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0권이후 11권에는 독립운동이야기가
전개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역시 예상한대로 쓰시지 않습니다.
딸기님께서도 예전 11권 후기에서 말씀하셨지만,
토지는 그 시대의 평민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
맞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소설이 아닌
그 역사들 안에서 사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의
고뇌와 그들의 애환을 다루고,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십니다.
큰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잠깐 언급만 될 뿐이네요.
개인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해주는것
같아서 저는 작가님이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더 잘 표현해 주셔서 좋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동안은 그 시대로 잠시 돌아가서 나도 그들 중 한명이 되는 듯 합니다.
11권에서 가장 큰 이야기는 환의 죽음입니다.
환이 인생은 제대로 살지 못한 한 많은 인생
같습니다.
농민들이 중심이 된 동학운동의 원동력도
사라지고 그 중심 인물들도 많이 죽고난 후
이제는 어떤 활동들을 어떻게 이어가야할지
막막한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같은 민족이지만, 내 나라 독립을 위해
앞장 서는 사람이 있고, 이들을 밀고해서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있고...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을 보며
그 쓸쓸함과 외로움을 홀로 간직하다가
구속되고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살아 남는것이 이득이 될 때가 있고,
죽음으로써 바깥에서 활동하는
독립운동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음을
알게 된 때문에 그가 죽음을 택했나봅니다.
서희 아들 환국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환국은 생인손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진주지방의 지주 양씨 집안의
딸 양소림을 마주칩니다.
얼굴도 곱상하고 집안도 좋고 학교도 서울서
다니는 소림을 평소 좋게 보아왔었지요.
그런데 우연히 그런 예쁜 소림에게서
손등의 큰 혹을 발견하고 소름 끼쳐하면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사람에게서 기대하는 아름다움이 무너질때
자신은 그 사람을 피하고 싶어하니...
그러나 환국의 경쟁자였고 지금은 절친이 된
순철은 같은 상황에서 양소림을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철의 말에 환국은 자신이 순철만큼 마음이
넓지 않은가? 하는 자책을 합니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보면 좋아하고
추함을 보면 외면하고 싶지만,
그 대상이 나에게 어떤 의미의 사람인가에
따라서 추함을 연민의 대상으로 삼아
보듬을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환국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진정한 사랑이
뭔지 눈 떨수 있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환국이 순철과 장래 희망을 얘기하면서
순철은 법공부를 하며 환국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환국은 예상과 달리 미술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어이없는 환국의 대답에 순철이 어떻게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수 있냐고 합니다.
업이란 내가 살아가는 실질적 힘이 되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마인드를 순철이 한것 같은데...
환국의 순수한 장래희망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저도 잠시 생각해 봅니다.
공부 잘 하는 모범생 아들이 갑자기 자기가
즐겨하는 예체능으로 진로를 잡겠다고 한다면?
저는 그것을 응원해 주지 못할것 같거든요.
저희 아들은 어린시절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더군요.
아들이 잘 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좋아해서요.
체력도 좋고 재능과 열정이 많다면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제가 진로를 그쪽으로 해보자는
말은 못하고 축구관련 다른 일을 해 볼 수도
있다고 다른 방향을 자꾸 권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운동 선수나 다른 예체능쪽 분야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을 보면 그 길을 가기까지 얼마나
힘든 상황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서
그들을 존경하게 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음을 알고도
도전하는 거니까요.
갑자기 어제 본 뮤지컬 배우들도 생각나네요.
무명배우 시절을 배고파 하며 보내고
꿈을 향해 버티고 있을텐데요.
환국이 앞으로 어떤 진로를 택할지?
서희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집니다.
이번주는 여기까지 후기 적겠습니다.
다음주도 좋은 날씨에 즐거운 시간들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글여행님, 안녕하세요.!
11권 후기 잘 읽었습니다.
환의 죽음 부분은 제게도 강렬했어서 인지, 기억에 잘 남네요.
그 전까지는 환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우상화 하는게 있지 않나 했었는데,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사람의 깊이와 대쪽같은 성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감옥에서의 환의 고민이 생각납니다.
살아서 나가면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자신의 뒤를 밟아 단 한명의 동지라도 발각 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두려워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살아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만약 제가 환의 입장이라도,, (제가 환처럼 죽음을 선택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것이 가장 고민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발각되었으니, 어떠한 형태로라도 다른 조직원들의 노출을 돕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되거나.
운동을 안할거면 굳이 그렇게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
그 고민으로 죽음을 선택한 환이, 왜 동학의 지도자였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멋있는 선택이지만 슬프고 납득이 가는 부분이었네요.
이 사람은 죽어도 평범하게는 못 살 사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아드님 말씀을 해주시니, 저도 아주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공부 싫어한다고 공부를 안 시키다가,
한문 공부는 좋다며 한자 시험을 보겠다는 아이가 한글을 모르니, 그것도 답답한 부분이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제가 얼마나 현실적인 엄마인지 알 것 같아서 입니다.
