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책은 2019년에 박경리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책을 읽게 된 이유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원주 문학읽기 프로그램으로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작품 읽기 책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월 부터 12월까지 한달동안 한권의 책을 읽고 박경리 선생님의 생가에서 모여서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기회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계기가 아니라면 있는지도 알지 못했을 작가와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자의 반 타의반으로 새로운 작가와 좋은 작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작품은 알바니아 작가가 그 당시 독재정권이 이었던 조국의 상황을 피라미드라는 소재를 이용한
정치적 우화 입니다.
이집트의 새로운 왕 쿠푸는 선대의 왕과는 달리 자신의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신하들에게
공표합니다. 하지만 신하들은 난감해 하며 피라미드를 세워야 할 이유를 찾아내어 왕에게 고합니다.
"무엇보다 피라미드는 권력입니다. 폐하, 억압이요, 힘이요, 부이지요. 동시에 군중을 지배하고 그 정신을
우매화하고 의지를 꺽어놓는 무엇이며, 단조로움이요 소모입니다. 그러니까 지존이시여, 그건 폐하의 가장 든든한
보초입니다. 폐하의 비밀경찰이지요. 페하의 군대고, 함대이고, 하렘입니다. 그 높이가 더해갈수록 그 그늘에 자리한 폐하의 백성은 미미한 존재로 보일 것입니다. 그 백성이 작아질수록 폐하의 위풍당당한 자태가 더욱 돋보일 테지요."
신하들은 나라의 풍요로움이 국가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국가가 풍요로워 지면 사람들은 독립심과 자유로운 정신을 갖게 되어
권위에 반항적인 태도을 가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집트 시대에 피라미드가 그런 이유로 세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이유중에 백성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함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러면 지금 이시대에 정치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피라미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독재국가는 아니니 피라미드가 없을까
정말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자들은 백성들이 똑똑해지고 자유로워 지는 걸 두려워 하고 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피라미드를 세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음모가 있었습니다 그 음모의 주동 세력으로 지목된 많은 사람들로 인해 고문실은 꽉차고 사형장도
사람들도 넘쳐나게 됩니다. 그렇게 피라미드는 이집트를 서서히 집어 삼키고 있었습니다.
1만 1374번째 돌이 일식 이후 두번째 달에 자리를 잡았다. 그 돌은 앞선 돌보다 놓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사망자수는 더 적었다.
돌이 하나씩 쌓일때 마다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작가는 감정을 담지 않고 일지를 기록하듯 돌 하나에
사망자 수와 사망원인에 대해 무미건조하게 서술합니다.
"아, 어머니, 무덤 하나를 만들다 제 삶을 마감하다니요!"(중략)"피라미드가 완성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중략)
"이 딱한 친구가야, 그다음 일이 자네와 무슨 상관인가? 그땐 자넨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을 텐데!"
피라미드 건축으로 무기력해진 백성들의 모습입니다 희망을 잃어 버린 모습이 서늘하게 다가 왔습니다.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피라미드는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왕은 설계자들을 불러 명령을 내립니다. 안치소를 피라미드 내부 높은 곳에 만들라고....
설계자들은 고민에 빠졌지만 답을 찾아내고 왕은 더 더 높은 곳에 자리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라미드가 완성되어 갈 수록 쿠푸왕은 신경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무덤의 완성이 자신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피라미드는 완성되고 그로 부터 3년후 쿠푸왕은 사망을 합니다.
기다리던 미라를 받아 모신 피라미드는 성취감으로 충만해 보였다. 무수한 인간의 운명을 뒤집어 놓았고 무수한 머리를 먹어치운 그것이 이제 도도하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백성을 공포에 몰아 넣을 무기로 사용했던 피라미드가 결국은 자신의 무덤이었고 자신의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아이러니 역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피라미드는 도굴이 되기도 하고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 해골더미 피라미드로 재현되기도 하고
파리의 한 박물관에 유리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피라미드는 모습을 달리하여 나타나고 있다고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속에 비밀 경찰이라는 집단이 계속 나옵니다 처음에는 고대시대 이집트에 경찰이 이라니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 피라미드가 독제정치 시대인 작가의 조국
전체주의를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조금 의문스러웠던 전개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작가의 책은 조국에서 출판이 금지되기도 하고 결국 작가는 프랑스로 망명을 택했다고 합니다.
다행이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전체주의 국가도 독재국가도 아니지만
한 순간에 독재국가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좀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차지만
낮 동안은 올라간 기온 덕에 제법 덥게 느껴집니다.
곧 여름이 올것 같습니다 .
얼마 남지 않은 봄 좋은 일들로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치악산님~
박경리 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박경리 작가의
생가에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하신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아직 원주 박경리 작가의 생가에 가보지
못했는데, 토지를 완독하면 꼭 한번 가볼 예정입니다.
한참 전에 TV에서 카페를 개조해주는 프로그램에 박경리 작가의 생가가 나온적이 있었거든요.
그 카페에서 치악산님도 만나뵐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뭔가 기분이 묘해집니다.ㅎ
언젠가 뵐 날이 오겠지요.^^
알바니아 독재정권 하에서 느끼는 권력의 생태계를 피라미드를 빗대어 이야기 해 주니 금방 이해가
되는것 같습니다.
권력자들은 국민이 풍요롭게 잘 살수록 두려움을
느낀다는것.
풍요로우면 그만큼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로움 속에서 사상도 가치관들도 모두
새롭게 바뀌니까, 권력자들은 이런 변화가
싫겠지요. 그래서 그 옛날 피라미드를 건축하여
국민들의 나약함을 발견하게 했을것 같네요.
지금도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보면,
국민이 똑똑해 질수록 정치인들이 힘들어지고
더 노력해야만 그 자리를 지킬수 있지요.
그러나 이제는 독재국가도 아니고 전체주의
사회도 아니니 모든이가 노력한 만큼 누리고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도록 서로를 견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치악산님,
책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