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 근황을 전해 봅니다.
8월 마지막주 목요일을 마지막으로 올해 나전칠기 수업을 마쳤습니다.
나전칠기하면 예전에 비싼 혼수품이었죠 반짝 반짝 은은한 광택을 내는 자개장이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죠
지금도 자개장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을 종종 볼수 있습니다.
몇년전 부터 나전칠기로 된 생활 용품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원주에 옻 문화센터가 있고 그곳에서 나전칠기 야간반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수업을 받았습니다.
배우고 싶다고 싶게 배울수 있는게 아니라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주2회 센터에 가서 사포질을 하고 옷칠을 하고 자개를 올리고 각각 과정들이 서툴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새롭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전칠기의 매력은 사용되는 주 재료들이 모두 자연에서 온 것들이라는것입니다.
백골로 쓰이는 나무와 옻나무에서 나오는 옻 진액 그리고 조개에서 분리하는 자개까지
모두 자연물에서 나온 것들을 이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취미활동은 매일 비슷한 일상에 약간의 자극이 되었고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몸을 움직여서 힘을 쓰는 작업들의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취미활동을 무사히 마친 저의 소회를 이곳에 풀어 놓아 보았습니다 ^^
이번주에 제가 읽은 책은 악마와 함께 춤을 이라는 교양 철학입니다
올초에 읽었던 혐오의 즐거움에 이어 이런 자극적인 제목에 저는 많이 끌리는 것 같습니다.
이책에서 말하는 악마는 분노, 시기, 질투, 앙심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말합니다.
결론 부터 말씀 드리면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제하지도 말고 부정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을 화단이라고 한다면 부정적인 감정은 화단을 망치셔 뽑아내야 하는 잡초가 아니라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화단을 풍성하게 만들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렁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견해를 두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감정에 대한 미신을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는 이성과 감성은 상극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큰 결정을 내릴때 이성이 크게 작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을 무시할수가 없습니다. . 대도시의 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시골에서 일자리를 얻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작가의 말입니다.
또한 숲에서 도끼를 든 살인마를 마주치면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 그러나 도끼를 든 살인마가 누군가 버린 합판 조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렇듯 이성은 감정을 포함하고 있고 감정 역시 이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감정은 뇌의 화학 반응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걸 돕도록 진화한 신경생물학적 반응이며 감정은 사실 생존 매커니즘입니다.
19세기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베토벤 현악 사중주는 사실,,, 고양이 창자에 말총을 긁는 것”이라 했습니다.. 바이올린 활과 현을 만들 때 쓰는 재료에 대한 언급으로 활은 말의 털로 현 은 동물의 창자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철학자들이 환원적이라 일컫는 것으로 환원적이라는 것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현상으로 또는 더 단순한 부분으로 환원하려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사중주는 고양이 창자에 말총을 긁는 소리라는 것은 제대로 된 대답이라고 할수 없습니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는 것이다. 감정이 생물학적, 신경학적 또는 진화론적 과정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 감정과 함께 잘 살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는 않는 다는 것입니다.
또한 작가는 남편과 철학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결혼하기를 선택했고 함께 하기를 선택했지만 그를 사랑하기로 선택하지는 않았고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로 선택했지만 철학을 사랑하기로 결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철학에 사로잡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감정의 독립을 인정하는것 감정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것인 만큼 불안한 것입니다. 인간이 불안한 존재라는것이죠
우린 모두 불안정한 존재라는 것이 저에게는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내가 못나서 분노를 느끼고 부러워하고 시기와 질투를 하는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억제하거나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니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낍니다.
우리가 고통과 비탄, 분노, 질투를 느끼는 까닭은 우리가 연약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정원에 있는 지렁이를 사랑한다는 건 지렁이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사실 이런 방식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라. 당신은 다름 사람을 사랑할때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고 마음을 연다. 두려더라도 방어벽을 허물고 상대방을 받아들인다. 내면의 야생을 같은 방식으로 사랑해 보면 어떨까?
이책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문득 문득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부정하지 않고 내가 이런 상황에 이런 기분을 느끼는 구나 받아들이고
인정을 통해 나를 좀 더 알고 사랑하는 방법을 택해 보아야 겠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9월에는 좀더 시원한 날들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딸기님 저도 이책을 보면서 불교가 떠올랐고 뜻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불교 교리를 정확히 아는게 아니라 후기에서는 언급을 안했는데 딸기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잘못 생각한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감정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 이었습니다
딸기님께서 궁긍해 하시는것 같아 내세울건 못 되지만 과정 사진을 올려봅니다
용도는 책상위에 두고 사용할 펜트레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