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진정한 어머니별은 태양이 아니라 수십억 년 전에 우주 어딘가에서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 초신성일 것이다. 그 초신성의 잔해는 지구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성운에 골고루 뿌려졌을 것이다. 즉, 인간의 몸은 수십억 년 전에 사라진 별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졌으므로 우리 모두는 '별의 후손'임 셈이다.
- 평행우주
지금 읽고 있는 평행우주의 한 문장입니다. 지구는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맞으나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어떤 이온들은 태양에서는 아직 만들어 질수 없는 것들이라 (많은 이온들이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할때 만들어진다고 함) 우리가 오래전 사라진 별의 후손이라는 말입니다. 딱딱할 것만 같았던 과학책에서 만난 너무나 낭만적인 문장이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 가져 왔습니다.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러시아 작가의 책입니다.
이책의 작가는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다음달 책 모임에 이 작가의 작품을 읽기로 되어 있는데
생소한 작가라 여러 작품을 읽으면 이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중단편 소설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소네치카 또는 소냐라고 불리는 한 여성의 이야기 입니다.
소네치카는 유아기를 갓 벗아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독서광이었다.
소네치카는 일곱 살 때부터 스물일곱 살때 까지 꼬박 이십년 동안을 쉼없이 읽고 또 읽었다. 마치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책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가 되어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독서에 관한 한 그녀에게는 분명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일종의 천재성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소냐는 책을 좋아하고 꿈에서 조차 책을 읽는듯 꿈을 꾸는 소녀 였습니다. 그런 소냐는 대학교 러시아문학부에 입학하기 위해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나고 소냐는 지하 도서관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소냐는 로베르트 빅토로비치(화가)를 운명처럼 만나게 됩니다.
조용하고 맑고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덮친, 운명이 결정된 듯한 강력한 감정에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는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소냐를 처음 본순간 소냐와 결혼하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두번째 만나는날 결혼선물로 소냐의 초상화를 가져가 청혼을 합니다
소냐보다 스무살이나 많았던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의 청혼을 소냐는 받아들이고 타냐라는 예쁜 딸도 갖게 되었습니다.
전쟁중에 가난과 추위 그리고 잦은 병치레를 겪는 타냐로 인해 걱정이 많았지만 소냐는 타냐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 두사람으로 날마다 행복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직 이가 나지 않은 잇몸으로 젖꼭지를 조금씩 밀고 당시고 살짝 깨물 때면 젖을 먹이는 소냐에게도 기쁨을 가져다 주었는데, 이 감정은 아침이 밝기 전 이른 시간에 어김없이 잠이 깬 남편 역시 왠지 모르게 느끼는 듯했다. 남편이 그녀의 널찍한 등을 껴안고 질투라도 하듯 소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 그녀는 이 견딜 수 없는 두사람의 무게가 주는 행복에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매일 아침은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선명한, 과분하기까지 한여자로서의 행복의 빛깔로 덮였다. 동시에 영혼 깊은 곳에서 소네치카는 누군가의 실수 혹은 부주의로 자기에게 우연히 주어진 이 모든 행복을 언제라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비밀스럽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타냐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소냐에게 털어 놓지 않은 두 사람만의 어떤 감정을 공유합니다.
고상함을 타고난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와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젊고 어린 타냐는 일용할 양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소네치카의 몫으로 남겨두고, 자신들은 선택된 지적인 엘리트들이 누리는 복지를 요구하곤 했다
책을 좋아하던 고상한 소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노력으로 소냐네 가족은 타냐의 방이 따로 있고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의 작업실 공간이 있고 홀로 되신 소냐의 아버지를 모시고 올수 있는 집을 얻게 됩니다.
그곳에서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모스크바에 있던 예술가들을 만나고 무대장치 미술을 하면서 형편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소냐의 딸 타냐는 소냐의 바람과는 달리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자신을 추종하는 남자들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간 야간학교에서 야샤라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야샤는 전쟁중에 가족과 헤어지고 낮에는 학교에서 청소일을 하고 밤에는 수업을 들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고아원에 보내진 야샤는 마치 영혼과 몸을 천천히 말려 죽이기 위해 고안되기라고 한 것 같은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아 삶에 대한 비범한 애착을 보여주었고,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으로 잘 이용하는 능력 덕분에 결국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여기서 그 능력은 나이든 남자들과의 육체적인 관계를 말합니다.
