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창에 여행을 와 있습니다.
여기서 삼국지도 마저 읽고 글도 올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평창의 산을 바라보며 책도 보고 글도 쓰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네요. ㅎ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쓸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하기도 하지만 몰입하다 보면 놓치기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만 적었습니다.
재독을 한다면 적지 못한 것들도 다시 적어볼 기회가 있겠다 싶어 꼭 재독, 삼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두서 없이 적어보았습니다.
-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는것 처럼 만주 땅은 세력 다툼으로 혼재해 있는 가운데 누구를 믿고 누구를 따르느냐의 문제는 언제나 어려운 문제인듯합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의 유비, 관우, 장비의 의리가 더욱 빛이 난다는 생각입니다. 이들의 관계는 삼국지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소식이 끊겨 생사를 모름에도 불구하고 유비의 부인들을 끝까지 보살피는 관우의 의리는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유비의 너무 유함을 탓할 즈음 다시 관우의 충심을 발견할때마다 유비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게된 경위가 궁금해지곤 합니다. 관우가 유독 의리가 굳은 사람임을 알겠지만 그런 관우를 발견하고 자기 사람으로 만든 사람은 유비였으니까요.
- 조조가 원소를 물리치고 그가 버리고간 한 묶음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그 편지들은 자신의 부하 장수들이 원소와 비밀리에 주고 받은 편지였습니다. 주변에서 그들을 모두 처단해야한다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조조는 그 편지들을 태우며 이렇게 말합니다.
"원소의 세력이 강할 때는 나조차도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그랬을 진대 하물며 딴 사람이들이겠느냐?"
이미 이긴 싸움이기에 넉넉해진 마음 때문인지, 정말 넓은 아량으로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저는 조조가 뭐라 판단하기 좀 어려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적의 부하일지라도 자신의 목숨을 불사하는 충신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삼국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진정한 충심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덕목이기에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조조가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런 충신을 거두어들이는 일에 게으름이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부하를 두고 적절히 그들의 심중을 읽을 줄 아는 능력과 함께 쓰임을 다하며 공을 세운 자에게는 후한 벼슬과 함께 상을 내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또 잘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 일에 조조는 매우 후합니다. 그를 따르는 자들이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다 싶습니다.
어부지리로 이긴 싸움에 대해서도 스스로 자만하지 않으며 요행임을 인정하고 오히려 싸움을 말린 자들의 옳은 계책이었음을 인정하는 건 수장으로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조의 리더쉽은 그런데서 비롯되었다 생각했습니다.
리더가 너무 강하기만 하면 도망가는 부하가 늘어나지만 그런 면에서 적절한 밀고 당김을 갖춘 조조이기에 그가 가진 무자비함에도 불구하고 수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 끝없이 사람을 속이고 피해가는 상황이 반복되지만 그런 전술이 아니면 남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겠구나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직하게 싸우거나 정면 승부를 하지 않고 천하를 통일하는 건 안되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전술이라는 것이 대놓고 속이거나 알게 모르게 속이는 것, 그 둘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해봅니다.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는 행위가 나쁘다고 배웠는데 이게 전술의 이름으로 행해질때는 영특하고 노련하다는 평을 받는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유비가 자신의 야망을 숨기고 특유의 인자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의도 되었든 그렇지 않든 커다란 무기임엔 틀림없습니다. 무술에 능하지고 않고 그렇다고 술수에 각별히 능한 것도 아님에도 그의 성품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각지에서 유비의 소문은 퍼지지 않은 곳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의 그런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적인 대상이 되는걸 보면 영웅의 조건은 고정된 이미지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게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자는 또 다른 적에게는 없애야할 인물이기도 합니다. 명성을 얻을수록 신망과 죽음의 위협을 동시에 얻는구나 알았습니다.
- 싸움을 걸 때는 명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함부러 감정에 따라 움직였을 때의 후환은 결국 자멸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영웅들의 싸움의 중심에는 항상 백성이 있어 그들의 환심을 사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며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되면 결국 파국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잘 이용한 사람이 유비가 아닌가 싶습니다. 타고난 성품이 그러하겠지만 그 성품으로 어려움도 겪고 사람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백성을 힘으로 몰아 붙일 것인가 마음을 잡을 것인가의 문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마음인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마음인 것인가 하는 생각을 읽는내내 계속 하게 됩니다.
- 드디어 5권에 제갈공명이 등장합니다. 이름만 들었던 유명한 이름이 나오니 일단 반가웠고 그가 어떻게 유비의 사람이 되는지 그 과정을 보는 일이 반가웠습니다. 삼고초려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구나도 알았습니다. 유비는 좋은 사람을 잘 쓰는 것에서 그의 능력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갈공명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유비의 정성은 어느 영웅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또한 그가 가진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갈공명은 격이 다른 시야를 보여줍니다. 제가 유비와 조조를 거쳐 제갈공명의 팬이 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람의 정에 이끌려 대의를 그르치는 유비의 모습이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그 또한 자신의 뜻이 아님에도 유비의 의견을 따르는 공명의 태도라던가 한나라의 미래를 큰 그림으로 보고 있는 그의 혜안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5,6권을 끊이지 않고 읽었던 것도 이제는 점점 한나라의 큰 그림이 보이는 듯해서 제 마음도 한껏 바빠진 덕분이었다 생각합니다. 이제 정말 공명의 그림대로 되어가는지 지켜보는 일이 흥미로워집니다. 중반을 넘어서니 그 속도가 더 빨라짐을 느낍니다. 이 여름의 무더위를 삼국지와 함께 하게 되어 너무 즐겁습니다. ㅎ
중국 영화가 한창이던 시절 봤던 잘생긴 님들이 생각나네요~ 조자룡은 분명 멋진 남자~~
즐기면서하는 독서의 분위기가 곳곳에 녹아 있어서 덩달아 덩실거리며 읽었어요
여름 더위 조심하시고 또 뵈어요
딸기님~~ 평창을 가셨군요..! ㅎㅎ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저한테도 시원함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8월에는 평창에 꽤 유명한(?) 캠핑장이 있어서, 예약을 도전해보고 되면 시부모님과 같이 가기로 했는데요~
이미 가셨다니 넘 부럽네요.. ㅎㅎ!!
쓰신 글귀마다 모두 공감이 가네요..!
저 역시 관우의 충성으로 유비의 인덕을 다시 보게 되었고, 조조의 그릇의 크기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중간 중간 조조의 일화를 보며, 도대체 조조의 그릇은 어디까지일까?! 할 정도로 도량이 넒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고, 큰 아들(딸기님의 글에서는 양아들이라고 하셨었는데, 저는 사실 양아들인줄 모르고 친 아들인줄 알았거든요~)의 말을 타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는 비정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제가 영웅의 속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삼국지는 독서토록을 해도 될 정도로 나눌 이야기가 방대하네요,,^^..!
어린 시절 중국에서 마든 삼국지 드라마(?)를 보며, 조자룡에게도 푹 빠졌었는데,,! 다시 등장해서 저도 기대가 됩니다.!
(저는 그 드라마에서와 만화 삼국지에서 관우와 조자룡에 많이 매력을 느꼈었습니다.~)
그나저나 휴가까지 가신 상황에서도 벌써 5권을 다 읽으시고, 6권을 읽고 계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ㅎㅎ
왜인지 딸기님은 정말 부지런하신 분이실 거란 생각이 드네요~~!
다른 독서모임들도 그렇고, 뜨개질도 그렇고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으시고 균형을 잡고 계속 이어가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저도 어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푹 쉬시고 조심히 올라오셔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