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모두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에는 새로운 회원님도 들어오셔서 새로운 마음이 드는 한 주였습니다.
저도 다니는 법당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구요.
두가지의 봉사입니다. 맡은 소임(재봉)은 본격적으로 다음주 부터 시작하고.. 지난주에는 법당에 외국 스님들이 방문하셔서 그로 인한 공양간에서의 봉사가 있었고 또하나의 봉사는 컴퓨터 작업인데 법륜스님이 하고 계시는 법문 강의를 정리하여 데이터화하는 일입니다. 제가 못 들은 법문을 다시 들을수 있는 기회가 될 것같아 시작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법문을 듣고 정리하는 시간이 참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런 저런 봉사로 제 몸과 마음에 법문이 젖어드는 느낌이 들어 몸은 피곤했지만 새롭고 즐거운 한주를 보냈습니다.
이런 저런 활동들로 이제는 일주일이 바빠질 것같습니다. 그래도 책 읽는 일만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합니다. 책으로인한 삶의 풍요로움은 그어느것보다 저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지난주에 읽었던 단편중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단편이 가장 눈에 뜨입니다.
책 제목으로 쓰일만큼 아마도 이 책의 가장 대표적인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우리가 한번쯤 상상했던 일들이 펼쳐지면서 재미있지만은 않는 상황들이 일어나서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입니다. 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의 의미를 되짚어봅니다.(영화로도 나왔는데 전 보지는 못했습니다.)
벤자민 버튼은 1860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70세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갓난아기가 아닌, 수염을 기르고 노인의 말투를 쓰는 모습에 가족은 충격을 받습니다. 병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빨리 병원에서 나가줄것을 요구합니다. 가족이 받았을 충격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사실 이런 설정은 코미디에서나 나오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를 풀어가니 웃긴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엉뚱하지만 소설속 벤자민과 그의 가족은 말할수 없는 고통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가 이미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났으니 이제는 젊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습니다. 노인의 모습으로 아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 그를 바라보는 벤자민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서른다섯과 예순다섯 사이의 세월은 수동적인 정신 앞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당황케하는 회전목마처럼 돌아간다. 사실이다. 그 세월들은 불편하게 걷는, 숨 가빠하는 말들이 돌아가는 회전목마이다. 처음에는 파스텔 색깔로 칠해졌다가 희미한 회색과 갈색으로 바랜, 당황스럽고 참을 수 없이 어지러운 그런 회전목마이다....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들에게 이 삼십 년 세월은 서서히 삶에서 물러나는 시간이다....그때 우리는 여러 야망들을 다 떨구어내고 하나의 야망이 남게 되며, 여러 오락 거리가 하나의 오락 거리가 되며, 여러 친구들이 극소수의 친구가 되는데, 그들에게도 우리는 무감각해진다. 그리고 결국은 고독하고 쓸쓸한 전략상의 요지로 들어가게 되는데, 결코 튼튼하지 못하여, 포탄들이 지긋지긋하게 날아다니는 곳이다. 하지만 이제 겁에 질리고 지쳐 그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우리는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세월을 거꾸로 살고 있지만 벤자민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보통 사람들이 느꼈을 세월의 무상함과 더불어 거꾸로 가는 세월에 대한 황당함도 감당해야했으니 사는게 고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거꾸로 점점 젊어지는 동안 그는 군인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도 거둡니다.
사랑하는 여성 힐디가 나이 들어가고 그는 젊어지며 두 사람의 간극은 점점 벌어집니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받았던 거부감을 거꾸로 힐디에게 느끼게 됩니다. 부조리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그는 결국 아이의 모습이 되고, 모든 기억과 의식도 사라집니다.
마지막에는 유아가 되어 조용히 생을 마감합니다.
삶을 거꾸로 본다는 건 모든 생각을 다시 바닥부터 다시 훑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뒤엎어 보면 그 본질이 보이는것처럼 말이죠.
가끔 우리가 일상으로 누리는 것들,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루틴이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처했을때 그것들이 다른 모습이 되어 보여지는 경험을 우리는 여행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할 때가 있죠.
그때 우리가 가진것에 대한 소중함, 나도 모르던 간절함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런 색다른 경험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벤자민을 통해 삶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내처지는 상황과 그로 인한 인간관계의 유한함을 느끼며 삶의 부조리함을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의미를 담을만한 소설이었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엉뚱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삶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색다른 생각을 할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삶은 어떨까, 저런 삶을 내가 살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기도 하죠. ㅋ
내가 그런 삶을 살수는 없지만 소설을 통해 상상해보는 일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다는 생각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마른 장마가 끝나가고 본격적인 더위가 오고 있네요.
몸에 좋은거 잘 챙겨 드시고 건강한 여름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말에 만나는 회원님들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이번 여름도 잘 날수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딸기님,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답글을 남깁니다~
새로 일을 시작하셨다니, 그 전에도 여러 활동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옷을 수선할 일이 자주 있어 저도 정말 배워보고 싶은 재봉이었는데
딸기님이 전문가셨군요?!
법문 강의 데이터화도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도 들면서 왠지 모르게 딸기님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상상을 해 보았네요 ㅎ
좋은 기회를 통해 얻는 무언가도 공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주 오래전에 영화로 본 것이 가물 가물 떠오는 데 이게 소설이었다는 걸 오늘 알았네요.
적어주신 구절을 보니 역시 영화 보다는 글로써 전달되는 부분이 더 구체적이고 폭넓게 상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영화를 볼 때는 어렸기도 했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지라 그저 신기하고 조금 충격적이라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느낌이 새로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뒤엎어 보면 그 본질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 편견을 깨야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 기준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기준'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막 들면서 정립되지 않은 개념에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떤 설정으로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말은 너무 공감이 되었습니다.
간접 경험처럼 가성비 좋은 게 있을까 싶으면서요.
딸기님 따라 엉뚱한 생각을 해 본 시간이었습니다😊