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아침에 후기가 길어지면서 다 못 쓰고, 저녁에 이어서 다시 씁니다.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공유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옛 감정이 살아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5부 4편 4장. 만 리 길을 오가며.
이 장에서는 오가타와 찬하, 그리고 쇼지가 만주로 여행하게 됩니다.
만주 여행은 찬하가 제안한 것이고, 찬하는 쇼지의 친부인 오가타를 많이 배려하는 모습니다. 마치 언젠가 쇼지에게 친부모의 사실을 알릴 준비를 하는 느낌입니다. 그때 쇼지가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이미 엄마 아빠 외에 정말 좋아하는 어른이 자신의 부모였다는 마음의 안도와 함께 반감을 줄이기 위한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명희에 대한 배려, 그리고 명희에 대한 순애보, 그녀를 측은하게 생각했던 마음, 재산을 욕심 없이 명희와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일, 그리고 쇼지를 사랑으로 키우고 이제와 친부를 위해 한없이 배려하는 찬하의 인격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하는 아내인 노리코에게 조차도 쇼지의 친부가 오가타였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데, 노리코는 언제부턴가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 직감으로 그가 쇼지의 친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쇼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낳자 마자도 너무 소중하지만.. 키우면서 그 사랑이 또 한없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찬하와 노리코가 쇼지를 바라보는 감정이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ㅜ 그냥 또 가슴이 찡하네요..!
오가타는 여전히 업무상 만주에 기거합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을 방관적이면서도 우호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거처를 밀회의 장소로 제공하고 비밀을 지키는 역할로 돕고 있습니다. 그는 쇼지를 생각하면 모두 정리하고 일본으로 가야 하나 하면서도 인실과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위안을 삼는 그곳을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한 사람만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오가타도, 그런 사랑을 멀리서나마 계속 받고 있는 인실도 힘들지만,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실 역시.. 오가타를 사랑하고 있겠지요.
그런 오가타는 찬하의 제안으로 쇼지를 데리고 만주를 가고, 인실이 있는 도시 하얼빈에도 갑니다.
찬하는 서운해하는 쇼지를 두고 여행일정 중 혼자 빠졌다가 하얼빈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 또한 오가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됩니다. 찬하처럼 그 은은하면서 따듯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실제든, 소설이든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오가타는 아들을 데리고 하얼빈에 가는데 마음이 두근거리고 언젠가 셋이 함께할 날을 상상한 듯 신이 납니다. 인실과 가깝고 그녀의 소식을 잘 아는 윤광오, 심수앵 부부 집에 가면서도 그들이 쇼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얼마나 놀랄지. 괜히 쇼지가 자랑스럽고 신이 납니다. 오가타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짠하네요. 윤광오, 심수앵 부부도 쇼지에게 따듯하게 대하고, 그 둘을 안쓰럽게 생각합니다. 오가타가 그랬듯, 저도.. 꼭 그 두 부부가 인실에게 이 소식을 전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가타는 10년 전에는 일본의 그 민족주의는 지탄하면서도 천황폐하는 부인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변했습니다. 자국의 정치에 대한 비판, 민족주의를 혐오하면서 지극히 자신의 신념대로 살려고 했던 오가타. 수많은 조선인을 억울함 속에서 보호하고 돕기 위해 애썼던 오가타. 그런 오가타가 아들 쇼지를 대하는 애틋함을 느끼며, 좀 오가타도 행복하게 원 없이 행복하게 살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인인 오가타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그날은, 조선인이 바라는 그것과 같다는 것이 놀랍고도 신기하네요. 바로 조선이 독립을 이루는 날인 것이겠지요.
오가타와 그의 누나 유키코의 대화에서 자국의 정치인들이 한심스럽고 미워지는 그 마음이 유독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한국의 정치가 훨씬 더 심각했다는 것을 많이 느끼며, 분노 같은 감정에 괴로운 느낌입니다. 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을 처음으로 느끼기도 했고요. 눈과 귀를 닫고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 오늘의 이 결과였나 하는 참담함 같은 것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물론 아주 직접적으로는 제가 한 번도 좋아하거나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 때문이라 하지만, 그 저변에 그들이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세계의 정신이 썩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분노 같은 것입니다. 12월 이후의 사태를 계기로 정치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더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검증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들떠 있던 국민들, 이제사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가 깨닫기 시작했지."
