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주일 동안 글을 읽으며 주요한 부분이다 생각하는 것들은 미리 컴퓨터에 올려놓습니다. 간혹 책을 읽다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그것도 올려놓지요. 그렇게 모은 글들을 수정하고 수정해서 독서 밴드에 올리곤 하는데 이번주 많이 적었다고 생각한 파일이 저장을 잘못하는 바람에 모두 날아갔네요.ㅜㅜ 예전에 노트북님도 이렇게 글을 날리신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좀 허망했습니다.ㅋ
처음엔 당황했지만 내가 남은 감정들을 보듬으며 다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아마도 순간순간 떠올랐던 글들은 쓰지 못할겁니다. 그래서 좀 짧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서 더 읽기 쉬우실지도 모르겠어요.ㅋ
누가 뭐래도 삶이란 우발적인 사실들의 총계, 즉 우연한 마주침이나 요행, 또는 목적이 없다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무작위적인 사건들의 연대기에 지나지 않는 거니까.
소설 끝부분에 나오는 글인데 작가 오스터의 생각을 잘 표현한 글 같아서 적어봅니다. 그의 글은 항상 예상하는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삶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측면이 오스터에게 많이 공감이 가서 그의 글을 좋아하나 봅니다.
첫번째 소설처럼 유령들에서도 탐정 소설처럼 감시하는 구도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여기서는 등장인물을 사람 이름이 아닌 블루, 블랙, 화이트, 골드...로 칭합니다. 이야기도 단순합니다.
블루는 화이트라는 사람에게 고용되어 블랙이라는 남자를 감시하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블랙은 뉴욕의 한 아파트 방에서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생활을 합니다.
블루는 블랙이 사는 아파트 건너편에서 숙소를 마련하고, 매일 그를 감시하며 보고서를 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의 일상은 거의 변화가 없고, 블루는 지루함과 의문 속에 점점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감시의 목적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블루는 점점 블랙에게 몰입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며 관찰이 아닌 동일시에 가까운 감정에 휘말립니다. 결국 이모든것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블루는 블랙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총을 들고 블랙의 집을 찾아 가지만 그 집 문을 연 동시에 블랙 역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난후 그들의 대화에는 딱히 그런 행동들에 대한 어떤 이유도 설명도 없습니다. 결국 그들의 주먹다짐으로 블루는 그곳을 떠납니다. 열린 결말로 남겨놓은거죠.
그들이 서로를 죽이겠다고 할만한 이유가 무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읽다보면 블루가 블랙이고 블랙이 블루를 의미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루가 24시간 블랙을 관찰하면서 그의 행동에 몰입하고, 그의 생각까지 상상하게 되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할지를 예측하는 단계까지 이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블랙인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와 감시자와 피감시자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면서 그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거죠.
오랜 시간 감시를 통해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 고독감, 허무함을 느끼면서 동일시되는 블랙이라는 인물을 제압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블랙은 블루에게 자기 자신이었을지 모르고 그래서 관찰만 하던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폭발한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할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때때로 내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그게 길어지면 어떤식으로든 그 눌렸던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 본연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소설로 보여집니다.
어쩌면 개연성이 없어보이는 흐름이 있지만 이 소설은 기존의 탐정소설이 가지고 있는 아웃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구성을 깨뜨리고 결국 탐정 소설이 아닌 철학책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호하지만 블루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를 마쳤습니다.
나머지 남은 소설을 더 읽어봐야 알게되겠지만 뭔가 이 세편의 소설은 연관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세번째 소설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사라진 사람에 관한 얘기로 시작합니다. 탐정 소설의 형태는 아니지만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쓴 후기를 날리고 이제는 저장할때 꼭 확인하는 버릇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ㅋ
그래도 이렇게 다시 쓸수 있어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ㅎ
바쁜 한주를 보내셨다니 그또한 가족과 함께이셨을거 같아서 귀한 시간이었겠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빼놓지 않고 후기를 올려주셔서 전 감사한 마음일 뿐입니다. ㅎ
노트북님이 날린 글들도 저 또한 놓친것같아 저도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존경하는 리더분의 이야기도 언젠가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ㅎ
삼국지 이야기를 해주셔서 다시 추억 소환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맞아요. 남자들은 권모술수에 초점을 맞춰서 삼국지를 보고 그것이 그 책을 보는 목적인양 말할때가 있어요.
우리가 읽은 삼국지는 전혀 그런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ㅋ
그래서 삼국지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거란 얘기도 되겠죠.
저도 대의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는 인물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더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저또한 삼국지를 인간들 위주로 읽은게 맞는거 같아요.
삼국지를 읽은 사람도 많지 않지만 제대로 읽고 말하는 사람도 만나기 어려운거 같아요.
물론 저도 거기에 속하겠지만요.
그런 책을 잘 소화할수 있는 내공을 저도 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제게 그 누구보다 멋지게 보이거든요.
노트북님인 말씀해주신 블랙과 블루의 정체성의 혼돈스런 상황은 그 자체로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제 해석으로는 두 인물이 모두 나를 나타내고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를 관찰하는 시각을 갖는 기회가 되었고 그래서 참지 못하는 내안의 나를 발견하고 괴로워하는 블루.
결국 총을 들었지만 누구도 서로를 쏘지는 않죠. 그건 아직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블루 자신의 내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것은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고민하는 블루의 모습이었어요.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열린 결말이니 노트북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시면 좋을거 같아요.
오늘은 투표일이네요.
법륜스님이 투표를 포기하고 싶은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악을 피하고 차선을 선택하는 자세로 누구나 투표를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저도 투표를 결심했습니다.
모두 자신만의 최선의 선택을 하시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