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니 정말 선선한 가을 같은 바람을 느낄수 있습니다.
잠깐이지만 행복합니다.(낮은 여전히 덥지만요)
밤마다 약하게 에어콘을 틀고 잤는데 오늘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바깥 공기가 더 시원한거에요.
방마다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덮다고 이불을 차고 자던 아이가 이불을 말고 잡니다. ㅋ
오늘 아침 가을을 느끼니 또다른 행복입니다. 이런 소소한 행복.. 참 좋습니다.
회원님들도 시원한 잠자리 되셨겠죠?^^
자선적 소설의 매력은 극적인 요소는 적지만 작가의 삶을 엿볼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숙부의 손에 자란것이나 영국에서 의학대학을 졸업한 서머싯 몸의 삶은 필립은 삶과 매우 흡사합니다.
다만 여자관계에 있어서는 끼워넣은 모양새로 보이긴 합니다. 실제 외교관이셨던 아버님 덕분에 경제적 궁핍은 알려지지 않아 소설속 필립이 여자로 인해 경제적 궁핍이 생겼다는 사실은 만들어진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밀드레드라는 여자에게 뻐져버린 필립의 한동안의 행적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소설이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필립의 성숙한 모습이 보이는 듯 해서 한편 안심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 이해가 되는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은 너무 오묘하고 복잡해서 나조차도 내 마음이 이해가 안될때가 있으니 소설속 주인공 마음이야 작가의 마음속을 들어가보지 못한 다음에야 어찌 알까싶습니다.
별볼일 없는(성실하지도 않고 무절제하며 뻔뻔하기까지 한) 밀드레드라는 여자에게 빠져 정신을 못차리던 필립에게 더 충격적이 일이 벌어집니다.
밀드레드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절친에게 그녀를 보여주는데, 멋진 외모를 가진 친구를 그녀에게 보여준것은 큰 실수였음을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일이 결국 필립에게는 좋은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지만요.
결국 밀드레드는 그친구와 떠나버립니다. 벌써 두번째 배신입니다.ㅜㅜ
친구는 필립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어쩔줄을 몰라하지만(사실 이것도 사실인지는 모르죠) 필립은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에 필립은 애설니라는 사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환자로 입원을 했던 그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필립에게 그곳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키도 작고 부자이지도 않은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와 9명이나 되는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 집에 초대를 받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아이들과도 친하게 되고 아이들이 자신에 무릎에 서로 앉겠다고 투정을 부릴정도로 그들과 친해집니다.
그가 전 아내의 하녀(현 아내)와 결혼하게 되면서 행복을 찾게 된 얘기를 듣게 되었고 그들의 행복한 가정 생활을 보면서 필립에게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정상적인 가정이 보여주는 행복이란 때론 궁색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그 안에 더 큰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경제적 부가 주는 안락함도 좋고 사회적 지위가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가족간의 신뢰와 사랑이 으뜸임을 살면서 새록새록 느끼곤 합니다.
이들에게는 그가 여태껏 아무에게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미덕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들 선하다는 점이었다. 이제야 깨닫게 되었지만 그의 마음을 끌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선한 심성의 아름다움이었다. 이론상으로 그는 선을 믿지 않았다. 도덕이 편의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것이라면, 선이라든가 악이라든가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논리를 거역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여기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갖추어져있는, 타고난 것으로서의 소박한 선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여겨졌다.
착하다는 제가 자랄때만 해도 최고의 칭찬이고 덕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착하다의 의미는 좀 퇴색한듯 싶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볼수 있는 성향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죠. 하지만 여전히 제게 착하다는 최고의 덕목이 맞습니다. 전 착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선한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있습니다. 그런 기운을 만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마술이 일어나죠. 똑똑한 사람, 현명한 사람도 좋지만 역시 전 착한 사람이 좋습니다.