야샤에 비해 유복하게 자란 타냐는 야샤에게 끌리고 야샤를 집에 초대까지 하게 됩니다.
타냐로 부터 야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소냐는 야샤를 안타까워 하며 애정를 갖게 됩니다.
타냐의 집에 처음 방문한 날 야샤는 그전의 남자들과는 다른게 아무런 댓가 없이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처음 남자로 부터 거절을 당하며 소냐의 집으로 부터 행복하고 편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에게도 기타 같은 투박한 곡선이 아닌 작은 유리 술잔 같은 아름다움이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 왔다.
로베르트 빅토르비치는 한 번도 그렇게 달 같은, 금속 같은 선명한 몸을 본 적이 없었다.
로베르토 빅토르 비치에게 비친 야샤의 모습입니다. 로베르토 빅토르는 끝내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야샤는 그의 팔 쪽으로 돌아누었다. 그렇게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에게 또하나의, 그리고 마지막 삶이 시작되었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소냐는 야샤를 집으로 들이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넉넉한 경제적 상황에 비해 가족이 단촐하다고 생각하였고
야샤를 도우면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야샤와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야샤는 로베르트 빅토로비치의 예술활동에 뮤즈가 됩니다.
우연히 로베르트 빅토르비치의 공방에 들른 소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됩니다.
"벌써 오래오래 전에 벌어질 일이었어,,, 나도 늘 알고 있었잖아.
이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단 걸..."
'그 사람 옆에 그렇게 젊고 예쁘고, 부드럽고, 날씬한 아가씨가 생겼다는 건 정말 공평한 일이야. 예외적이고 비범한 그이에게 걸맞게 말이야. 늘그막에 그이에게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은 잘된 일이야. 이제 그이가 자기한테 가장 중요한 일, 예술로 되돌아가게 되었잖아.'
소냐는 자신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이 끝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딸 처럼 생각했던 야샤와 남편의 관계를 알고도 소냐는 너무나 의연합니다.
짐을 싸는 데는 많은 날이 걸렸다. 소네치카는 담배 담는 종이 상자에 냄비들과 옷가지들을 넣고 끈을 묶었다. 그녀는 이상한 승리감에 차 있었다. 마치 여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을 땅에 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포장된 상자 하나하나에는 그녀의 즐거웠던 순간, 날, 밤, 해들이 꾸려졌다. 소냐는 이 종이 관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집이 철거되어 그토록 사랑하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었고 타냐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고 야샤와 자신의 남편도 소냐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집안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낸 리호보르이의 첫날 저녁, 소네치카는 홀로 남겨졌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솔기가 다 풀어져 못 쓰게 된 옷처럼 허물어진 자신의 인생과 갑자기 찾아온 고독에 대해 생각했다. 중간 통로 방의 정리되지 않은 소파에 누운 그녀는 풀려 있던 짐에서 우연히 실러를 집어들고는 아침이 될때까지 읽었다. 대체 누가 이런 책을 읽고 잠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잠들지 않고 [발렌슈타인]을 읽었다. 소네치카는 어린 시절 몸을 맡겼던 문학이라는 마약에 또 한번 순순히 자진해서 자신을 맡겼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가 사망을 하고 그의 장례식을 그의 전시회로 만들어 버린 그녀는 세간의 말들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훗날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 재능을 보인 타냐와도 파리에서 자리를 잡은 자신의 둘째딸 야샤와도 함께 살기를 거부하고 리호보르이 오래된 아파트에서 오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그녀는 배를 닮은 코에 가벼운 스위스제 안경을 걸치고 달콤한 심연, 어두운 가로숫길, 봄의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든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책에서 어디까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소네치카의 선택들이 잘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딸과 남편의 소냐에 대한 태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냐의 모든 삶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순응을 넘어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숭고함이 보여집니다.
