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책을 보다보면 저자가 책 안에서 언급하는 또 다른 책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중 특정 문구가 맘에 드는 책이 있거나 관심 분야의 책을 언급할 때 그 책이 몹시 궁금하다는 느낌을 많이들 받으셨을 거에요.
예전에 장정일선생님의 독서 일기라는 책(총7권) 몇권, 그리고 독서라는 책을 가지고 있었어요.
솔직히 그 책들을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흥미를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지루하기도 하지만 언급하신 책들의 내용을 모르니 그가 하는 말이 마음으로 와닿지 못한 이유도 있고 그의 심오함을 쫓아가지 못한 이유가 더 크다고 할수 있겠어요. 그래서 가끔 그 안의 책을 특정해 찾아 보기도 했지만 거의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책이 많았어요. 지금 그 책들은 제 손에 없지만 가끔 그 책을 지금 읽으면 내가 이해할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읽지는 못해도 오래동안 소장하고 있었던 이유는 그런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다는 허영심, 그리고 언젠가 그가 쓴 글의 일부라도 내가 이해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이 내재해 있었기 때문이죠.
장정일님은 아주 독특할 이력을 가지고 있던 작가에요. 어릴적 가정 폭력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나 청소년기에 자신 또한 폭력을 행사하다 소년원에 들어갔었는데 그곳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요.
학력은 중졸에 불과하지만 그가 읽은 책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공부라는 책은 자신이 읽은 책을 일기 형식으로 후기를 기록한 책이에요.
한달이면 25권 정도의 책을 읽을만큼 독서량은 어마어마합니다.(거의 매일 한권의 책을 읽는 셈이죠. 그렇게 읽은 책을 읽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인데 몇 문장으로 간단하게 쓴 책도 있고 심오하게 비판하는 책도 있습니다.)
그 당시 책에 대한 허영심에 가득했던 저에게는 엄청난 자극이 되었고 마음속의 롤모델처럼 그의 책을 가지고 있었죠.
그의 후기는 시크하면서 날카롭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냉철한 이성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인 저에게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고나 할까요. ㅋ(얼마나 읽으면 남을 비판할 정도의 시각을 가지게 될까 하구요)
그런 후기를 쓸 정도면 읽은 양도 양이지만 얼마나 많은 생각과 정리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부러워 미치겠더라구요. ㅋ 사실 제가 부러워할 정도를 이미 넘어선 분이라 그렇게 말하는 것도 사치이지만요.
지금 그 책들은 제게 없지만 문득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책이 떠올랐고 여기서 언급한 책들은 제가 읽은 책도 있고 아는 작가도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읽혔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이 꼬리의 꼬리를 무는 식으로 책이 연결될때가 있어요. 그건 마치 내가 책속을 헤엄치는 기분으로 책의 우주에서 떠다니는 그런 기분이 들어 무지 행복합니다.
다음 책은 뭘로 할까.. 떠오르지 않을때는 그런 책을 하나 붙들고 뒤적입니다.
내가 읽고 작가가 읽은 책을 비교하는 일은 꽤 짜릿합니다. 나의 독서 세계를 가늠해보는 시간이 되어 무척 재미있는 놀이같이 느껴지거든요.
'여행자의 인문학'은 저자가 영국와 프랑스를 여행하며 작가의 생가나 그가 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따라 작가의 체취를 느껴보는 내용입니다.
폭풍의 언덕, 해리 포터, 셜록 홈즈 시리즈, 크리스마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반지의 제왕, 세익스피어, 카뮈, 오스카 와일드.... 꽤 익숙한 책과 저자들이죠.
책과 저자 모두에 대해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를 꼼꼼히 본다는 정도로 훑어가는 책입니다.
그래서 책의 두께는 좀 되지만 금방 읽었습니다.
물론 안에 사진도 꽤 됩니다. 그래서 휙휙 넘어갑니다. ㅋ
사진을 보면서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해당 작가의 책을 한권이라도 읽었다면 말입니다.
'세익스피어 음모론'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출생과 사망 기록은 남아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가 그렇게 주옥같은 문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갖는 음모론자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속에서 언급하는 학교 얘기
로 그가 학교를 다녔다는 증거를 대는 사람도 있고요.
셰익스피어가 가상의 인물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진짜 셰익스피어로 꼽는 이들은 프랜시스 베이컨, 더비 백작, 옥스퍼드 백작, 에섹스 백작 등이 있으며 이에대한 다양한 가설과 추측이 존재합니다.
셰익스피어 실존론자들은 그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헤로이데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비롯해 호라티우스의 작품 같은 로마의 고전을 통해 어릴 적부터 연극에 눈을 떴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당시 어린 학생들이 라틴어를 배울때 사용하던 교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셰익스피어의 교육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후 그당시 유행하던 유랑극단의 공연을 보면서 희극을 쓴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히 인지하고 있던 셰익스피어의 존재에 대해 음모론자와 실존론자들이 양립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와 작가들의 얘기를 가볍게 읽었던 한 주였습니다.
사실 폴 오스터의 책 중 안 읽은 책(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이 있어서 앞부분을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사실 이 책도 오스터가 아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인데 그 작가들은 제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자세하게 읽는게 좀 고역이더라구요. 그래서 곶감 빼먹듯이 조금씩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 책을 보면서 조금씩 읽어나가려고 합니다. 가끔 이런 어려운 책을 읽는것은 내가 잘 이해를 못하더라도 나의 지적 허영심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해서 아주 선호하는 책읽기입니다. ㅎ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전 여행때문에 오늘 일찍 후기를 올립니다.^^
딸기님
제천과 원주 여행은 좋은 시간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다행히 주말동안 비가 오지 않아 다니시기 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여행자의 인문학이라 제목이 좋네요
여행도 좋고 인문학도 좋고
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을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읽어 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게 읽었거나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을
생각지도 못했던 책에서 만날때 더 반갑기도 하구요
책에 대한 허영심이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
제이야기 인줄 알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 책장에 꼽혀 있는 책이 여러권이 있습니다
날카로운 시선과 독특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견해들을 갖고 싶고 내재화 하고 싶고
때로는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공이 쌓이면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소장은 하고 있으나 몇년째 들춰보지도 않고 있는 책들이 제 책장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학 보다는 비 문학 책을 선호 했는데 그 이유가
지적 허영심 때문이라는 것을 얼마전에 깨닫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더 안좋은 버릇은
독서를 질 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보는 것입니다.
그냥 내용을 파악하고 제대로 이해하기 보다는
스토리를 파악하고 책장을 넘기는 것에 집착을 할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여기가 그 안 좋은 버릇을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소 입니다. ^^
세익스피어의 음모론이 있는 이유는
그의 글이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겠죠
저에게 세익스피어의 글은 제대로 읽어 본적이 없음에도
왠지 읽어 봤던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합니다 ㅎㅎ
세익스피어에게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저 역시도 흥미롭네요^^
딸기님의 책에 대한 애정을 엿 볼 수 있는
재미 있는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