"기가 막혀서.........(전쟁으로 어려워져 식량 배급체제로 바꿔놓고, 재상이 일반 가정집들을 방문하며 하수구와 쓰리기통을 점검하고, 쌀알 하나라도 버렸는지 감시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명색이 재상인데 그런 짓거리를 하고 다녀? 일의 선후도 모르는 사람이 나라 중책을 맡았으니 승산 없는 전쟁을 시작했지. 미드웨이해전의 참패를 감추기 위하여 항공모함 네 척을 잃고도 한 척 침몰했다, 그따위로 국민을 속이면서, 정말 말도 안 돼."
"군부를 등에 없은, 즉 강자들의 난동이었지. 칼 쥔 놈들의 짓거리 나이었어?
그것은 천황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어떤 미사여구로 꾸며대도 결국은 정권 차원 아니었나 그 말일세."
침략을 애국으로 날조하여 국민을 전선으로 전선으로 내몰았던 그들, 침략과 약탈이 목적인 만큼 제아무리 정의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도 그것은 범죄자이며 짐승의 본능이며 남경대학살 같은 지옥은 전개되게 마련이었다.
(전쟁과 징병으로 인해) 아비를 잃고 아들 남편을 잃었는데, 일본열도에는 통곡하는 소리가 없다. 흐느끼는 소리, 눈물도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훈련된 민족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도대체 일본인은 몇 겹이나 허울을 쓰고 살아야 합니까? 울지 않는 민족이 어디 또 있습니까?
"칼과 현인신의 맹신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일본인은 언제까지나 차디찬 가슴으로 살아야 할 겁니다. 정말 슬프지요."
"일본인에게 항복이란 있을 수 없지. 정복, 정벌이라는 그 달콤한 말에 길들여져 왔으니까, 정마 일본인들은 모두 죽을 각오가 돼 있는 걸까..?"
"천만에요. 다만 죽을 각오를 강요당하고 있을 뿐이지요. 죽음을 강요하는 그 열렬한 분자야말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 할 걸요? 국민을 제물로 삼으려는 의도가 뭡니까? 바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본능 아니겠어요? 그 본능 때문에 눈이 어두워 이미 사리판단을 못하고 있어요."
오가타와 누이 유키코의 대화들에서 특히 위에 말씀드린 이유로 제 마음에 와닿는 얘기들이었습니다.
토지가 참 대장정이다 보니, 책에서도 이전의 장면들이 그대로 회상되는 장면들이 많은데요,
저 역시 느꼈던 감정을 되풀이해서 느끼기도 합니다.
이전에 잠시 말씀드렸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일본인들의 그 장인 정신. 그 장인 정신은 결국 막부시대 사무라이들로부터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고 할복을 강요하는 정신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엔 아무 비판의식 없이 수치를 용납하지 않고 자결하는 모습들은 일반인이 따라 할 수 없는 숭고한 정신에서 나왔다 생각했지만, 왜 꼭 그 소중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장인 정신에서의 할복을 강요하는 것은 비판의식이 없는 대물림으로 그 정신을 받아왔다면,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가장 고귀하게 만드는 행위라 할 수 있겠지만, 남은 삶을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각오로 계속해서 기술을 연마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관념이란 참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나라를 잃었던 그 시절 저희 선조들의 경우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것에 굴복하느니 자결을 택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는 죽음을 불사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첩보원들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살아야 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고요.
하지만,, 자결의 경우에는 죽음 대신 남은 삶을 잃어버린 조국을 위해 산다든가 하는 각오로 살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을 오히려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주 이전에 서희가 윤국에게 했던 말이나 이 책의 여기저기서 나오는.. "개죽음만이 방법은 아니다." 그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저 또한 어린 시절엔 또다시 나라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이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막연히 생각했지만.. 최대한 죽지 않고 살아야 더 큰일을 위해 계속 힘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분명히 서게 된 것 같습니다.
