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환기를 전 학교 졸업, 취업, 결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삶의 전환기는 깨달음의 전환기입니다.
그런 전환기가 전 이렇게나 늦게 왔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헛된 시간을 낭비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리저리 굴렀던 시간도 필요했다 생각하기로 합니다.
늦었다 생각하지만 이제라도 나의 마음과 뇌를 깨는 시간이 와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바뀌었다가 맞겠습니다.
그 가운데 불교가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고민하고 방황했던 생각들을 불교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삶이 덜 피곤해졌습니다. 삶이 덜 괴로워졌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 독서모임을 알게 되어 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을 나누면서 확인하는 작업은 그 정도를 더 깊이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이곳의 모든분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삶의 전환기 이야기를 꺼낸것은 이 책의 주인공 필립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자 자전적 소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류의 소설이죠. ㅎ
한 사람의 인생이 아무리 스펙타클해도 우리가 상상할수 있는 범위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자전적 소설은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 선호하는 편입니다. 물론 발자크 평전에서의 발자크처럼 스펙타클한 삶을 산 사람도 있긴 하지만요.
잔잔하게 살아가는 일상과 간간히 일어나는 삶의 굴곡들, 그리고 기쁨들. 우리네 삶에도 있을법 하지만 조금은 감동이 가미된 그런 소설이 제가 작은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설득이 되어야 흡수가 되는 그런 논리인거겠죠. ㅋ
주인공 필립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백부의 집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시골 목사인 백부의 엄격함과 다리를 저는 자신의 핸디캡으로 그의 학창시절은 그리 해피하지 못합니다.
불구인 자신이 겪어야할 아이들의 놀림과 내처짐은 어린 필립이 감당하기엔 잔인한것들이었죠.
그래서 좋은 대학을 갈수있는 성적임에도 학교를 그만두고 백부를 떠나 도시에서 하숙을 하며 개인교습으로 학업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가족과 떨어져 혼자가 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며 필립은 또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위크스(미국인,하버드출신)와 헤이워드(영국인,판사아들)의 종교에 대한 대화를 들으며 스스로 지금껏 쓰고 있던 종교의 탈을 벗어버립니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와 어른들에 의해 강요되었던 것들이 내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거죠.
'도데체 신을 믿기는 왜 믿어야 되는지 모르겠군요.'
이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필립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전 인생이 걸린 문제 같았고 잘못하면 영원히 저주받은 삶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확신은 굳어갔다. 다음 몇주일 동안 의심에 보탬이 될 만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의 본능적인 느낌을 확인하려는데 지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가 신앙을 버린 것은 딴 이유보다 그에게 종교적인 기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앙이 밖에서 강요되어 왔을 뿐이었다. 그것은 환경과 범례의 문제였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범례를 통해 그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신앙을 간단히 벗어던져 버렸다. 마치 몸에 맞지 않게 된 외투처럼. 비록 깨닫지는 못했지만 신앙이 오랫동안 그를 지탱해 왔던지라, 그것을 버리고 나자, 처음에는 삶이 낯설고 외롭게 보였다. ..하지만 벅찬 감격이그를 버티게 해주었다. .. 그에게 신앙의 핵심을 이루었던 부분은 수년 동안 강요되었던 종교의 의례였다. ..이제 그 모든 것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뛰었다....
필립은 너무 쉽게 믿음을 버린 자신에 놀랐다. 저 깊은 내면에 깃들인 본성의 미묘한 작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을 모르고, 그는 자신이 명석해서 그렇나 확신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터무니없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어서 내려가서 그 세상을 즐기고 싶었다. 이제 사람을 비굴하게 만드는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편견에서도 벗어났다....
우리가 어린시절 겪었던 대부분의 것들은 부모의 영향으로 받은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 그런건 아니죠.
성인이 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스스로 삶을 다시 제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볼수가 있습니다.
특히 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가장 큰 영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책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이 주는 영향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영혼을 흔들기도 하니까요.
특히 서구에서의 종교는 태어나면서 당연히 입어야할 옷과 같은 것이었을겁니다.
그걸 벗어던지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그걸 해낸 자신이 놀랍도록 경의로운 상황인것이 지금의 필립의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이 상황이 필립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자못 궁금합니다.
나는 언제쯤 부모의 그늘에서, 그리고 신랑의 그늘에서 벗어난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유순하고 대체적으로 자유로운 부모님에게서 억압받은 기억은 없지만 고지식한 신랑 눈치를 보았던 시간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던거 같습니다. 그러던 신랑도 조금씩 변하고 나 또한 그런 신랑을 이해하면서 이제는 절충할수 있는 범위안에 우리 둘이 들어선 느낌입니다.
그리고 알게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 좀더 자유롭게 나를 바라볼수 있어 요즘은 아주 행복합니다.
이대로 살아도 좋을만큼요.
바라면 실망이 따르는 법이죠. 전 더이상 바랄것도 없습니다. 이대로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걸 결정하는건 외부적 조건이 아니라 내 안에 그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소설을 읽으면 나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를 다시 재정비하듯 나머지 책을 읽어가겠습니다.
총 2권의 책으로 되어 있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
안녕하세요 딸기님!
제가 여기 활동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후기를 올린책이 바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 반가운 후기네요^^
달과 6펜스라는 책도 진짜 많은 영감을 받았던 책인데, 그런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니 너무 관심이 생깁니다.
삶의 전환점은 깨달음의 전환기이다라는 말을 보고 잠시 멈칫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적으실 수 있으신 것 같아서 멋지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큰 깨달음이 온 시기가 언제였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읽고 싶은 책 하나가 추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