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비가 엄청 온 1주일이었는데, 다들 비 피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제 드디어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ㅎㄷㄷ)
두달인 겨울방학과 달리 여름방학은 한달이라는 점에 안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맞벌이라 아이들 스스로 해쳐나가야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일은 방학하고 첫 여행을 떠나는 날이라 급하게 후기 글을 올려봅니다.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자 하는 고등학교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으면서 그 친구는 딸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세계 명작을 읽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학생 때는 안읽었을까?' 하는 질문에 저도 마찬가지였던지라 '지금부터도 늦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대학 졸업 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서울대생이 추천한 책이라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만은 대학생이고 싶었던지, 그때 못다한 것을 지금에서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ㅎ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연극의 대본과 같이 서술된 형식이었는데,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그의 마음과 삶의 보편적인 기다림에 대해 작품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은 총 5명으로 '고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 짐꾼을 데리고 다니는 포조와 포조의 짐꾼으로 목줄에 메어다니는 럭키, 고도의 말을 전하는 소년이 나옵니다.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언제, 어디서, 몇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심지어 언제부터 고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고도를 기다리는 것에 목숨을 겁니다.
그들이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면서 기다림에 지쳐 더디게 흐르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대화를 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동문서답일 때가 많았고, 무의미한 내용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연히 포조와 럭럭가 그들의 곁을 지나게 되고, 잠시 머무르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습니다.
'무슨 뜻이 있을꺼야' 싶어 중간에 럭키가 생각하는 부분이 3페이지 정도 나오는데 마음먹고 정말 신중히 읽었지만, 헛소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포조와 럭키가 떠나고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소년이 찾아와 고도가 오늘은 못오고, 내일 꼭 오겠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렇게 밤이 찾아오고, 다음 날 그들의 고도를 기다리기 위한 똑같은 하루가 반복이 됩니다.
제 2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등장한 포조는 눈이 멀고, 럭키는 벙어리가 된 채로 나옵니다.
블라드미르는 포조에게 언제 눈이 멀었고, 언제 벙어리가 된 것인지 물어봅니다. 이에 포조는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테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해가 잠깐 비추다간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
때가 오면 순리대로 지나가는 것들이 닥칠 뿐, '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싶었습니다.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되고, 귀가 멀어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아니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포조와 럭키가 다시 길을 떠난 뒤, 블라드미르는 다시 내일이 오면 어제인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 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 두자고..."
매일 붙어 있는 에스트라공이 포조와 럭키와의 만남을 잊어버리는 등 어제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고도를 기다리는 반복적인 일상과 시간 속에서 자연스레 잊혀지는 사실들과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불안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소년이 찾아왔고, 소년은 또다시 고도가 오늘 오지 못하고, 내일은 꼭 올것이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다시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과연 고도가 등장할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등장하지 않아 '고도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책에서는 고도를 명시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떠날까? 또는 죽을까?'를 계속 고민하다 결국에는 또 제자리인 모습을 보면서 쳇 바퀴 같은 삶을 살면서 그 속에서 희망, 꿈, 성공 등 손에 닿지 않고, 포기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기다리다 지칠 때, 기다림의 이유를 망각할 때 조차도 습관처럼, 당연하게 고도를 기다리게 되고, 지루한 시간들을 애를 써서라도 흘려보내게 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릴 때 기다림이 습관이 되어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오지 않을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라드미르도 잠시 습관이 귀를 막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에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저에게는 어려웠던, 완독까지는 수월했지만 중간중간 생각해야 되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조금 더 발전 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 해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주말 보내세요❤️
가다쿵님 안녕하세요
가족 여행은 잘 하고계시나요?
저도 아이들이 초등시절에 방학때가 제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원은 혼자 다니면 되고 집에서 TV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건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점심이 늘 문제 였습니다.
방학이면 충분한 영양분을 채워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마음이 않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저도 예전에 읽었었는데
책장을 덮으면서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께는 얇았으나 극본이라 저는 집중하기 힘들었고 큰 사건 사고가 없이
대화 중심이라 조금 딴 생각을 하면 갈피를 못잡았던 기억만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책에 관한 해설 영상을 보고 나서야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 했었네요 ㅎㅎㅎ
지금은 책 내용도 해설 내용도 가물 가물합니다
가다쿵님 덕분에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역시도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시간을 어리석게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습관적으로 무의미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무기력하게
그저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는 모습이
현실속에서도 아무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밝은 미래 만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내내 왜 고도를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책들(유명한 고전들)은 읽는 사람과 읽는 시기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많이 달라져
지금 다시 읽는 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부족한 글이라고 하셨는데 겸손에 말씀이신것 같습니다.
좋은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다음 후기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