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읽다가 중단한 토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토지를 읽어도 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토지 12권 중반부에 환국과 서희가 길상의
면회를 다녀오고 부산 여관에서 잠시 묵고
있었습니다. 그때 서희가 복통이 생겨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환국이 느끼는 심정이 잠시
나옵니다.
강인한 정신의 어머니 서희가 웬만히 아파서는
내색을 하지 않는데,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고
환국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힘겨움이 옅보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안계신 시간에는 자신이
어머니의 보호자로서 책임감이 있는것이지요.
그리고 서희도 두아들을 두고 아플때 마다
두 아이를 책임질 자신이 아파서는 안된다고
마음다짐을 단단히 하고 견뎌가며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또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모자가 마음과 달리 서로 걱정을 덜어주려고
무덤덤한 한 척 합니다.
서희는 크게 아픈게 아닌듯 내색하고
환국도 걱정을 많이 하지 않는듯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들과 엄마.
이 두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것은 밑바탕에
'사랑과 책임'이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우리 아들도 가끔 엄마 걱정할까봐
어려움이 있을 때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것
처럼요.
환국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서야 한다.
결국엔 모두 내 곁을 떠나고 아무리 그리워도
사람은 혼자 가는 거야.
그래, 어떤 사태도 조용하게 받아들이자.
어머니는 다만 조금 체했을 뿐이다.'
이렇게 환국은 자신의 마음을 단도리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위기를 느낄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 암시를 하면서
정신무장을 하게 됩니다.
어린 환국도 그렇게 자신을 무장시키고
힘든 인생을 살아갈 정신을 키워가는듯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할 때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나 홀로 지고 가야 할 힘겨움이 있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 스스로 나를 다독일 때가 있는데, 이 구절을 보고 그런 때가 잠시 생각 났었습니다.
강인한 서희도 자신이 아플때는 많이
마음이 약해지는데...
저도 아플때가 가장 두렵고 불안하거든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겠지요?
고학생 의사 지망생 정윤이 자신의 학비를
대준 숙희를 배신하고 양소림과 혼담이
온갑니다.
이소식을 듣고 숙희는 배신감을 느낍니다.
힘든 정윤을 도와주면 나중에 자기와
결혼 할거라는 희망이 있었겠지만,
성공한 남자가 자신의 어려운 시절 도와준 여자와
돈 많은 갑부의 딸.
두사람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어찌보면 자신을 도와준 여자가 고마워서
선택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 여자는
자기가 빚진 여자이니 갚아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돈 많은 갑부의 딸은 그 집에서 앞으로
해줄 것이 많을거라 기대할 수도 있을것이고요.
정윤은 이번 혼담이 있기 훨씬 이전에도
숙희랑 결혼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숙희에게
말합니다.
단지 숙희의 희망사항이었던 것이지요.
누구를 도울때는 댓가를 바라고 도우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대목입니다.
정윤을 돕지 말고 그 돈으로 자신이
제대로 더 공부해서 성공하는 편이
더 나았을텐데...
이 시절 숙희 같은 여자들은 많았을겁니다.
그리고 정윤 같은 남자들도 많았을거고요.
사람의 본성은 자신을 위해서 사는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희생은
결국 비극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희생이 아닌 댓가 없는 도움이라면
해도 되겠지만, 댓가를 바라는 도움은
자신도 상대도 모두 힘들게 할것입니다.
정윤과 숙희에게는 서희와 환국의
"사랑과 책임"이 없습니다.
정윤과 숙희는 남남이고 서희와 환국은
모자지간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연한것이 당연하지 않은 관계들도 있으니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사랑의 깊이 만큼
책임의 깊이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관계를 많이 만들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가족과 가장 친하다고 생각되는
몇명 정도는 있어야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있겠구나 싶습니다.
이런 사랑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어야
나의 존재 가치가 생기는 것이고,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사는것은 사는게
아닌게 되버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중간에 춘원 이광수에 대한
지식인들 간의 생각이 오가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는 이광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옛날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잠시 본게 다였습니다.
그래서 네이버에 춘원 이광수를 검색해서
찾아봤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가 아주 길게 적혀 있더군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 까지
그의 행적과 일대기를 읽어보았습니다.