제 개인적으로 여성작가의 섬세한 문장들이 마음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남은 연휴 잘 보내시고 별의 후손 답게 빛나는 시간들을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치악산님,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저희가 별의 후손이라니 ㅎ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나중에 '평행우주'에 대한 후기도 남겨주실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번 후기의 첫 부분에서 저는 소냐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마치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책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가 되어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 볼 수 있을까 하고요 ㅎ
아무래도 저는 정독보다는 다독에 아직 욕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 후 그녀가 아이를 키우면 느꼈을 행복이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 웃음 짓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수유하는 것도, 아이들 케어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지금에 와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면 순간순간, 저도 행복했었나 봅니다
남편과 야샤의 관계를 알게 되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타냐와도 함께 하지 않고 다시 독서라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마지막 그녀의 모습은
뭔가 그녀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타격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생을 마감하는 등의 끝은 아니어서 안도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삶은 자신이 꾸려나가는 것이고 소냐만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어떤 여행의 끝에 본래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문제에 마주했을 때 소냐처럼 행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네요 ㅎ
치악산님 너무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까요.
전 소냐의 삶을 응원합니다.
지금의 소냐의 삶을 말입니다.
한때 한남자의 아내로 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았고 못 견디게 행복했던 소냐.
하지만 현실은 한 여자의 삶을 송두리 채 엎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녀는 이상한 승리감에 차 있었다. 마치 여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을 땅에 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 이말을 듣고 소냐의 가슴속에는 찾지못한 한 인간의 정체성을 되찾고 싶다는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가족의 배신으로 삶이 도난 당한 기분이었겠지만 삶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다는 것을 소냐는 알았는지도 모르죠.
그동안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삶을 위해 땅에 묻는다는 말이 왜 전 이해가 갈까요.
그리고 누구와의 동거도 허락치 않는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소냐.
어쩌면 소냐는 이런 삶을 가슴속 깊이 꿈꾸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아내로 엄마로 살다 죽었다면 소냐 자신의 오롯한 삶을 느낄 새가 없었을테죠.
일부러 이렇게 만들고자 한것은 아닐테지만 소냐는 어쩌면 또다른 기쁨을 누리고 있는줄도 모르지 않을까요.
전 치악산님 글을 보면서 왠지 해방감 같은게 느껴졌어요.
인생은 결국 내가 주인공이어야하지 않나 하고 말이죠. ㅎ
치악산님, 안녕하세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저는 치악산님의 후기를 통해 접해서 인지, 매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소냐가.. 타냐를 처음 낳고 느끼는 엄마로서의 감정에는 너무나 감정 이입이 되었고요..!
특히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다는 것.
처음으로 젖이 닿자 마자 찾아가서 빠는 갓 태어난 어린 아이를 안고 지켜 볼 수 있다는 것,,!
정말 누구에게도 양보 하고 싶지 않은 특권이자 행복인 것이지요.
평생을 잊지 못할 것 같은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소냐가 맞는 비극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것이었네요,, ㅜ
살면서, 제 주변에, 그리고 제게 제발 행복한 가정이 깨지는 그런 비극만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귀족적인 예술가 기질을 가졌다던 아빠와 딸이, 생존을 위한 모든 일을 엄마에게 양보했다는 말이 서글프고 가슴 아픕니다.
이것이 여성의 삶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환경에서 가정을 위해 노력하던 소냐가 의외로 그 비극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뒤늦게 잊고 살았던 문학을 통해 남은 자신의 삶을 재건 한다는 것이 왜인지 저는 결말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묻어 버리거나 미뤄졌을 자신의 꿈을 다시 그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피할 수 없는 그런 비극이라면 저도 소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만큼, 후기이지만 인상깊게 다가오네요,,!
독서 모임에서 읽으실 작가님의 다른 책을 공부차원에서 미리 읽으신다는 말씀에, 그 열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덕분에 저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지금 읽으신다는 [평행 우주]의 글도 경이롭고요..!
같은 작가의 또다른 책 후기도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