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당신이 옳다 - 정혜신
며칠 전 뉴스기사에서 강남의 9살이하의 어린이들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발생했고, 최근 5년간 3배 이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었습니다.
성인도 우울증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어린 아이들이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같은 또래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연히 읽은 이번 책에서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트라우마나 다른 어떤 이유로 마음의 병을 얻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것으로 무겁고 어렵게 마주했던 심리적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과 치유법을 제시 함으로써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약물의존도를 줄이고, 삶의 고통에서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공황장애'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나에게는 관계가 없는 일이란 생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다가 몇 년전 친척 중에서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밝고 활기찼던 이모가 공황장애라는 말에 왜?왜? 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제서야 누구나 걸릴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었는데 그와 관련된 뉴스 기사도 접하고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에 좀더 집중하여 읽었습니다.
'부모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 가치 등에 전적으로 기대어 살아가던 사람은 절대적 의존 대상과 이별하거나
절대적인 내 역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일이 없어지거나 그 가치가 빛을 잃을 때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다'
스타들의 삶은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나'를 맞춰 나중에는 어떤 모습이 진짜 '나'였는지 헷갈리게 되고 결국은 자기 소멸의 길로 접어들면서 마음의 병을 얻는 것이라 합니다.
평범한 우리의 삶도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각자가 감당해야 될 역할이 많고, 그 역할들을 충분히 잘 해내기 위해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보고 달리다보면 결국 나자신을 잃고, '누군가의 무엇' 또는 '어디의 누가' 되어 공황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 질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감'이라는 것을 단순히 상대방에 말에 반대하지 않고 동조하고, 감탄사를 내뱉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있는던 것은 '공감'이 아니었구나를 깨달았고, 속된 말로 영혼없는 반응, 그런 척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공감'으로 느껴지지 않는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소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화라는 것을 할때 충조평판을 빼놓지 않으며, 저 또한 그것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친구 가족이 저희 집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근황이야기를 하다가 부부사이의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둘중 어느 누구도 '공감'이라는 것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명이 문제를 제시하면 상대방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그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충조평판을 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이것을 시작으로 삼아 조금씩 연습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자신의 고통에 짐심으로 주목하는 단 한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막막하고 절망적인 순간에 누군가에게 SOS를 보냅니다. 어쩌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런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했을때, 내가 조언이랍시고, 영혼없는 리액션을 하고 알멩이 없는 대화를 한 적은 없었나 하고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있을때, 둘째가 뜸금없이 '엄마, 자식은 엄마아빠를 왜 좋아해?, 잘해주지 않아도 왜 좋아해?' 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아무래도 엄마아빠를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에 의문이 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황해서 '엄마아빠가 너를 낳았고, 우리는 가족이니까' 라고 대충 얼버무렸지만, 저도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고, 그저 당연하다고 여겼던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는 아빠에게 "아빠 사랑해, 아빠랑 놀고 싶어, 우리 아빠가 제일 힘세"라는 식으로 아빠라는 존재 자체에만 반응하는 존재다'
'아빠는 아이를 통해 자신이 바깥에서 어떤 일을 하든 한 존재로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은 어떤 당위보다 더 강하게 그의 존재를 자극한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의 대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의 '아빠라는 존재 자체에만 반응하는 존재'라는 순수한 특성이 있기에 부모가 그 힘듦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앞선 기사에서처럼 많은 부모들이 아이 존재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기에 아이들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기 마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더욱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경험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힘이 되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수 있는 '공감'이 먼저이고, 그럴 수 있다면 그 성장이 더 건강한 성장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직 완독을 하지 못해서 뒤에서 나올 부분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 알수 없지만, '공감'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관계속에서의 올바른 공감방법과 그 힘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함께 사는 '인간관계론'과는 다르게 '나로 사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가다쿵님^^
정혜신님 책을 읽으셨군요. 지금은 티비에 잘 안나오시는데 예전에는 방송 출연도 많이 하셨던 정신과 선생님이시죠.
부드러운 인상에 차분히 말씀하시던 기억이 있네요.
요즘은 공황장애를 앓는 분이 많은걸로 알아요. 특히 연예인 중에 그런 분들이 많다고 느껴서 왜일까 생각했는데
가다쿵님 글을 읽고보니 그럴만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자신의 노력 여하와는 별개로 선택되어지는 직업이라 항상 삶이 불안할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부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일이 많다는데 그 중에는 저런 공황장애도 많겠구나 싶은게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바쁘던 일상과 책임감에서 벗어난 주부들의 일상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그런 갭을 극복하지 못한 주부들이 정신적으로 허탈함을 호소하는 일을 많이 봤거든요.
막연히 공황장애의 증상만 들었던 터라 왜 그런 병에 걸리는 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진 못했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말하자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오는 병이구나 이해했어요.
전 애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는 너무 자유롭다 생각하고 행복해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제 난 무얼 목표로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물론 이런 생각은 당연히 오는거지만 이게 심해지면 그런 병에 걸리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공황장애에 걸린다는 얘기는 너무 충격적입니다.
엄마들의 욕심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구나 싶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정신적 병이 생긴 아이들이 후에 성인이 되었을 때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엄마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모자람이 없는 일 같습니다.
오늘 글로 공황장애에 대한 제대로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