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이번 주는 긴 연휴가 붙은 주말인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다 보니 가족들이 모여 오히려 바쁜 주말이 되었습니다.
어제부터 생각지 않게 동생들이 친정으로 계속 모여서, 즐거운 주말을 보냈지만, PC에서 글을 쓰거나, 맘 놓고 글을 읽을 여유가 없었네요.
너무 죄송합니다.
무언가 일요일 새벽에 글을 못쓰는 상황은,, 가시 밭길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바빴던 동생들이 모인 시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암튼 집에 오자마자 글을 씁니다.
오늘은 18권 뒷부분 후기입니다.
18권 4장 적과 흑에서 상의가 다니는 ES중학교 이야기가 나옵니다.
딸기님의 후기가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고, 그 당시 일본인 선생이 생각보다는 조선인의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딸기님께서 쓰신 이야기라 예상을 하고 봐서 그런지, 그 부분은 저도 기억하며 읽게 되었고, 미리 듣지 않은 신선한 이야기가 또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인간으로서의 상의에 대해 강한 동질감입니다.
어린 시절 상의에 대해 읽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는 상의의 어떤 모습들이 계속해서 저와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 그 나이 때의 저였어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혁명가 같은 뜨거운 꿈을 키웠을 듯도 하고요,,!
혼잣말로 '왜 나는 싫다는 감정을 잘 견디지 못할까?' 하는데 저의 사회생활 초년 3~4년 때의 일도 생각이 났습니다.
당시로서 인생 최대의 복병을 바로 옆 동료로 만났는데, 전혀 생각지도 보지도 못한 유형의 사람이었습니다. 매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항상 집에 가는 길에는, 나는 왜 그를 미워할까? 나는 왜 그토록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고 싶을까? 왜 그 사람은 그런 행동을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그나마 제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그 사람이 그냥 암묵적으로 내놓은(?) 캐릭터였다는 것, 그 사람도 그것이 첫 사회생활이었는데, 2년을 저와 함께 지내고, 자리와 파트너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사무실에서 몇 번의 동료들과 모두가 알만한 분쟁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나는 그것을 그렇게 많이 불편해하는 것일까? 나는 왜 싫은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입니다. 상의의 그런 고민을 시작으로 상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좋아했고, 처음엔 분명 재미로 소설류를 읽다가 차츰 독서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에서도 제가 책을 좋아하게 되던 계기와 비슷하다 느껴졌습니다. 몸이 조그맣고 마른 동생 상근을 생각하는 엄마 같은 마음에서도 무언가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동생들을 생각할 때의 그런 마음 같이 느껴졌거든요.
자기 자신이 어떤 틀 속으로 끼어들어가는 것 같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비슷한 것 같고요,,!
(상의는 그 기숙사 생활이 그렇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의식적으로 이 틀의 갑갑함을 이겨내야만 한다..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거의 매달 시간표를 짜고, 전달 대비 항목별로 시간의 가감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시간표를 짠다기보다, 현재의 삶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런 걸 계속하게 된 계기가 제게는 그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시절에는 제가 J형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저는 실제로 제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P(즉흥적)인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일 하나에 대해서만 완전한 J(계획형)으로 살고 그 외 나머지는 다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라도 P로 살고 있었던건데 남들은 몰랐던 것이겟지요. 하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걸 J로 루틴을 만들어야지만 삶이 안정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식적으로 저라는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각이 없던 시절의 상의가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의는 독서에서 글쓰기로 넘어왔고, 글 쓰는 그 노트가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것에서도 무언가 취향까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소중한 시간, 어느새 알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가버린 것이 아닌 시간, 심장의 고동같이 시간이 상의 곁에 있다고 느낀 그 시간에 노트에 글을 쓰는 상의를 보며, 마치 아무런 강제성도 없고, 아무 모임도 시작하지 않은 채 혼자 그 기쁨을 느껴 새벽에 글을 쓰는 황홀감을 느꼈던 그 시절의 저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몹시 새롭고 두근거렸습니다.