4장 마지막에 찬하가 어찌하다가 명희를 좋아하던 시절, 그리고 그녀가 홀로이 있던 여수를 찾아갔던 마지막을 회상하게 됩니다. 그 순간, 당시의 사랑에 대한 허무, 그 쓰라림보다 강하게 찬하 가슴에 와닿는 것은 동반자로서 (옆에 있는) 노리코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가정이라는 유대가 얼마나 강인한 것인가. 그것에 대해 자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 여기 계신 회원님들이 읽으시면 공감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딱, 제가 느끼는 남편과 가정에 대한 감정이 이러하네요..^^..!
후기를 길게 쓰고 싶진 않은데, 또다시 토지를 언제 이렇게 음미하며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읽고 정리하는 시기라도 제가 느낀 걸 그대로 옮겨보자 해보니, 항상 길어집니다.
함께하시는 글여행님께는 스포인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고요..!
아쉽게도 아직도 19권의 후기를 완성하지 못했네요.
오늘은 길어서 그중에 4장에 대한 후기만 공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반갑습니다. 노트북님^^ 이 후기를 제가 놓쳤었네요.ㅜㅜ 여행가서 로비 구석에 앉아 이러지러 핸드폰을 둘러보다가 이 글을 제가 놓친걸 알게 되었고 돌아가면 젤 먼저 댓글을 달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갈때는 참 좋지만 역시 집에 돌아오니 더 좋습니다. 여행중에는 매일매일 노트북 앞에서 회원님들 글에 댓글 다는 재미를 누릴수없어 답답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전 핸드폰으로는 긴글을 쓰는일이 너무 어려워요. 이렇게 노트북앞에 앉으니 더없이 편하고 행복합니다. ㅎ
오가타와 쇼지의 여행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그들의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모두 비슷한가 봅니다. 그저 짠한 마음. 언젠가 쇼지도 그 당시 가졌을 아빠 오가타의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오겠죠. 비록 지금 그마음을 온전히 느낄수 없겠지만 아빠의 사랑만큼은 알게되는 날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비록 이렇게 떨어져 있지만 인실 또한 오가타의 마음을 알고 자신 또한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행복한 여자가 맞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아프지만 행복한 거니까요.
이 책에서 저도 일본인들의 마음을 읽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부분의 글들이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서 쓰셨을거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들도 사람인데 일본이라는 나라가 타국에 저지르는 범죄를 모를리 없을테니까요.
오가타는 그런 사람들의 대표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글을 어디서도 읽은적이 없어서 전 이부분이 참 인상 깊었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이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자결에 대한 생각도 그들이 가진 장인정신과 연결이 되고... 다른 부분이지만 가게를 이어받는 장인정신과도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장인 정신의 실체를 볼수있었다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역사를 잘은 모르지만 그부분에 있어서 역사를 훑어보는 일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성껏 줄거리까지 적어주셔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노트북님의 후기를
책 읽기전에 읽는 재미도 무척 좋습니다.
결코 죄송할 일이 아니니
마음껏 쓰주셔도 됩니다.^^
오가타와 인실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인품이 천사 같은 찬하의 이야기.
모두 앞으로 기대하며 읽게 될것 같습니다.
오가타가 바라보는 일본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외세로 부터 침략받아온 역사로 인해 우리 민족의 애환이 있듯이
일본인들은 고립된 섬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숙명으로 그들의 말못할 애환이 있을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현재로 이어져 왔겠지요.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현실도 그 바탕에서
이루어져 내려왔고요.
저도 요즘 정치 뉴스를 보면서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싶을만큼
한심한 정치인들을 보며,
우리가 그동안 무관심한 틈에 이런 정치인들이
권력을 계속 유지해왔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다들 비슷한 감정을 갖고
이제는 좀더 관심과 비판적 사고로
정치와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19권 2부 후기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