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구가 아내 홍씨가 죽고난후 아들 병수를
찾아갑니다.
조준구 부부는 토지에서 인간 말종 중에 최악의
사람들입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 병수를 부모로서
할 도리를 못할뿐만 아니라
타인 보다도 못하게 대했고, 생모는 아들을
우리속 동물로 취급하며 가혹하게 대했었습니다.
이런 부모 아래에서 비참하게 커면서
병수는 부모의 악업으로 얻은 재물로 자신이
연명되고 있다는 고통에 자살로 생을 마치고
싶었으나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구차한 인생을 죽지 못해 살아왔었습니다.
그런 병수를 구원해 준 것은 바로 소목일이었습니다.
소목일이란 바로 장롱을 짜는 일인데,
병수는 장롱 짜는 일을 거의 예술 작업처럼
심혈을 기울여 짜면서 자신의 고통을
잊었나봅니다.
그의 자학은 일(예술)에서 승화되었지요
제가 미술전시를 보거나 음악회 공연을 볼때
가끔 뭔지 모를 울컥함이 생기는 시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예술을 창조한
예술가의 인생을 알게 되고 그 인생이
예술 없이는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때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작업한 결과가
위대한 예술로 탄생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저린 감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예술은 그런 의미가 있는것 같습니다.
고흐나 뭉크 베에토벤 등등.
이들의 작품을 대할 때 저의 감정들이
그렇습니다.
이렇듯 예술은 우리 삶이 힘들때
그것을 잠시 잊게하고 어쩌면 그 시간들을
다른곳에 집중하며 고통을 승화시키는 도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상현이 명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사실 여러가지 사랑이 있소.
남녀간의 사랑, 육친에 대한 사랑, 우정,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여러가지 성질의
사랑이 있소이다. 불타는 사랑, 연민도 사랑일
것이며 때론 미움이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요.
지금까지 내 몸속에서 우글거리던, 중요하지
않았던 것을 모조리 쫓아내고 생각한 것은
그 중요하지 않은 것에 우리가 얼마나 얽메여
살아왔던가 그 일이었소. 나를 얽어맨 그것들이
사람 사는 데 별로 중요한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자유인 것을 깨달았고
정직해지는 것을 느꼈소이다.'
이렇게 길고도 긴 자기를 돌아본 편지를 명희에게
전하면서 자신이 기생 기화에게 느꼈던 것이
동정 이나 바람기나 수치가 아닌 진정한
사랑이었고, 기화가 자신의 딸을 낳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 딸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명희에게 편지로서 전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보내줄 소설의 원고료를
명희가 받아서 자신의 딸을 위해 써 줄것을
부탁합니다.
토지에서 저는 상현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의 속 마음은 이렇게 많이 복잡하고
안정된 사랑을 갈망했으나
정착하지 못하고 헤메고 있었구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랑도 사랑의 과정 안에 있을때 이것이
사랑인가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느꼈던것 같습니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은 자살로서 죽음을 맞아
사라지고 뒤늦게 깨우친 상현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명희도 서희도 기화도 모두 한때 상현을
마음 한켠에 두었었는데, 상현이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매력이
이런 확신 없는 자기연민을 가진 나약하지만
보호해 주고 싶은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종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사람이
상현인것 같습니다.
상현은 자신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존경스러운 독립운동가 아버지 아래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늘 확인하며
자기 확신도 없이 방황하기도 하고
이상과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항상 이방인의 삶 처럼 살아온것 같습니다.
그런 상현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앞으로 펼쳐질지 아니면 여전히
이방인으로서 살지 궁금해집니다.
폭우로 힘든 시기네요.
다들 비 피해없이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여행님~~^^ 안녕하세요!
항상 글여행님의 글과 댓글을 보면 너무 반갑고 감사한데, 저의 댓글이 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기는건.. 꼭 PC 버전으로 쓸 수 있을때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뭔지 모를 울컥함이 생기는 시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예술을 창조한
예술가의 인생을 알게 되고 그 인생이
예술 없이는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때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작업한 결과가
위대한 예술로 탄생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저린 감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 말씀에 저도 너무 공감합니다.
제가 고흐 그림을 보면 가슴이 아픈게 그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당시 고흐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정말 하염없이 그림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상현이 답답하고 아버지만 못 해 보이고.. 미운 캐릭터처럼 보일때가 있었는데요.
글여행님의 글로 전해 들으면 그런 마음 마저 많이 수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글여행님은 한번도 뵌 적이 없지만, 제가 정말 힘들 때 옆에 계시다면 정말 울면서 기대게 될 것 같은 그런 이미지이십니다.
사람 마음도 잘 헤아려 주시고 잘 어루만져 주실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토지를 읽으며, 기화가 봉순이 이던 시절 길상을 좋아했던 그때로 돌아가 기화와 길상, 서희와 상현이 커플이 되면 어떠했을까 상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길상도 후에 알게 되었지만.. 기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처럼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의 길상과 서희, 그리고 상현에게는 서희 보다는 기화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화의 굳세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쉽게 믿고 좋아하고 (돈은 자신이 쓰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의지하는 성향이 상현을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기에는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현은 기화에게 남자로서 해주는 것도 변변치 못하면서 무언가 받아 쓴다는 것이 몹시 수치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요.
후에 상현의 편지를 받고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그냥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더라면..!
기화도 행복하고, 양현이도 얼마나 아빠의 이쁨을 받고 살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엄마가 아편 중독으로 죽는 것도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요..!
세상 일처럼 소설도 저희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 역시 나중에 상현이 어떤 소식을 전해 줄지 궁금했는데요.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글여행님께서 [토지]에 부담을 가지지 않으시고 즐기면 읽으시는데에 반해 진도가 잘 나가시는 느낌이 듭니다.
벌써 12권 완독이시라니요!! ㅎㅎ
함께 하여 넘 행복하네요~^^!
항상 응원 드립니다.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