'어제, 강가 풍경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상의의 그날의 노트 시작인데, 그 말까지 참 마음에 와닿았네요.
언젠가 제가 강가 풍경을 볼 때마다 느꼈던 그런 감동이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5장 사랑의 피안'역시, 정말 절절하게 가슴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친오빠로만 생각했던 윤국이 자신을 사랑하고, 엄마였던 서희가 한순간 시어머니가 되려 하는 그 혼인에 대한 양현의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영광과 양현이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양현은 윤국과 결혼할 수 없다는 그 마음속 울부짖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양현은 진심으로 가족으로써 작은 오빠 윤국을 사랑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든 상황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서희가.. 그렇게 사랑했던 양현을 이렇게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치 그 둘의 결혼을 김길상이 서희의 꿈에 나와 반대하며 한 말. 이상현의 자식인 양현과 자신(서희)의 아들인 윤국을 끝까지 결합시키려 하는 이기적인 욕심인 것이라고요. 끝내 어떤 것도 잃지 않으려는 그 강한 욕심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 말이 너무나 와닿았습니다. 서희 역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이루지 못한 로망을 자식을 통해 실현하려는 부모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이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양현을 잘 키운 서희가.. 마치 과자로 지은 집에서 아이들을 통통히 살찌우는 마귀할멈의 역할인 것 같이 느껴졌었네요,, 그것은 과하지만, 아무튼 마지막에 '엄마,,!' 하며 울부짖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 마저.. 그 엄마가 봉순이인지, 서흰지 알지 못하는 그 가엾은 양현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이 참 슬펐습니다.
그러면서 양현을 사랑하지만, "니가 차라리 (미모의 여의사가 아닌) 술집 여자였다면.."이라고 말하는 영광의 말에, 그들을 둘러싼 외부의 어떤 장애보다 영광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장애물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양현은 느낍니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생각났습니다. 나보다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연인이 자신과 같이 한없이 초라한 낮은 곳에 내려와 옆에 있어주길 바라던 어느 여인이, 어느새 긴 세월 끝에 자신의 옆에 그렇게 초라하게 되어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양현과 영광의 사랑은 드라마를 보듯 애절하게 느껴졌고,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을 듯이 묘사되어 가슴 아프지만요.
양현이 영광을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된 명희가 말합니다.
"나는 너를 믿는다."
양현이 다시 말합니다.
"아주머니가 아는 그 양현이 아니라면요?"
다시 명희가 수정하여 말합니다.
"그래, 믿는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 해야겠지."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또 와닿았네요.!
마치 언젠가 제가 아들을 보며 생각하거나 하게 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순간 옳은 결정만 할 아들이 아니어도, 저는 그 아이를 사랑합니다.
언제나 사랑할 거고 아낄 것입니다.
언젠가,,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받아들이고 감싸게 되는 그런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꼭 지지해 주고 싶네요.
비록 돌고 돌아 자신이 깨닫게 될 일이라 하더라도요. 인생은 그 자체로 너무 소중한 것 같습니다.
