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설득 - 제인 오스틴
한주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마음이 어수선한 한 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청약을 넣기 위해 난생 처음 모델하우스에 다녀오기도 했고, 둘째가 근시 판정을 받아 심란한 마음으로 안경을 맞추기도 하고, 시에서 운영하여 비용이 싸서 그런지 경쟁이 치열한 수영장에 운이 좋게 아이들 등록을 성공했지만 당장 6월부터 강습이 시작되어 머리가 장발인 둘째 혼자서 샤워를 해야한다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들이 빵빵 터질때면 이벤트 없는 평안한 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기도 합니다. 단조롭기만 삷이 무슨 낙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조용할 틈 없이 무슨 미션미파서블을 찍는 것 같이 느껴져 버겁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 일수도 있겠죠? 😂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건 어쩔수가 없어 이렇게 작심3일에 한번씩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픽업으로 시간이 촉박하여 도서관으로 뛰어가서 눈에 띄는 것을 골라온 것이 오늘의 책입니다. 표지도 블랙으로 멋있고,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작가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라 고민도 없이 냅다 들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작가이름을 검색해 보니 그나마 제가 아는 책이 '오만과 편견'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 '설득'이라는 책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사회계급이 있던 영국을 시대적 배경의 이야기로 귀족 가문의 둘째 딸 '앤 엘리엇'과 해군장교 '웬트워스 대령'의 운명 같은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앤의 엄마(레이디 엘리엇)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레이디러셀'이 그 가정 곁에서 그녀의 아이들을 돌보았고, 가문에 위상에 목을 메는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엄마를 닮아 온화한 성정과, 기품을 지닌 앤은 레이디 러셀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1806년 여름, 웬트워스 대령은 전속배치가 되지 않아 잠시 서머싯셔에 머무르게 되면서 19살의 앤과 만나 급속히 깊은 사랑에 빠져 일사천리로 약혼까지 하게 됩니다. 웬트워스 대령은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었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자심감과 재기 넘치는 표현력으로 앤의 마음을 얻었지만, 레이디 러셀에게는 일개의 가난한 해군장교일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앤의 짝으로 턱없이 부족해보였기에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항상 믿고 따랐던 레이디러셀의 충고를 무시하기 어려웠던 어린 앤은 그녀의 설득에 넘어가 자신의 선택이 자신 뿐만 아니라 그의 행복을 위한 신중한 결정이라 애써 생각하며 약혼을 파기하게 됩니다.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그녀가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웠으니,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었을까'
앤이 좀 더 좋은 집안의 사람과 결혼을 했으면 하는 레이디러셀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많이 의지했던 레이디러셀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을 앤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루기에는 많이 어렸고 부족했으니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일이 지나갔지만, 금방 잊을 수 있을 거란 생각과는 다르게 앤은 그 후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웬트워스 대령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젊은 시절 잃어버린 그녀의 생기는 오래도록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앤은 웬트워스 대령의 행적을 쫓았고 그가 자신했던 대로 큰 성공을 이루어 막대한 부를 이루었음을, 또 누군가와 혼인하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때마침 앤의 가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크로프트 제독 부부(웬트워스 대령의 누이)가 앤 가문의 집을 계약하게 되면서 앤의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이 새로운 마을(바스)로 이사를 갔지만, 앤은 동생 메리의 간호로 잠시 원래 살던 동네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사이 크로프트 제독 부부(웬트워스 대령의 누이)가 이사를 오게 됩니다. 누나(제독 부부)집에 방문한 웬트워스 대령이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앤은 그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피하지만 결국 둘은 8년만에 어색한 재회를 하게 됩니다.
'팔년 세월에 무슨 일인들 생기지 않았을까? 온갖 사건과 변화, 단절, 망각, 팔년이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도 남을 세월이 아닌가! 하지만 안타까워한들 어찌라랴! 냉정을 찾으려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난 기억을 고스란히 담긴 마음에 팔년이란 세월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알아버렸다'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이렇듯 어제 일처럼 동요하는 마음을 보면 그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지난 감정이 짧았지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받은 웬트워스 대령은 헤어진 그 이후로 앤과 같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매몰차게 약혼을 파기했던 앤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요, 바보 같은 결혼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요. 열다섯에서 서른까지 어떤 여성이든 원하기만 하면 나를 차지 할수 있지요. 약간의 미모에다 미소 몇 번 지어주고, 해군에 대해 몇 마디 칭찬만 해주면 난 이미 넘어간 상태일겁니다.'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었고 오직' 결혼'이라는 절차를 행하기 위한 여성상에 대해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걸 보며, 대령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큰 상처와 원망으로 자신의 진심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동안 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이미 그들 자체가 서로에게 있어 사랑의 기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웬트워스 대령이 머스그로브의 두자매, 헨리에타와 루이자(동생 메리의 시댁)와 왕래가 잦다보니 앤과 동생 메리부부까지
다같이 만찬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마차에 탄 앤은 그가 거기에 자신을 앉혔다는 사실을, 그의 의지와 손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그녀가 피곤한 것을 눈치채고 쉬게 해주려는 마음에서 그리했다는 사실을, 전부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지난날 가졌던 감정의 편린이었고, 대놓고 인정하지 못하는 순수한 우정이었으며, 그가 지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의 증거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간중간 그녀가 힘들 때 마다 도움을 주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앤은 더욱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꼭 애증의 관계처럼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챙겨주는 대령의 모습은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외면하려는 앤에게 충분히 혼란을 줄 만한 행동인듯 했습니다.