이전에 글여행님의 댓글에서 아드님의 한글을 미리 알려주신 것이 창의력 입장에서는 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아셨다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 제가 그 글들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는
여러 집이 함께 미술관을 가게 되면, 이미 요즘 트렌드에 맞게 한글을 모두 뗀 친구들은 제목을 읽고 빨르게 지나가는데,
저희 아들만 글을 아예 몰라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왜 이 화가가 이런 그림을 그렸을지를 그림을 보며 실컷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어떤 마음이었을 것 같다. 그런게 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요..! 엄마 생각에는 왜 이 화가가 여기에 이걸 그렸다 생각하는지 등등 묻고, 실컷 감상을 한 후에,
엄마보고 그림 제목과 설명을 읽어달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며 기분좋아서 웃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런것을 보면서, 아이가 한글을 알아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엄마들이 좋을 수도 있지만,
저희가 관람하는 방식도 나름 만족스럽고 굳이 한글을 모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매번 그렇게 관람하니, 다른 엄마들도 신기해 하고 그렇게 다녔습니다.
요즘 들어서 한글이 필요하게 되어 다시 알려주는데, 신기할정도로 한글을 모른다는 생각에
앞으로의 아이의 전반적인 학습이 필요한 삶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어 더 마음이 안좋았었네요.
항상 아이를 보며, 불안하지만 무언가 이 아이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을 것 같다 안도하기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아이의 꿈을 적극 지지해 주겠다 생각했던 것은,
학습은 지금 봐도 별로 안 좋아하니, 자신이 좋아하는게 나타나면, (그게 다시 학습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지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운동을 생각 못 해본것은.. 아이가 몸도 약하고 조금 느림 편이어서 운동은 아예 상상에서 넣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막상 아이가 운동을 꿈으로 고려한다고 생각을 해보게 되니, 저 또한 자신이 없어지네요,,!
어떤일이든 제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가정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네요..^^!
이렇게 지난일을 살짝 살짝 해주시는것도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드님을 키우신 일이라 더 현실적일때가 있네요.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안녕하세요 글여행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손등의 혹이 어떻길래 소름까지 끼칠 정도일까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환국이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단순하게 옳고 그름으로 판단 할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국이 양소림을 향한 마음은 딱 그만큼이었던 것이고
정말 좋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더 큰 허물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들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이이들을 키우다 보면 한번씩은 하게 되는 고민인것 같습니다.
글여행님 말씀 처럼 좋아하는 마음으로 진로를 선택하기에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고
특히 예체능 쪽은 노력만으로 선택하기에는 호락호락하지 않는 곳이라
공부가 그나마 제일 리스크가 적고 가성비가 좋지 않나 늘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체능에 재능이 있고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좀 돌아가더라도 어찌어찌 찾아가더라구요
글여행님이 말씀하신 뮤지컬 배우들 처럼
그렇게 배고픈 예술가들 덕분에
때로는 저희가 아름다운 예술을 즐길수 있으니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진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ㅎ
글여행님 아드님이 축구를 좋아했군요. 전 아들이 없어서 그런 생각은 안해봤지만 많은 남자애들이 축구를 좋아한다 들었어요.
그리고 그중에 눈에 띄게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축구 선수의 꿈도 꿀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니 그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지 저도 그 결정을 응원해줄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의 인생이니 그냥 하고싶은거 하게 놔두는것이 맞는 것인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것인지 부모의 몫이 커보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이제 다 커버린 아이들이 고맙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ㅋ
이젠 아이들에 대한 걱정, 고민을 안하고 싶은가봐요.
환국이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한창 외모가 중시되는 젊은 나이면 그럴수 있죠.
결혼해보니 그런건 아무 문제가 아닌걸 알게 되겠지만요. ㅎ
오늘 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현실 얘기도 너무 재미가 있습니다. ㅎ
글여행님,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 글을 읽고 있으니, 어떤 직업도 쉬운 것은 없다지만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네요.
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곁에 두시는 분들은 '자신의 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상상해 보시리라 생각됩니다.
'작가님이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더 잘 표현해 주셔서 좋습니다'
작가들의 시선이 특별해야 특별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양소림을 대하는 환국과 순철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겉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지만 외모를 보고 혹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시각적인 수려한 외모나 좋은 인상의 이점도 확실히 있지만,
요즘은 외적, 내적으로 자기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환국이 양소림에게 보였던 마음은 사랑이 시작되기 전 호기심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래 희망의 이야기에서는 저는 환국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기쁨에 목 말라 있는 지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부모된 마음으로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 지 알기에 그 거친 길을 조금이나마 순탄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결국엔 그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네요.
글 여행님의 마음도 백 번 이해가 되면서 부모는 이렇게 또 고민 거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