토지 소설에서는 그가 '민족개조론'을 쓴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집니다.
문학적인 재능이 있는 그가
그의 재능을 발산할 곳을 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뒤로하고 친일을 하며
자신의 야심을 채웠다고 할 수 있다고
토지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박경리 작가의 생각일 수도 있고
여타 많은 이들의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문학적인 측면에서 이광수의 업적
또한 무시할 수 없는것이 사실이기도 해서
그의 대한 평가는 상당히 비판적인 것도
있고 역사적 불운한 시기에 한 작가의
인간적인 고뇌로 어쩔 수 없었다는 옹호적인
시선도 있는듯 합니다.
그의 대표 소설 '무정'도 읽어보지 않은 제가
다른 사람들의 말로 그를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직접 그의 소설도 읽어보고 다양한
면들을 살펴본 후에 제 개인적인 평가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토지 후기에 노트북님이 이광수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 놓으셨기도 했는데,
저도 이광수에 대해 직접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광수를 검색해 보니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잠시 언급이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아들이
좋아하는 일본 작가이고 저도 그의 소설을
한편 읽어봤는데 좋더라고요.
이광수는 나쓰메 소세키 만큼의 인물이
못된다고 검색에서는 평가하는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토지 12권 중간까지 읽었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읽고 후기 올리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고 시원한 수박도 즐기며
행복한 한주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여행님 ^^
다시 토지를 읽으실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신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딸만 있는 저에게는 알 수 없는 감정이겠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됩니다.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큰 아들은
자식이면서도 때로는 남편 처럼 의지가 되는 대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덤덤한 모습들 속에 서로를 생각하는 진한 애뜻함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글여행님은 아드님을 생각하며 좀 더 감정 이입이 되셨을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샤갈전에 다녀왔습니다.
글여행님께서 일요일 오후를 추천 해주셨는데
일요일에는 일정이 있어 토요일 오후에 갔다가
대기만 한시간을 했습니다. ^^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었습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부모님들도 있었고
전시장 밖에서 부터 울기 시작해서
전시장 안에서도 계속 울어대던 아이도 있어서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이른 나이에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려고
노력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꽃을 그린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흰장미 그림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큰 아이와는 따로 전시실을 돌았는데
큰 아이 역시 저와 같은 그림을 같은 이유로 흥미롭게 보았다고 해서
그 작품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글여행님의 추천 대로 일요일 오후에 방문해야 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왔습니다. ^^
책 이야기 보다 그 전시회 다녀온 이야기가 더 길었습니다. ㅎㅎㅎ
그럼 저는 다음 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
글여행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토지 열심히 정주행중이셨군요?! 대단하십니다 👏
저에게는 토지 읽으신 분들 전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
오늘 후기 글을 잃고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가족 간에도 자신의 도리는 있지만 당연하게 바라는 것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에게 효도할 수 있지만,
자식이라고 부모에게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 안되고,
부모 된 도리로 자식을 최선을 다해 키워야 하지만
부모라고 자식에게 뒷바라지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 안된다고요.
가끔 신랑과 이런 부분에서 언쟁이 붙기도 합니다.
우리 남매를 헌신적으로 키우는 신랑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되다가도
부모님에게서 받는 것은 조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뒷바라지를 당연히 바라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제 생각이 정답이 아니기에 강요할 순 없지만 같은 자녀를 둔 부모로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제 욕심에 하는 걱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ㅎ
부모 자식 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이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계라는 게 또 칼같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니 다양한 감정이 섞일 수 있는 것인데
너무 FM식으로 딱 잘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토지의 내용을 잘 모르다 보니 읽고 드는 생각을 몇 자 적고 갑니다 ^^
제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가 토지인데, 토지 글의 후기를 보니 반갑네요.^^
저도 고등학생 때 , 대학교 졸업 후에 각각 읽어봤는데 두 번 모두 읽었을 때 느낌이 정말 달라서 신기했었거든요.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또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제 어릴 적 읽었던 토지 속 환국 윤국 두 아들의 이미지는 환국은 책임감 많고 독립적이지만 다소 정이 없게 느껴지는 장남, 윤국은 감정에 충실하고 행동력이 있으며 속정이 많은 둘째 아들로 기억되어 있습니다.
