라보다 영국은 노인 공경이 뚜렷한데 그것이 정신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해진다고 합니다.
목소리를 잃은 늙은 프리마돈다 공연을 보러 가고 노쇠하여 한다리를 다른 다리 앞에 잘 놓지도 못하는 무용수의 춤을 돈내고 보러 가면서 그들의 나이가 많음을 감탄한다고 합니다. 그 노인 공경에 관한 이야기는 정치가와 작가에게 까지 이어집니다.
마흔 살에 정치인이었던 사람이 일흔살이 되면 정치 거물이 된다. 너무 늙어 점원도 정원사도 즉결 심판 치안 판사도 못 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한 나라를 다스릴 만큼 성숙해 진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예로부터 노인들은 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젊은이들을 끊임없이 세뇌했고, 젊은이들은 그것이 허튼소리임을 깨달을 즈음엔 이미 늙은이가 되어 그 기만적 행태에 편승해 이익을 봐 왔다. 또한 정치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치고 국가를 다스리는 데 별다른 지능이 요구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이 문장을 읽고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문학계의 거장이 된 작가들에 관한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합니다.
평균나이를 넘긴 노작가가 노년에 보편적으로 칭송받는 진짜 이유는 지식인들이 서른 살이 넘으면 글을 전혀 읽지 않기 때문이다. 낭이가 들수록 젊을 때 읽은 책들은 화려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 그 책을 쓴 저자의 가치는 해마다 높아진다. 물론 계속 글을 쓰고 대중의 시선안에 머무는 노작가여야 한다. 걸작을 한 두편 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걸작들을 떠받칠 받침대로 변변찮은 작품을 사오십 편쯤 펴내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면 무게로 독자를 압도하겠다는 각오로 대량 생산을 해야 한다.
이렇듯 작가로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는가, 즉 '장수'가 거장의 기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완성도 보다는 오랫동안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내면 거장이 될수 있다니 대중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는 말들이라 허를 찔린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어셴든이 목사인 숙부와 함께 지냈던 곳 블래스터블에 주민들은 태생적 특권층을 신성시 하는 풍조가 여전했고 상위 계층을 존중하는 믿음이 확고했던 마을이었습니다. 여름 휴가차 블랙스터블에 내려온 부유한 은행가를 장사꾼이라는 이유로 상대조차 하지 않았고 출신에 따라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구시대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로지 드리필드는 기존 질서에 반하는 유희와 쾌락을 추구하는 인물로 묘사가 됩니다.
작품 속에서 로지는 결혼을 한 상태에서도 여러 남자들을 만나고 다니고 비싼 선물을 거리낌 없이 받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인물입니다.
로지가 어셴든을 만나면서도 다른 남자들을 동시에 여러명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후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로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된거야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자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다음 문장은 작중 '나'의 생각입니다.
다만 영원불멸한 지성이 보기에는 하찮은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처지에 온갖 고통에 시달리며 아등바등하는 인간이 그저 농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생각이 들어나는 문장이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이 비슷하고 작가의 인생에 관한 철학이 묻어나는 문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겨우100년도 못사는데 그리 심각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찮은 행성에 잠시 머물다가는 처지에 말이죠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던 주제 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역시 어떻게 인생을 사는게 행복인가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라미님이 지난번 후기글에서 묘사에 관한 부분을 읽는 재미가 생기셨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이책에서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자 소설이라고 불리는 만큼 책속의 나오는 풍자들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뼈를 때리는 문장들이 많아서 허를 찔리기도 하고 맞아 맞아 맞장구 치면서 혼자서 실실 웃기도 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작가의 입담에 빠져 책을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딸기님이 읽고 계신 인간의 굴레가 이책의 전작이라고 하니 언젠가는 저도 인간의 굴레를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느낀 재미를 인간의 굴레에서도 느낄 수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선선해 졌습니다.
남은 주말 시원하게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치악산님^^
같은 작가의 책을.. 그것도 전작 후작으로 읽고 있다니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서 너무 좋습니다. ㅎ
치악산님 글을 보면서 서머셋 몸의 책을 모두 읽어야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인간의 굴레에서도 그정도의 뼈때리는 말은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는 글이 많습니다.
또다른 감동을 느낄수 있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에도 백부의 집이 블레스터블에 있는것도 인간의 굴레에서와 똑같네요. 같은 공간에서의 다른 이야기 같아 너무 재미있습니다.
엘로이가 자신의 얘기라고 발끈하는 사람들 얘기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작가의 능력이란 이런것일까요. 사람들의 인생을 뒤집어 까면서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역할을 하는것에 웃음이 납니다.
누군가가 일침을 가해야한다는 작가는 그런 작업을 이렇게 우와하게 할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새삼 작가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ㅋ
올려주신 책속의 글들이 모두 좋아서 다시 읽게 됩니다.
능력에 비해 거머쥔것들이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에도 공감합니다.
한때 제가 공부를 하러 다닌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특강으로 중년 이후의 취업에 관한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어요.
그사람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것도 돈을 지불하며 들을만한것인가 (우리는 공짜로 들었지만 주최측에서 지불했겠죠)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눈번 돈들이 많은가보다... 아니 내 눈에 안보이는것은 나의 무능일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죠.ㅋ
세상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처럼 노력만큼의 댓가가 아니라 보이는것만큼의 댓가를 받고들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댓가 즉 돈이 다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돈에 가치를 두기 보다는 나름의 소신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이 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읽을 책이 너무 많네요. 오늘 후기 너무 잘 읽고 갑니다. 남은 주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치악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