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마저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 사람 죽이는 일을 벌레 죽이는 일 쯤으로 여기는 사람,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 그 시대상을 알기 전에는 낯선 모습일 뿐입니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용납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런것이 신경이 쓰이면 다음 스토리에 집중이 되지 않고, 그런 일을 자행한 사람들의 인품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그 사람의 업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3권을 넘어 4권째 진입하면서 그런 시선을 내려 놓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다른 시공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역사를 만들어간 사람들의 행적을 살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런 일들이 책 내용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었어요. 이제 좀 적응을 하고 나니 사람과 전술이 보입니다.
전술의 종류는 너무 다양해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쭉 읽다보니 내게 그런 전술이 스미듯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삼국지를 5번 읽은 사람은 가까이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말이겠죠.
이렇게 끝도 없는 전술이 반복되다 보니 저절로 그런 쪽으로 뇌가 굴러가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선호했던 유비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유하고 인자하고 덕망이 높은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을수록 들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삼국지에는 모범생은 없다구요. 삼국지에서 유일하게 모범생처럼 보이는 유비도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사실 유비도 돗자리 짜던 너무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친척의 도움으로 잠깐 공부를 했을 뿐 그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었습니다.
타고난 품성이 온화한건 맞지만 생각까지 온화한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야망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욕심이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아랫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장점은 분명 있어서 그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한없이 좋기만 합니다. 사실 삼국지연의(우리가 읽고 있는 삼국지)는 유비가 주인공이라 그를 좋게 포장한 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원결의나 초선이 이야기, 관우의 따뜻한 술잔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면 이 책 읽기에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이 소설임을 잊지 말아야할거 같습니다.
조조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몸을 피하기 위해 양자 아들의 말을 타고 가게 되면서 아들이 죽은 일, 자신을 도와주던 가족을 몰살한 이야기.. 등을 보면서 느꼈던 잔인함이 그의 어떤 공적에도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조가 역사를 만들어낸 인물임은 부정할수 없어서 어떻게 왕에 올라섰는가에 촛점을 맞추어 책을 읽어가려 합니다.
역사는 이기는 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밟고 일어나야 나라의 명맥을 이어갈수 있다는 자리에 설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같은 일반인이 이해할수 있는 일은 아닐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측면에서 그의 행보를 눈여겨 보려고 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는 온화한 성품으로만 이룰 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비를 통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속임수와 무자비함이 합리화가 될수도 있는 것이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할 것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서생이 쓴 시에도 조조의 행동을 간드러진 속임수라고 칭한것에 대해 이문열은 그런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절묘한 조조의 용인술이며 군중 통제의 극치라고 말입니다. 그런 행동을 속임수로 보는 것은 큰일을 하는 사람이 될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도 이번에 삼국지를 읽으면서 사람의 단면을 보면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그 사람을 아예 모르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들에게는 더욱 그런 점이 결코 단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는건 솔직함 만으로는 부족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열하고 뻔뻔하고 대담해야 할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포의 죽음을 말리지 않은 유비의 행동에서도 주시할 점이 있다고 봅니다.
분명 그 둘 사이에의 의와 배신의 주고받음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유비가 조조가 여포를 죽이도록 충동한 것은 그의 성품에 미루어 봤을 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유비의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유비가 두려웠던것은 여포를 살려두면 다시 자신이 조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이문열의 글에서 유비의 마음을 읽어봅니다.
이 글에서 유비에게도 조조의 막하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겠다는 야망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비의 포커 페이스 안에 무서운 야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3권에서는 조조의 두드러짐이 유독 보였지만 그에 대적하는 유비의 야망 또한 작지 않다는 사실을 책 군데군데에서 볼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1권을 어렵게 읽고 2권에서 속도감을 느꼈고 3권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4권에 저절로 손이 가면서 삼국지 읽기는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ㅎ
딸기님 처럼 삼국지를 그 시대 인물들의 이야기로
봐야 하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그 시대 인물을
지금 세상의 잣대로 보고 있어서
읽는 동안 마음이 힘들때가 있습니다.
요즘 시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배워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거든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을테니
사람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운다 생각하며
삼국지를 읽어야겠습니다.
딸기님,,!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
저도 2권에 이어서 3권에서도, 이전에 제가 알던 유비를 더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조조를 넘어 연구대상 1호가 유비가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정치에 환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며 멀리했던 이유도,, 하다 못해 회사를 다니면서도, 기술 중심 회사에서조차도 이렇게 정치가 난무한데.. 도대체 저 정치판에서 이름을 알리며 살아남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마음에서.. 이미 알만하다. 하는 그런 혼자만의 억측으로 더 멀리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느끼고 있네요..!
정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요..!
덕분에 책이 너무 박진감 넘쳐서, 독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쑥쑥 읽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후기로 또 뵙겠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