지금 환국의 독백을 읽어보니 제가 왜 고등학생 때 환국을 다소 정이 없는 아들로 느꼈었는지 이해가 되네요.
하지만 지금 환국을 다시 살펴본다면 어머니인 서희의 아픔이 자신에게도 아프게 느껴지고 아버지 없이 홀로 버티는 엄마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매우 강했기에 저렇게 자기 암시하듯 다짐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깊어서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토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랜만에 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글여행님~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토지를 다시 읽으실 정도의 평안을 찾으셨다니 마음이 좀 놓입니다~.
서희와 그 아들들의 대화를 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랑은 거리가 멀어서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아들들은 장성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걸까요,,??
글여행님 아드님은 엄마와 함께 눈물을 흘릴 정도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 봐도 정말 어머니께 얼마나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지 알 것 같았거든요. 저는 그런 모습이 특히 좋아보였습니다.
타고난 성정이 자상하고 따듯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고요. 제가 잘은 모르겠지만 꼭 아드님께서 글여행님을 많이 닮으신 느낌이었습니다.
제 아들은 지금 너무나 딸 같은 아들인데요,,
저를 너무 잘 챙기고, 자상해서 더 마음이 녹거든요.
대화도 많이 하고, 손도 꼭 잡고 다니면서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아들이 크면서는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걸까요,,? 마음의 준비는 해야 겠지만, 참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저도 정윤과 숙희의 이야기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정윤이 꼭 돈을 받았다고 결혼을 해야할 이유는 없지만, 자신은 결혼 생각이 없었더라도.. 숙희가 어떤 마음으로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은 알았을텐데, 왜 받기만 하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숙희도 그 점이 원망스러웠을텐데, 저도 똑같이 숙희가 그렇게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뒷바라지 하고 그것으로 보상(?)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 에너지와 돈을 본인을 위해 투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사람은 내가 강하고 봐야한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춘원 이광수의 [무정]은 정말 추천 드립니다.
글여행님께서 읽어보시고 느끼시는게 가장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말씀 해주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딸기님게서 말씀 하신 [도련님] 이라는 소설로 시작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글을 쓰는 관점에서 보니, 에세이와 소설은 비교도 안되게 난이도가 다를 것 같습니다.
그 글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지니, 새삼 소설가들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말씀 해주신 나쓰메 소세키가 더 궁금해 지네요.
제가 이전에 [토지] 후기를 올릴 때, 딸기님께서 이런 느낌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토지]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반갑기도 하고,
또 저도 오랜 시간 함께한 책이어서 그런지, 사실 무얼 읽어도 토지에서 느꼈던 구절들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지금도 머릿속에서 제게 너무 가까운 소설 입니다.
글여행님의 후기 글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었네요.
더위가 한 풀 꺾여서 좋긴 한데 어색하기까지 합니다.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 아침도 상쾌함을 느끼며 뛸 수 있는 날인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여행님도 즐거운 한 주 되세요~^^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글여행님이 다시 토지를 읽기 시작하셨다니 너무 기쁩니다.
오랜만에 다시 토지 이야기를 들으니 제마음도 함께 푸근해지기도 하구요.
서희와 환국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여행님도 아들과의 관계를 떠올리셨을 듯 합니다.
저는 딸만 있어서 아들이 생각하는 엄마의 존재에 대한 생각은 상상으로도 해본적이 없는데
환국의 이야기를 들으며 딸과는 또다른 마음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딸은 엄마의 섬세한 마음을 읽어주겠지만 아들은 큰 그림으로 엄마를 케어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글여행님 아들도 그런 마음일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들은 글여행님의 아들은 참 듬직하고 성실한 훌륭한 아들이 맞습니다.
좋은 보직도 받아 글여행님의 마음이 한결 놓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또한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이광수님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소세키와 비교가 되고 있는 상황이군요.
소세키의 소설은 도련님이라는 소설을 읽어본적이 있는데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시대적 배경이 비슷한건지 왜 둘이 비교 선상에 올랐는지 저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경리 선생님이 이광수를 그리 평가하시는데도 분명 이유가 있을테구요.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은 저의 무지가 다시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이곳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보면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저의 독서 생활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토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건강한 한주 보내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