(** 지난주 후기에서 18장 앞장에 명희의 일을 봐주는 홍천댁 내외가 의심스럽고 선 넘는 느낌이었는데, 그들이 후에 이 복선에 맞는 일을 벌일까,, 살짝 궁금했었습니다. 역시나 읽어보니, 명희가 그 내외에게 크게 당하게 되네요. 후기에는 길게 쓸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만 남겨두겠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천일네(호야 할머니)나 두만네가 평사리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네요. 한동안은 정말 많이 엄마를 위한 노후를 생각하다가 이제는 그것이 제 몫이 아님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다시 이전의 저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구입했던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와 [말과 침묵]을 읽으면서도 아버지의 그 정서를 정말 많이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저는 아버지와 너무나 같은 정서를 가지면서도 왜 그리 한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사실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 달 넘게 도를 닦는 듯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삶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연습을 계속했는데, 아무리 의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아버지의 행복을 빌고, 지금의 아버지 삶을 지지하는 것으로 지금 제 상태가 그렇습니다. (물론 그 대신 엄마에 대한 삶 역시 엄마의 것이라고 어느 정도 분리할 수밖에 없었네요. 두 개가 양립이 안되어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그 둘에서 제가 조금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6장 옛날의 금잔디에서는 참 사람의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기성네를 쳐내었던 두만이 기생을 소실로 두면서 서울네와 칼부림까지 하며 싸워대고 때리는 그런 상황이 됩니다. 참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무섭기도 하고요..! 두만의 기본적인 인성도 있겠지만, 한참 없던 상황에서 돈이 잘 벌릴 때는 서로 의지하며 밤낮 일하고 위했던 둘이었는데, (아무리 착한 기성엄마에게 못되게 하고 내 쳐내었다 해도..) 그런 사이였는데, 결국 돈을 많이 벌고 너무 태만해져 벌어진 일이라면, 돈은 적당히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삶이 여유롭다고 다 그런 것이 아닌 주변 상황을 보자면, 경제적 여유가 찾아와도 그런 쪽으로 도파민을 찾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평소에도 건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제가 토지를 읽으며, 후기를 쓰는데, 왜 각 장별로 짧게라도 요약하고 읊으며 쓰지 않았는지. 조금 아쉽네요..!
그렇게 바라봐도 꽤 재밌게 다시 한번 훑을 수 있는데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요즘은 제 삶의 No.1이 잠이 되었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운동을 해서 체력이 진정 향상 되기 전까지, 평소보다 잠이 더 많이 필요하다 느껴져서요.
그리고 새벽에 일어난 시간이 이전엔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그걸 달리기와 스트레칭에 쓰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24시간 중에 가장 황금인 시간이 일어나자마자 맞는 새벽 시간인 것 같은데요.
그 시간을 뭘로 채우는지가 그 사람이 그 기간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 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독서, 글쓰기, 아니면 달리기 그 셋 중에 하나로 채워질 것 같은데,(그러면 좋겠는데)
그 고요한 새벽 시간에 독서를 해도 너무 잘되고, 글쓰기를 해도 너무 잘 되지만,
진심 아침 조깅(걷기)도 정말 추천드려 봅니다.
얼마나 하루가 상쾌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선물 같이 느껴집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 시간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무엇으로 채우고 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노트북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
댓글까지 쭉 읽어봤는데, 다들 부지런한 아침을 보내고 계셨네요 ㅎ
저는 아침 잠이 많아서 직장만 아니었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을 거예요 ㅎ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몇 년째 새벽 출근을 하고 있어 불만이 많지만
본의 아니게 짜여진 루틴을 따라가다 보니 그런 일상에서 오는 안정감 같은 게 느껴져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계획 없이 보내는 날들은 흐지부지 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노트북님의 엑셀로 짜여진 계획표를 보니 저도 따라하고 싶어지네요 😁
상의 이야기 부분에서는 동질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노트북님의 들뜬 모습이 느껴졌고,
틀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신다는 말에 독서 모임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되었습니다😧
저도 나름 J이긴 하지만 업무적인 면에서만 그렇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기도 하면서
노트북님의 일상을 보면서 현재의 삶을 체크하는 부분이 저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ㅎ
깜짝 놀랐던 부분은 토지 말고도 다른 책도 함께 읽으시고 있다는 말이 충격이었습니다.
한 권으로도 일주일이 꽉~차는데... 역시 계획의 힘인가요? ㅎ
'서희 역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이루지 못한 로망을 자식을 통해 실현하려는 부모였다는 사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당신이 옳다'의 상대방의 경계를 인식해야 된다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많이 배우고 깨우쳐 부모로서 욕심을 버리고 온전히 명희처럼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