웬트워스 대령의 친구인 하빌 대령의 초대로 모두가 '라임'으로 가게되고, 그곳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령과 두자매 중 루이자의 관계가 발전하고 있었는데, 대령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계단에서 막무가내로 뛰어내리는 루이자를 받지 못해 그녀가 의식불명에 빠지게 되면서 웬트워스 대령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루이자가 호전이 될때까지 라임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앤과 웬트워스 대령은 서로를 한 동안 볼 수 없었고, 루이자의 빠른 호전 소식과 함께 앤은 가문이 이사간 집이 있는 '바스'의 캠든 플레이스로 레이디러셀과 함께 가게 됩니다. 언니인 엘리자베스의 편지를 통해 그곳에서 가문의 상속인 '엘리엇(라임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매너 좋은 젊은 신사)'이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앤은 그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품습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앤과 웬트워스 대령이 다시 사랑을 이어갈수 있을지, 루이자의 사고로 웬트워스 대려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그의 발목을 잡을지 결말이 궁금해집니다. 사랑이야기니까 설마 남녀주인공이 엊갈리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가 복잡미묘하여 끝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도 로맨스는 즐겨보지 않아서 사랑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 같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젊은 시절 연애사도 생각이 나고, 8년의 공백 후에 다시 만난 두사람처럼 오랜만에 다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결혼 생활 12년차인 지금은 '남자들 다 똑같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면이 많지만, 내 딸이 커서 연애를 한다면 한번쯤은 뜨거운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젊음이라는 것은 한 순간이니까요😍
이제는 신랑과 뜨거운 사랑을 해야하는데 육아하랴, 돈벌랴, 부모님 챙기랴 등등 여유가 없어, 우리 두 사람만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해 봅니다.
혹시 이미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스포 no🤫
다음 주에는 결말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가다쿵님,,! 안녕하세요~!
한 주동안 많은 일들이 있으셨네요,,! 아이가 근시 판정을 받았다니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요,,! 안경을 맞추는 정도로 교정이 가능하다면 좋겠습니다.. ㅜ! 저희 아들도 지난주 수요일부터 수영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사설 학원에 대기를 걸어놨다가, 원하는 시간대에 자리가 생겨서 가게 되었네요. 참 우연이지만 신기한게 저는 수영 강습 첫 날 가다쿵님이 생각이 났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소식에서 이제 아이들 수영 강슴을 시작하신다고 하니 넘 신기한 마음이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저 혼자 너무 즐겁게 구경을 하던 중, 기존반 친구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이 셋을 기르면서 모두 만 4세까지 일부러 가정보육을 하셨다고 하고요,,
그것도 아이들의 정서를 생각해서 전원 주택으로 일부러 옮겨 가셔서 거기서 아이들을 기르셨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없어도 전원주택 관리하기가 정말 쉽지 않을텐데, 아이 셋과 함께 그 생활을 하셨다니 정말 존경 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지역도 여기가 아니고 옆에 시가 집이신데, 여기까지 아이 수업을 위해 주 2회 라이딩을 하신다고 하고요.
아이가 셋인데도 막내 하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도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소중한 시기에 아이를 가정보육하지 못했던 것이 두고 두고 아쉽지만요.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 셋을 모두 만 4세까지 함께 가정보육을 한다는 것은, 엄마 자신의 삶과 몸은 거의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자나요,,!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이 어머니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 정신이 크신 분이시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일까지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직업상 모두 휴직을 쓸 수 있어서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 기관에 보내고 나서부터 복직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너무 부러웠는데, 조심스레 공무원과 같은 직업이신지 여쭤봤더니, 그렇다 말씀 주시더라고요.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제가 아는 가다쿵님과 상황이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가다쿵님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이들이 어린데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보내시며 전원생활을 하시는 것이, 일부러 아이들을 위해 그런 환경을 선택하신걸거란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제 머릿속에 가다쿵님의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근로자의 날때 말씀 주셔서, (제 동생과 같은) 관공서쪽이실 수 있겠단 생각도 했어서요,,!
아무튼 여러모로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운을 띄워주시니 반가워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부디 둘째가 혼자 머리감는 것도 잘 적응하여, 수영 강습을 즐기게 되면 좋겠네요,,!
정말 이것 저것 아이들 둘 케어하며 맞벌이 하시는 것이 보통 힘드신 일이 아닐텐데, 존경 스럽고 응원 드립니다.
아파트 청약을 위해 모델하우스도 다니셨다니, 바쁘신 와중에 노력하신 보람이 있다면 좋겠고요.
음..! 저 역시 가다쿵님의 후기를 읽으면서, (이미 8년은 훨씬 넘었지만..)
만약 누군가를 우연히라도 다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남이고, 이미 서로 소중한 가정이 있지만, 다시 마주친 그에게서 타인의 표정과 눈빛을 느낀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러하니, 피천득의 '인연'처럼 평생을 다시 보지 아니하는것이 맞는 것이겠지요.
"그 동안 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이미 그들 자체가 서로에게 있어 사랑의 기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뜻이 저도 왠지 공감이 갑니다.
연애 소설 후기.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다음주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또 한주가 시작되네요.
힘내시고요!^^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