필립이 애설니 가족을 만나는 그 시간의 행복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필립은 그런 종류의 행복감을 몰랐기 때문에 밀드레드라는 여자를 만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어떤 종류의 행복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아는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감정을 느끼는 일은 나의 행복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의 행복 찾기를 여러분들은 잘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ㅎ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밀드레드가 길에서 몸을 파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실 그녀가 떠난후 들리는 얘기로는 친구가 그녀와 함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필립은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났음을 알게 됩니다. 더이상 관심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길거리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무작정 그녀를 따라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방 하나를 내주며 식사와 청소를 해부는 댓가로 살게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그녀에 대한 사랑은 전혀 남아있지않습니다. 그저 인류애의 발동이라 읽혀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인류애가 필요한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그런 마음이 생기다니.. 필립은 보통 사람이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끝까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집에 들이면서 필립은 애설니라는 사람 그리고 그의 가정에 대한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됩니다.
너무 대조적인 상황인 두개의 인생을 눈앞에 두고 보려니 많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죠.
밀드레드를 집안에 들이고부터는 이런저런 일들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처음엔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고개를 숙이던 그녀가 차차 이런 저런 투정과 요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이 물품과 자신을 꾸미기 위한 물품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필립이 수입이 넉넉치 않음을 알자 스스로 일자리 얘기를 꺼내지만 곧 인터뷰 갈 옷이 없다, 돈을 적게 준다.. 등의 이유를 대기 일쑤입니다.
필립은 애초부터 이런 상황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것일까요.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녀를 데리고 온 이유가 조금이라도 그녀에 대한 마음이 남아서였나 생각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동정심이었을까요.
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냥 더이상 그사람의 비참한 모습조차 보기싫어 외면했을거 같은데 참 필립이라는 인물은 이해불가한 사람이었습니다.
밀드레드는 필립을 유혹하려 합니다. 하지만 거절당하자 본색을 드러내며 악을 쓰며 욕을 해댑니다. 더이상 실망할 구석이 없어서일까요. 필립은 그러려니합니다. 그렇게 철저히 외면 당하자 밀드레드는 집안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아이와 함께 사라집니다. 예상되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필립은 그녀와 애기에게 들인돈으로 그리고 때마침 주식에 넣은 돈이 바닥을 치며 무일푼이 됩니다. 하숙비를 낼수없어 그냥 그집을 나옵니다.
숙부에게 부탁을 하지만 거절당하자 그는 이제 노숙자가 되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돈이 없으면 의학공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다리가 불편한 이유로 일자리 잡기도 어렵습니다.
필립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성장 소설이라고 본다면 끝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쩌면 인생이란 좋고 나쁘고의 결론보다는 그저 살아내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그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삶은 괴로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쁨에 들뜨지 말고 슬픔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기쁜 일이 있다가도 괴로운 일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수있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 하루하루에 이런말을 할수있는 시간이 들어있다는 것에 또한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이런 얘기는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는 할수 없는 얘기거든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얻은 수확 중 가장 큰 것이 이런 얘기를 할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니 그렇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ㅎ
딸기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어떤 한 사건을 가지고도 서로 '자기'상식에 맞춰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행동이라지만,
그 기준은 또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게 좀 아이러니 하더라고요 ㅎ
필립이라는 인물도 저에게는 그런 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배신을 두 번 이나 당하고도 그녀를 받아주는 모습은 경악스럽고 걱정스러웠습니다.
즐겨보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인데,
'지팔지꼰', 자기 팔자 자기가 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딱 생각이 나더라구요 ㅎ
사람의 심성이 착해서 그런건지, 밀드레드에게 옛 미운정이라도 남은 건지...ㅎ
딸기님의 '인간의 굴레'라는 후기를 처음부터 본 게 아니라서 필립이 왜 이럴까 궁금해 하다가
어린 시절이 궁금하여 예전 후기부터 다시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필립에게는 온전한 가정 안에서 사랑 받고 자라지 못한 시절이 있었기에
밀레드레를 그냥 내버려두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결핍으로 인해 행복이라는 것을 정의하기까지 어떤 모범 답안이 없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결국 그녀로 인해 빈털털이까지 된 필립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에설리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자기 삶에도 끼워 넣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