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독서 후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김훈 작가님의 ‘칼의 노래’ 1권입니다. 이 책도 제가 2005년 4월 9일에 읽었던 것을(책에다 읽은 날짜를 적어놨었네요^^)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 댓글에도 달았지만 저는 마땅히 읽을만한 책이 없으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걸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제 책장에 남아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읽힐 책들이라는 것이거든요.
많이 아실 것 같은데, 이 책은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책입니다. 1권의 배경은 1597년.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풀려난 뒤 백의종군으로 있다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어 명량해전을 치룬 그 해입니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 아닌, 실제로 이순신 장군이 화자가 되어 1인칭 시점으로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허구이지요. 실제를 기반으로 한 허구. 그런데 김훈 작가님의 글 쓰는 솜씨가 탁월합니다. 마치 제가 이순신이 되어 이 모든 걸 독백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1인칭 시점의 책은 많은데 유독 이 책이 그렇게 느껴진 건 작가의 능력이라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마치 내가 고문을 받은 것 같고, 모두 파괴되어 버린 바다에 내가 나간 것 같고, 내가 전쟁을 치루고 그 모든걸 감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설이 매우 쓸쓸하고 고독합니다. 그냥 고독이라는 단어도 모자른 처절한 고독. 모든 걸 잃고 다시 돌아왔을 때, 아들이 죽었을 때, 임금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걸 알고 있을 때 모든 순간이 고독합니다. “신의 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한에는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 문장이 나온 배경을 알고나니 적에게도 죽을 수 없고 임금에도 죽을 수 없는 이순신 장군님의 처절함이 느껴집니다.
번역된 책이 아닌 한글로 쓴 책의 문장을 흠뻑 느끼기도 했습니다.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 없었다. 내가 가진 한 움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울어지지 않는 울음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불덩어리가 내 몸 깊은 곳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것을 나는 느꼈다.”
“적들이 해안에 상륙하자 피난민들이 내륙으로 몰려들었다. 거꾸로 내륙의 피난민들은 남쪽 물가를 향해 내려갔다. 양쪽의 피난민들이 길에서 마주쳐 서로 떠나온 곳의 형편을 물었다. 피난처는 아무곳에도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죽을 힘을 다하여 어디론지 가고 있었다. 어디론지 가고 있다는 것만이 그들의 위안인 듯싶었다.”
책을 덮고 나니 명량해전의 장소였던 울돌목에 한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찾아보니 스카이워커와 케이블카 등 많은 것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싶지만, 이런 관광요소가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는거겠죠.
아무튼 챕터도 짧고 책도 두껍지 않아 부담없이 1권을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에 2권을 읽고, 명량 영화라도 봐야하나 싶네요.
그리고, 이번 주에는 즐거운 일 두가지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즐거운일 하나, 드디어 기부를 했습니다.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접근성이 좋고 믿을만한 네이버의 해피빈을 통해서 처음으로 기부를 해보았습니다. 기부하기를 눌렀을 때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여유 있는만큼 해보려고 합니다.
즐거운일 둘, 브런치에 글을 열심히 올리고 있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어서인지 쓰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전공에 관한 글이고 대중적인 글은 아니지만, 출간을 목표로 구성을 해보고 있습니다. 지금 다섯 편 정도 썼는데 주소를 올려볼까 합니다.
시원해지려고 하다가 갑자기 또 너무 덥네요. 어제도 너무 더웠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입니다.!!
희후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
김훈 작가님은 저희 엄마가 극찬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저는 막상 흘려 듣고 한번도 김훈 작가님의 책을 직접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주 서점을 들렸다가, [앵무새 죽이기]도 사왔는데, 언젠가 김훈 작가님의 책을 발견 했을때는 흘려 보내지 않고 책을 펴서 넘겨 본다면, 그건 희후님 덕분일 것 같네요.
아래 치악산님 댓글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저는 임진왜란 당시를 책으로 읽은건, 어린 시절 이항복과 율곡 이이의 위인전밖에 없었고, 어린 나이지만 선조는 우유부단하고 중심이 없는 임금이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피난처는 아무곳에도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죽을 힘을 다하여 어디론지 가고 있었다. 어디론지 가고 있다는 것만이 그들의 위안인 듯싶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이순신 장군님과 피난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이미 지난 역사적 사실을 1인칭 시점으로 소설화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자전적 소설도 대단하다 느껴지는데, 어떻게 1인칭으로 이입을 해서 쓰실 생각을 했을까요,,!
(항상 작가 관점에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도 브런치 구독 했습니다.
글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상당히 수준이 높으시네요..^^..!
공부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희후님 칼의노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를 읽을 때 선조 시대 에서는 유난히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신화를 두려워 하는 왕의 모습이 한심해서 너무나 답답했었습니다.
김훈님의 책을 저는 아직 읽어 보지 못했는데
희후님의 글을 읽으니
어떻게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그렸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희후님의 말씀 처럼 이순신 장군님의 처절한 고독을 어느정도 느끼게 되겠죠
지난번 후기글에서 발견한 새로운 길을
이제 시작하셨네요
글쓰기와 기부라니 너무 멋지십니다.
두가지 모두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칼의 노래를 너무 옛날 읽었던 적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그 내용이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던 이순신장군이 왕의 신임을 못받았었다는 부분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던 기억입니다.
김훈님은 정말 씩씩한 기상이 나타나는 글을 정말 잘 쓰시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에 잘 어울리신다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님의 1인칭 시점이라 그 기상이 더욱 생생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해피빈에 기부를 하셨군요.
저도 글을 쓰면 조금씩 적립되는 것으로 하기도 하지만 별로 큰 금액은 아니고
몸담고 있는 단체(극빈 나라에 학교짓기)에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부를 하는 마음은 상대에게도 좋지만 자신에게도 선한 영향을 주는거 같아 좋습니다.
히후님의 기부도 응원합니다. ㅎ
브런치에도 가서 구독도 하고 글도 읽고 왔습니다. 종종 들르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